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대 최고 처세왕
야, 너 오늘 부장님 때문에 혈압 올랐다며? 나도 직장 생활 해 보니까 진짜 실력만큼 중요한 게 처세더라. 근데 이 분야 끝판왕이 누군지 알아? 바로 파파 하이든이야. 이 아저씨, 무려 30 년 넘게 한 직장에서 살아남은 장기근속의 아이콘이거든. 하이든한테 배우는 슬기로운 사회생활 팁 3 가지, 내가 딱 정리해 줄게.
상사가 말도 안 되는 고집 피울 때 같이 소리 지르고 싸우면 결국 나만 손해거든. 이럴 때 우리 처세왕 하이든 형님이 어떻게 했는지 봐. 자기 본업인 음악을 아예 무기로 써 버렸어. 어떤 일이 있었냐면, 하이든이 모시던 영주님이 새로 지은 시골 별장에 꽂힌 거야. "아, 여기 너무 좋다. 다들 집 가지 말고 여기서 계속 연주해!" 단원들을 집에 안 보내 주는 거지. 요즘으로 치면 강제 합숙 야근이야. 가족 보고 싶어서 단원들은 멘붕 오고 울기 직전인데, 하이든이 거기서 "집에 보내 주세요!"라고 징징댔을까? 아니지. 바로 고별 교향곡이라는 희대의 퇴근 독촉장을 써 버려.
공연 날, 영주님이 기분 좋게 감상하고 있는데 끝부분에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가 등장해. 연주자들이 자기 파트가 끝나면 한 명씩 악기를 챙겨서 무대 밖으로 쓰윽 나가 버리는 거야. '저 퇴근합니다~'를 음악으로 보여준 거지. 무대는 점점 어두워지고 소리는 비어 가는데, 마지막엔 하이든이랑 친구 딱 둘만 남아서 낑낑대며 연주하고 있어. 영주님도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를 챘겠지? '아차, 내가 애들 퇴근 안 시켜서 애먼 하이든만 고생하는구나!' 싶었던 거야. 결국 영주님이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랬대. "하이든, 내가 졌어! 그래, 다들 당장 집으로 퇴근해!" 대들고 싸우는 대신,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로 상사 머리 위에서 놀아 버린 거지. 진짜 우아하고 소름 돋는 처세술 아니냐?
너도 알지?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신입이나 후배들 보면 은근히 긴장되는 거. 근데 하이든은 진짜 대인배였어. 자기보다 한참 어린 모차르트를 보고 "얘는 진짜 역대급 천재야!" 주변에 칭찬을 뿌리고 다녔거든. 또 단원들 월급 밀리거나 고민 있으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다 해결해 줬지. 그랬더니 후배들이 하이든을 무서운 단장님이 아니라 파파 하이든,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질투할 시간에 먼저 리스펙 해 주니까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최강의 인맥과 평판을 가진 리더가 된 거야.
하이든은 무려 30 년 동안이나 시골 구석 궁전에서만 일했어. 요즘으로 치면 트렌드도 모르는 시골 지사 근무나 다름없잖아? 하이든은 '여긴 트렌드에 뒤처졌어'라고 불평하는 대신,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딱 좋네!'라고 생각했대. 완전 럭키드니잖아~? 이런 마인드로 하이든은 그 시골 궁전에서 소나타 형식을 완성하고 교향곡의 표준인 4악장 체제를 정립했어. 남들이 유행 쫓아다닐 때 혼자서 음악의 표준 설계도를 다 그려 버린 거지. 나중에 하이든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온 음악계가 하이든이 만든 규칙대로 돌아가고 있었어.
바흐가 음악을 만들었고 헨델이 그걸 팔았다면 하이든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법을 알았던 사람이야. '내 실력이 곧 내 목소리다!'라는 배짱, 동료와 후배를 아껴 주는 인간미, 그리고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한 전문성. 우리도 내일부터 회사에서 하이든처럼 실력과 센스를 겸비한 프로로 버텨 보자고.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