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 돌아가서 샌드위치 가게를 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물론 모든 재료는 체코에서 공수한다.
나의 샌드위치 이야기
추운 겨울의 체코는 해가 짧아도 너무 짧아서 5시면 밤 될 준비를 한다. 8시면 한 밤중, 11시엔 새벽 감성이 돋아난다. 낮 술을 마시려면 서둘러서 하루를 준비해야 한다. 낮 술의 묘미는 살짝궁 취했을 때 더 짙게 저무는 하늘을 만끽하는 것 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 8시에 일어나 10시 반까지 빈둥거리다가 긴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무언가’를 먹고, 오늘 기분에 맞는 공책을 챙겨 CAFE 라고 적힌 술집으로 간다. 여기서 잠깐, 오늘은 냉장고에 있는 그 무언가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곳에 와서 혼자 보기 아까운 광경이 참 많은데, 그중 하나가 내가 이 곳에서 만드는 샌드위치이기 때문이다.
나무 그릇을 좀 사야겠다.
오일풀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하루 한 끼는 좋은 재료로 공들여 요리해야겠다.
삶이 아닌 하루에 집중해야겠다.
(타인의 삶에 대하여) 관찰은 줄이고 비교는 피하며 저울에 다는 일은 미워해야겠다.
나아가기보다는 채워가기에 집중해야겠다.
-2017. 7월 어느 날의 다짐
작년 가을 마지막 공연을 마친 뒤 몇 개월간 돈을 좀 버느라 몸과 맘에 무리를 주었다. 그러니 돈이라도 쌓였다고 말하고 싶지만, 공공연히 ‘돈은 있다가도 없는 법’ 인지라 나는 하는 수가 없이 가진 돈도 없이 '훌쩍' 이 먼 곳에 왔고, 그리하여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여야 하는 건강한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히 체코 식료품 물가는 한국보다 퍽 저렴해서 직접 차려 먹는 한 비교적 풍족하고 질 높은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간단하고 다양하며 건강에 무리가 없고 든든하기까지 한 ‘샌드위치’는 자연스럽게 내 식탁의 단골 메뉴. 오늘 내가 샌드위치 가게를 고민하기까지의 과정을 좀 공유하고자 한다.
잘 익은 아보카도 (혹은 약간 지나치게 익은 아보카도)는 훌륭한 소스가 된다. 하여 나의 샌드위치에는 따로 소스가 없다. 우선 아보카도에 소금과 후추를 간간하게 뿌려 한쪽에 예쁘게 두고, 흐뭇한 미소로 가끔 쳐다보면서 나만의, 나를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보자. 이 빵은 체코에서 식빵 같은 존재인데, 테스코(TESCO)를 포함한 대부분의 마켓에서 150-200원*가량으로 판매된다. *30-40 코루나(CZK) 1 코루나는 한화로 52원 정도 한다.
밀가루를 포함한 곡물 맛이 강하지 않아 고기류와 잘 어울린다. 때리면 '툭툭' 소리를 낼 만큼 단단하면서도 속이 퍽퍽하지 않아서, 단면을 살짝 구워 깨물었을 때 경쾌한 ‘바스락’ 소리를 낸다. 담백한 우유 향이 돌아 버터 없이 구워도 좋다. 개다가 손에 기름도 묻어나지 않는, 한마디로 샌드위치로서 최적 격이라 하겠다!!
빵은 2 등분하여 팬을 달구는 동안 단면을 함께 달구어 준다. 싸고 탄력적인 소시지는 빵에 잘 올려지자 하는 의도로 반을 잘라주었다. 빵과 함께 달구어 진 팬에 올린다. 소시지가 적당히 제 등을 그을리면 밖으로 꺼내 주고, 고 자리에 계란을 톡 넣어준다. (계란 비린내가 거슬린다면 소금을 약간 넣어도 좋지만, 나는 계란이라면 날 것이라도 좋다.) 계란 톡과 동시에 빵 위에 체다 슬라이스를 한 장 잘라서 얹어주었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이제는 아기 다리 고기 다리던 합체의 시간. 나는 나로 인해 행복할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 맛있음은 그 자체로 준비된 행복이니, 내가 만든 맛있음이란 행복을 넘어 만족의 경지로 간다.
1년간 이 여행을 준비하며 작은 목표를 잔뜩 만들었다. 어쩌면 내 안에서 벌어진 많은 것들을 이 여행 속에서 완성 짓고 싶어했다. '보상' 보다는 '달성'에 기우는 여행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매일 같이 아름다운 것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하루 두 번의 짧은 일기로 나 자신과 꼼꼼히 대화하면서 ,보상도 어엿한 달성 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고의 촉매는 불완전이 아닌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늘 그 쪽에 한 눈금의 마음을 더 줄 때 스스로를 좀 더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해서 나는 1년간 모아둔 깨알같은 목표들을 과감하게 한 팔로 쓸어버렸다. 그리곤 다시 한 줄짜리 목표를 세운다. ‘맛있게, 건강하게, 그저 아름답게 보내자.’
'나의 샌드위치 이야기'
글. 신잔디
사진. 신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