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레터

삶의 이유를 찾아 방황하는 젊은 영혼

by 레아

한때 누구라도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뮤지컬 팬레터는 '생의 이유'를

글쓰기와 타인의 인정에서 찾던 이들의 한때를 다룬다.

일제시대 작가 모임의 시공간이 배경이며

실존인물을 빌려왔다고는 하나

감상자 입장에서는 한국문단의 20세기 초 작가들과는

별개로, 젊은 나날

어딘가 퍼붓고 싶은 집념과 애착, 객기, 광기 등을 볼 수 있었다. 그 어딘가를 어딘가인가 계속 고민하는 사람들.

칠인회라는 작가모임과 그 안에 가장 두드러지게

유약한 인물 해진.

그리고 그를 한없이 흠모하는 청년 급사 세훈.

그 사이에 팽팽히 긴장감을 자아내는,

가상의 인물 히카루.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세훈이라는

문학 청년은 히카루를 만들어 내어

해진에게 다가서고

해진은 걷잡을 수 없이 히카루를 사랑하고

집착하게 된다.

감정이 옮겨 붙는 과정들이

급작스러운 건 아닌가 싶다가도

배우들의 연기에서 그 틈새가 메워진다.

사람을 사랑하고 집착하고

보내주고 그리워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사실, 얼마나 이유 없고 뜬금 없고 감성적인가.

그럼에도

배우들의 오열하거나 눈물을 거두는 장면이나

사랑의 환희에 잠긴 표정과 머뭇거리는

표정들을 통해

왜 그토록 저들이

무언가를 열망하는지 느끼게 된다.

가상의 인물로 매개된 팬레터의

주고받음이 어느새인가

주요 인물의 삶의 이유가 되어버리고,

그들은 헛헛하고 압박뿐인 생활 안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어느 계절에라도

종종 다시 보고 싶어지는 팬레터.

다행히 디브이디로 박제되어 있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가냘픈 백짓장 같은 영혼의 소유자들,

그리고 그들을 서로 위로하는 자.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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