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활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러 합정동으로 향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주변을 산책하다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우동집이 보여 들어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집이었다.
작은 가게라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 둘의 대화를 들었을 때는 선후배 사이인 줄 알았다. 진로가 고민되는 후배가 친한 선배에게 고민 상담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부자 관계였다.
아빠는 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닌 듯 했다. 그라나 “그건 아니야.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시간낭비야. 하지마!”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들이 하는 말을 가로막지 않았고, 아들이 충분히 말하게 한 후 이런 말을 건넬 뿐이었다. “너 정말 그게 하고 싶구나.” "고민하는 건 좋은 거야." “아빠는 솔직히 말리고 싶다. 하지만 네가 경험해봐야 후회가 없겠지.” “그래. 한번 해봐.” “아들아. 유부튀김가루 더 넣어봐. 더 맛있다.”
처음에 아빠가 아들의 선배처럼 보였던 건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둘의 대화가 친근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20대 아들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아니 아들의 이야기를 저렇게 진득하게 들을 수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아들 쪽으로 밀어주던 와중에 “엄마는 다른 애들이랑 비교 많이 하잖아요.” 라고 말하는 걸 들어버렸다. 나름 다정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매일밤 아들 관찰 일기까지 쓰고 있는데, 아들의 눈에 비친 나는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는 엄마'다.
나는 옆테이블의 부자관계가 너무 부러웠다. 대학생 아들이 이런 핫플레이스에 아빠랑 편하게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 나도 10년 후엔 아들에게 “엄마, 합정동에 미슐랭 우동집 있는데, 같이 갈래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아들이 뜨끈한 우동을 앞에 두고 자신의 고민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면. 시험 잘 보라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엄마보다 그게 좋은 엄마가 아닐까.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 아들은 고민은 깊어보였으나 불안하거나 어두어보이지 않았다.
일본어로 된 우동집 이름이 궁금해 한번 검색해봤다. 교다이야. 직역하면 형제네 가게인데, 보통 일본에서는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 대를 이어 하는 가게를 말한다고 한다. 내게 이곳은 면발이 쫄깃쫄깃하게 맛있었던 걸 넘어 좋은 부모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식당이었다. 가게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