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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현수 Sep 01. 2020

0. 프롤로그

연재를 시작하며




한 드라마에서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냐는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이렇게 답을 하더군요.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변하는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듯, 당신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묘사한 것이지만, 무언가를 인지하게 되고 더 자세히 알고 싶고 결국엔 좋아하게 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기에도 참 좋은 문구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자신조차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변해가는 그 과정을요.



주변 친구들보다 일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회사라는 테두리 밖의 나에 대해서도 조금 일찍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를 '식물'로 결정하고 난 뒤에는 왜 하필 식물인지, 지금은 그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회사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식물'을 선택한 배경에 모두들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직은 모든 게 과정 중에 있는 이야길 꺼내 놓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 그랬던 것도 아닐뿐더러 그때도 지금도 그저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 어디쯤에 있을 뿐이라서요.



'아직은 과도기에 있어 말하긴 이르다'는 생각을 '그러니까 더 생생하게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비 한 번 대차게 내렸다고 해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 것처럼, 앞으로의 변화도 서서히 인지되거나 한참 시간이 깊어지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기록을 남기다 보면 지나온 과정들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도 될 테고 그러면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좀 더 그럴싸하게 대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됩니다. 식물이 그러하듯, 정체되어 있는 듯 보여도 자신만이 눈치챌 수 있는 속도로 움직이는 저의 한 걸음 한 걸음을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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