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불꽃 없는 포화가
땅을 두드리다 그쳤다
포화되었다가
한꺼번에 쓸려나가는 것이
여름의 속성이라 하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매미가 울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속도
시내는 우아하게
흘러 고이지 못하고
단단한 것과 무른 것이
정신없이 뒤섞여
비가 멈춘 뒤의
어제와 오늘은
계절을 건너뛴 듯
낯설었다
더위가 시간을 잇고
여전히 물기가 피부에 맺히지만
쓸려내려간 것은
사람뿐만이 아닌가 보다
다가올 추위와 슬픔에
맞설 수 있도록
휩쓸려 내려온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오늘의 당신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