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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현수 Oct 14. 2020

6. 브런치를 시작한 속사정

독자를 찾기 위한 긴 여정




브런치를 통해 콘텐츠를 발행한 지 두 달째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사실 작년 초부터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프로필에 걸어둔 것처럼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습니다. 이미 갖고 있는 채널들 외에 또 다른 채널을 여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었는데요, 그 부담감을 이긴 건 다름 아닌 '독자에 대한 갈증'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열에 일곱은 정보탐색을 위해 1순위로 네이버를 찾는다고 합니다. 가격 비교를 위해 네이버를 찾는 건 저에게도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소위 '팔리는 콘텐츠'는 원하는 정보를 쏙쏙 알아낼 수 있는 단편적이고 호흡이 짧은 콘텐츠였습니다. 식물 관련 콘텐츠라면 이런 것들이 해당하겠죠.


잘 안 죽는 식물 5가지

분갈이 흙 종류

학명 검색 사이트

식물 라틴어

OOO 가지치기 방법

OOO 물 주는 방법


검색자가 찾으려던 정보이기만 하다면 뭐 대수겠냐만은 제게는 이런 플랫폼 환경이 조금 버거웠습니다. 제 블로그는 작업 결과물을 소개하는 포트폴리오이자, 식물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스치는 크고 작은 생각을 전하는 창구이니까요. 가령 '방문수업을 진행하다' 에서는 전문가 과정을 밟는 준전문가와 초급자 사이에 계신 다수의 일반 가드너를 위한 수업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고, 가장 최근에 올린 '식물에게도 프로필 사진이 필요해' 에서는 식물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정보나 나름의 조언을 제공할 수 있지만 결코 그게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글은 시험 삼아 올려본 식물 도서 소개 콘텐츠입니다. 식물을 곁에 둔 분들이 온라인 검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훌륭한 식물 도서도 접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올려본 글이었는데 가장 매력적인 미끼 콘텐츠가 된 겁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 게시물 조회수와 연계해 콘텐츠 매력도를 평가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책 소개 글을 더 올려봐야 하나', '영국 원예 사이트 번역한 글이 반응 좋네.. 몇 개 더 해서 올려볼까' 같은 생각들이 샘솟았습니다.



저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인에게 네이버 블로그는 홈페이지를 대체할 가장 매력적인 플랫폼임이 분명합니다. 비용도 발생하지 않고 모바일 호환을 걱정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미끼 콘텐츠에 더 많은 신경을 쏟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자 돋보기를 쓰고 바라본 것처럼 문제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 콘텐츠가 돋보일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때까진 하나의 콘텐츠를 생산하면 3곳에 동일하게 올리는 방법을 유지했는데, 채널마다 머무르는 사람과 그들이 기대한 콘텐츠가 다른데 꼭 그래야 할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이 고민을 할 때 가장 큰 위로와 교훈을 준 건 윤종신 님의 톡스 앳 구글 출연 영상입니다.

*괄호 안 표현은 제가 받아들인 뜻*


"모든 사람을 움직일(충족시킬) 필요는 없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사람이) 찾아주는(있는) 플랫폼에서 그 사람들을 상대하면 된다.. 내가 꾸준히 오래 지속하면 운 좋으면 대박도 만날 수 있고... [중략] 여러 플랫폼 중 내 창작물과 콘텐츠를 (독자와) 연결해줄 곳이 어디인지, 그 플랫폼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내 콘텐츠가 어떻게 소비될지) 생각해보면 창작자로서 방향성이 서지 않을까..." 



이런 고민 속에 올여름은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채널 특성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게시물은 과감히 지우기도 했습니다. 대신해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한 글과 그간의 생각을 담아 9월 1일 브런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연재하는 매거진 제목처럼 식물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언급된 콘텐츠


➤윤종신 님의 톡스 앳 구글 출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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