아직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계획서에 적힌 이번 주 목표는 '엄마와 울지 않고 헤어져요' 라고 했다. 이번 주의 첫날인 오늘, 소율이는 어린이집 앞에서부터 울먹울먹하더니 결국 대성통곡을 하며 헤어졌다. 나는 애써 웃으며 바이바이 인사를 했지만 돌아서자마자 눈물이 찔끔거렸다. 부디 자기를 놓고 가지 말라는 듯 두 팔을 나에게로 쭉 뻗고선 엉엉 우는 소율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 매일 아침 있는 일이다. 우리는 과연 이번 주가 지나기 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소율이를 가졌을 때, 나는 나의 무능과 정체됨을 소율이의 탓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자신의 일을 계속하면서도 가정 생활을 동시에 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며 나 또한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겪어 보니 그걸 병행하는 거, 진짜 힘들다. 내가 아기만 보면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도 즐기며 사는 것을 나중에는 소율이 또한 좋아할 것을 이론적으론 알고 있음에도, 소율이의 그 서러운 표정 앞에서 나는 죄인이 된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집에 오니 밥을 밥처럼 먹을 수 있다. 집 정리도 좀 하고 묵혀 뒀던 세탁물 더미도 맡기러 갈 수 있다. 어린이집 적응이 잘 된다면 이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은 하고 싶은 것이 참 빼곡히도 많다. 요가도 필라테스도 다니고 싶고, 피부관리도 정기적으로 받고 싶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고, 이유식 만들면서 어영부영 늘어가고 있는 요리도 제대로 배우고 싶고, 바이올린 레슨도 받고 싶고, 물론 일도 다시 하고 싶고... 요즘 문화센터 프로그램에서 '성인반' 프로그램을 보면 듣고 싶은 프로그램이 이백 가지쯤 되는 걸 보면, 그간 하고 싶은데 못 했던게 정말 많았다는 걸 느낀다. 그렇지만 만약 내가 하고싶은 모든 것,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을 포함해서 딱 하나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아마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소율이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내 삶에서 그것만큼 가치있고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지금 엄마가 자신을 놓고 가 버린다고 서운해하고 있을 소율이에게도 이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나 또한 너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을. 어쩌면 소율이가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다면, 이것을 자기가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 소율이를 다시 만나면 더 많이 안아주고 눈 맞추고 책읽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아주어야겠다. 이번 주 목표 달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