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위로
자전거 페달을 굴린다.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모르는 구름 잔뜩 흐린 하늘이지만, 지금 순간을 놓치지 않기로 한다. 출산 후 가장 먼저 시작한 운동이 자전거가 될 줄은 몰랐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가운데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굴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 멋지고 위로가 되는 일이었다.
평소대로라면 한강으로 자전거를 몰았겠지만, 요 몇일 심하게 내린 비 때문에 한강 자전거도로는 물에 잠겼고, 한강공원으로 나가는 진입로는 폐쇄 되었다. 한강 대신 반대방향으로 자전거를 돌린다. 자전거 가방 안엔 카페에서 읽을 책 한권과 분명 책을 읽고나면 무언가를 쓰고 싶어 질테니 작은 노트와 볼펜을 챙긴다. 그리고 음악은 언제나 함께여야 하므로 이어폰도 함께.
그새 동네는 구석구석 많이도 바껴있다. 출산 전엔 그 모든 변화를 꿰고 있었겠지만, 출산 후엔 시간이 온전히 내것일수가 없다. 변화가 잦은 동네 성수동. 무언가가 새롭게 생겼다가 금새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움들이 시시각각 생겨난다. 빠르게 변하는 동네에서의 기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던 몇몇곳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다. 그리곤 처음 집을 나서며 생각했던 커피가 맛있는 카페로 향한다. 굉장히 습한 날씨에 아가미로 호흡해야 할것만 같지만 자전거를 굴리면 그나마 스치는 공기가 땀을 식혀주어 시원하다. 페달을 굴리면 땀이나고 땀이 바람에 식으면 시원해지고, 그러므로 멈추는 순간 시원함은 사라지고 흐르는 땀만 남는다. 이런 날씨에 실외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 아이스카페라떼가 더 맛있다. 같은 온도인데 더 시원한 음료가 된다.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크리스티앙보뱅의 [환희의 인간]이란 책이다. 얼마전 읽었던 보뱅의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다 읽고 난 후 새로 꺼낸 책이다. 아마 읽고 또 읽어도 새롭고 좋을 문장들, 섬세한 시선들, 사유들.
일상을 시로 만드는 작가라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닌가보다. 덕분에 나의 일상도 잠시 시가 되었다.
좋은 글을 읽으면 나도 무언가 쓰고 싶어진다. 주로 나의 글은 일기의 형태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읽으면 그 글은 꽤나 재미있는 타인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