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by 바다의별

명징하지 않은 나쁨

부유하는 호오

울퉁불퉁하게 비어 있는 곳에

성급하게 채우고 나니

녹지 않은 앙금이 가득해서

부스러지고 휩쓸린다

나는 왜 앞을 보고 있는 걸까

재촉하여 나아가는 것만이

올바른 방향이란

무엇을 태우는지도 모르는 푸른 불꽃

훨훨 타고나서 거스러미처럼 남은


회색은 색이 아니다

빼고 빼고 뺀 다음에

그냥 남겨진 것

무엇도 되지 않았고

무엇도 되지 않을

갈피 없이 그저

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족하다

그러나 나는 족하지 않다


존재는 욕망이 아니다

빼고 뺀 다음에 남은 것은

종결이 아니다

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것들을 생각하고

남길 것을 생각하고

머무르지 못하고

진행하는 방향성

물러섬과 나아감

충돌하여 맴돌다가도

발자국은 느리게 새겨진다


허공에 왜,가 던져지고

흩어지다가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일을 본다

그럼에도 반짝인다


빛에서 빛이다


믿는다는 방향성

그 하나에 모두를 내맡기고

알알이

부스러짐을 눙쳐서


나는, 너는

마침내 소리 없는 소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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