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게 헤어진 전 직장 상사가 회장님으로 부임했다

바로크 시대 처세왕 헨델의 역대급 위기 탈출법

by 티모

독일의 선제후 밑에서 일하던 헨델. 어느 날, "잠시 영국 구경 좀 하고 올게요~"라며 휴가를 떠났어. 그런데 웬걸? 영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좋은 수입에 반해 버린 거야. 헨델은 그 길로 휴가를 질질 끌며 영국에 눌러앉아 버렸어. 상사의 허락도 없이 복귀를 미루고 또 미룬 거지.


그런데 인생이란 게 참 아이러니하지? 1714년, 영국의 여왕님이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나자, 헨델이 버리고 도망쳤던 그 상사가 영국의 국왕 조지 1세로 부임하게 된 거야! 헨델 입장에서는 안 좋게 헤어진 전 직장 팀장님이 우리 그룹 회장님으로 낙하산 타고 내려온 꼴이었지.


조지 1세는 당연히 헨델을 괘씸죄로 혼쭐 낼 준비를 하고 있었어. 헨델도 직감했지. "아, 내 음악 인생 이제 끝났구나." 사과라도 하려고 얼굴 좀 보여 달라고 빌었지만, 왕은 만나 주지도 않았어. 하지만 헨델은 여기서 포기하고 짐을 싸는 대신 본인만의 필살기를 꺼내 들어. 바로 음악이야.


1717년 여름, 조지 1세가 한강 같은 템스강에서 커다란 배를 띄우고 파티를 열었어. 헨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 배에 연주자 50명을 태운 뒤, 왕이 탄 배 뒤를 바짝 쫓아가며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수상 음악이야.



강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환상적인 멜로디에 왕은 완전히 홀려 버렸어. 얼마나 좋았는지 똑같은 곡을 세 번이나 다시 연주하라고 시킬 정도였지. 연주가 끝나고 왕이 흡족해하며 "도대체 이렇게 기막힌 곡을 쓴 놈이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헨델이 기다렸다는 듯이 쓱 나타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어. 조지 1세는 괘씸하긴 했지만 이렇게 실력 좋은 천재를 내쫓을 수는 없었지. '이 녀석, 진짜 얄미운데 음악은 진짜 기막히게 잘 만드네.' 결국 왕은 헨델을 용서해 준 건 물론이고 연봉을 두 배나 올려 주며 왕실 작곡가로 임명해 버려.


이거 남의 일 같지 않지? 직장에서 실수로 상사한테 밉보인 적, 누구나 있잖아. 이미 밉보였다면 중요한 건 '어떻게 만회하느냐'야. 구구절절 백 마디 변명보다 네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로 상대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훨씬 강력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결과물은 그 어떤 반성문보다 마음속 깊이 박히거든. 여기에 타이밍까지 잡으면 금상첨화야. 헨델이 파티 현장을 노린 것처럼 상대방 기분이 최고일 때 전략적으로 어필하는 센스. 때와 장소를 기막히게 잘 맞추면 화난 마음도 감동으로 바뀌어. 그리고 마지막 핵심. 대체 불가능한 실력이야. '저 녀석 밉긴 한데... 실력 보니까 우리 팀에 꼭 필요하네'라는 확신을 주는 순간, 잘릴 위기는 오히려 연봉 협상의 기회로 변하니까.



물론 진심 어린 사과도 중요해. 하지만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실력 하나가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실력이 확실한 증거가 되는 순간, 네가 했던 과거의 실수는 너를 더 돋보이게 할 멋진 훈장이 될 테니까. 오늘부터라도 너만의 '수상 음악' 하나쯤은 준비해 두는 게 어때? 언젠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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