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채집
거실창가의 식물들 사이에서 올망졸망 방정맞고 산만하게 자라는 식물이 있다. 장미허브다.
다른 식물들은 자신의 기품을 뽐내듯 단단한 잎을 가지고 햇빛에 살짝 몸만 기대어 지낸다. 부족한 듯 없이 주인장이 물을 채워주니 여유 있게 햇볕이 드는 시간에는 따뜻함을 만끽하다가 저녁이 되면 고요해지며 조명빛으로 차분해진다.
장미허브를 화원에 사들고 와 창가에 두니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줄기를 길게 내며 아래잎은 떨어지고 위로 쑥쑥 잘도 자라났다. 줄기도 곧게 자라지 않고 곡선을 그리며 사방으로 뻗어갔다. 햇빛을 좋아하는 장미허브의 얼굴은 언제나 햇빛을 향해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고 있다. 내가 심술이 나서 나 좀 보라고 집 안쪽으로 화분의 방향을 돌려놓으면 싫다는 듯, 얼마 후 햇빛으로 다시 얼굴을 틀어 버린다.
줄기가 길고 영양분이 부족해 말라가면 줄기를 잘라 흙에 그대로 심어둔다. 고개를 푹 숙이고 힘이 없어 물을 듬뿍 주고 창가에 두면 며칠이 지나자 생기를 찾은 장미허브는 다시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해를 바라보고 있다. 잎이 커지면 잎 한 장에 품은 향기도 더 진해진다. 줄기는 약해서 손으로 꺾으면 금세 꺾여버리니 조심해야 하지만, 줄기하나도 버리지 않고 흙에 꽂아 두면 또 고개를 들고 자라는 장미허브는 많은 이웃들을 만들어낸다.
다른 다육식물들은 있는 그대로 자라며 몸만 커져가서 미동이 없지만, 장미허브는 화분밖을 벗어나 다른 화분에 고개를 돌리며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들어내기도 한다. 자라기도 빨리자라고 회복력도 좋아 어린아이처럼 밝고 적응을 잘하는 장미허브는 물을 가득 머금고 햇빛이 나면 금세 밝아진다.
장미허브의 잎을 자주 만져주며 향기 좋다라며 칭찬해 주고 지나간다.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면 잎을 만진 손을 코에 대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내가 힘이 필요할 때 작은아이에게 '엄마사랑'이라고 말하면 아이는 와서 나를 안아준다. 장미허브는 성질 급하지만 밝고 나를 위로해 주는 작은아이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