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검찰의 꼰대력 수치가 만렙입니다

#꼰대 공화국, 대한민국

by 바다의별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

2018-2019년을 관통한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에서 저자 임홍석 씨는 꼰대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다. "라떼는 말이야~"같은 유행어로 꼰대들을 비웃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라지만 사실은 누구나 자신의 가슴속에 내재된 꼰대력을 한 톨쯤은 갖고 있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사회·문화적으로 은근히 이것이 타인에 비해 '우위'라고 정의 내려진 직업군이나 계급성이 존재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타인에 비해 '내가 우위에 있다'여겨지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학번 낮은 후배에게 좀 더 쉽게 나오게 되는 반말이나 3040 인생 연차 정도면 '알 거 다 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애기'처럼 느껴진다든지 하는 일들 말이다.


이 꼰대력의 외부 표출을 막기 위한 위한 필수 요소는 바로 '자기 검열'이다.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 줄 모른다. 편협해진 사고는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 일방적인 충고와 조언이 되어 상대방을 괴롭힌다. 자기의 판단과 생각이 진리이고 옳은 말인데 타인의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꼰대 치료법은 누구나 알지만 완치되기는 쉽지 않다. 치료의 시작이 스스로 자기가 꼰대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좀 진부하지만 공자의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를 기억하며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노력하거나, 내 말이 혹 타인에 꼰대스럽게 들리지는 않는지 신경 쓰는 것이야말로 꼰대 치료의 정석이라 하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이 꼰대 청정국이 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새해에만도 자신의 배움이 남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전제한 발언들이 불쑥불쑥 나온 탓이다. 스타강사 주예지 씨가 어린 학생들에게 조언하며, "공부 못하면 호주 가서 용접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 그랬고, 결혼을 발표한 아이돌 가수에게 "이기적 선택, 이미지 실추"등의 이유를 들어 퇴출을 요구하는 팬들이 그랬다. (이 경우 사랑의 배신감(?)이라는 점에서 결은 좀 다르지만 이런 의견을 성명서로 낼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글쓴이에게는 상당한 꼰대력의 발로로 느껴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꼰대를 마주하면 그냥 개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그칠 것이다. 하지만 힘이 있고, 영향력 있는 이들이 이 꼰대력을 마음껏 발산한다면 과연 어떨까.


지난 14일 김웅 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생활형 검사라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부의 사기극이며 정부가 사람들을 속여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이런 법안들을 출몰"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견 일리 있어 보이는 그의 발언에서 든 가장 큰 의문은 이렇게 정의로움을 부르짖는 분에게서 '검찰에 대한 자기반성'을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하는 점이었다. 정부의 권력확대와 집권연장을 우려하는 분들이 왜 정부 못지않은 권력기관인 자신들의 조직에 대해서는 반성과 이러한 반성을 수용한 올바른 개혁방안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것인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검찰의 모든 당위성이 완성되는가?


김웅 검사의 글과 이에 이어진 검사들의 지지와 성원을 지켜보며 그들의 꼰대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검사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실제 대부분 그렇다는 것도 안다. 그만큼 엘리트 의식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이 엘리트 의식에 통렬한 자기반성이 사라진 순간 그들은 그저 꼰대에 불과하다. 자기들만 똑똑하고, 정의로우며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다 영악하고, 권력에 아첨하고 추악한 사람들이라고 여기는데 타협이든 소통이든 올바른 방향의 전진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그리고 이런 가득한 꼰대들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답답증을 유발시키고 종국에는 혐오와 불신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2020년,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와 국가기관들에 바라는 것은 서로 간의 원활한 소통과 건전한 토론을 통해 한걸음 나아가는 사회다. 권력기관이 꼰대가 되어 국민들을 속 터지게 하는 자기애적 충고를 반복하는 것은 분명 아니리라. 물론 이는 비단 검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검찰이 정말 스스로를 개혁하고 싶다면 객관적이고 정직한 자기반성부터 한 뒤에 할 말을 했으면 싶다. 진짜 똑똑하고 세련된 엘리트 조직이라면 응당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