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Nov 27. 2021

돼지춤

동식물과 어울려 사는 시간의 유토피아

그들 편이 되어주면 어떨까.

의식하지 않은 순간에도

옆에서 살고 있는 사람 외의 어떤 존재들.

잘려가는 나무들과 사라지는 숲과

멸종하는 동물들 무너지는 생태계.


어린이청소년 무용극 돼지춤

스스럼 없이 다른 존재를 받아들여

한데 더불어 사는 공간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안에는 우선 각자의 사생활이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육류를 소비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바라보는 상이한 입장이 존재하고

사람의 마음을 닮은 듯 객석을 바라보는 동물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돼지와 북극곰과 캥거루...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영례와 설애와 넝쿨과 원석과 승록과 엠마뉴엘과 정하!

이들은 식물 사이에 있기도 하고

동물 사이에 혹은 동물과 식물 사이에 존재했다.

그 안에 춤이 있었다.


춤을 추는 사람으로 살아오며,

춤과 별개인 듯 하면서 춤이 되었거나

춤이 될 수도 있는 사연들을,

그들은 얘기했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라든가

결혼 후의 사건, 자신의 모순된 정체성,

가족의 국적 등 소재에 제한은 없으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채로 만들어진

옛날 이야기, 지금 이야기를

동식물과 어우러진 무대에서 춤과 함께 펼쳐들었다.


각자의 소개에서 함께 노는 놀이로,

노동의 루틴으로, 동물의 위로로...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바뀌어가던,

유년기 놀이공원 _동물원에서 팔던 장난감 카메라처럼

ㅡ그 안의 새겨진 기억의 필름처럼

움직임을

펼쳐주었다. 그리고 뜨겁고도 차가운 물이 번갈아 흐르는

무대의 수도틀었다.


객석의 어린이들은 집중했고

아이의 지금 세계를 몰랐던 나는,

어린이 관객의 몰입도에 놀랐다.

어떠한 세계로 상상했을지는 미지수이나

공연이 끝나고 아쉬워 하는

여느 어린이들을 보며,

한때는 누구나 어린이였다는 사실 외에도

무용엔 나이제한이 없는,

무궁무진한 비연령의, 비배제의 유토피아란

인상을 경험했다.

춤이라는 공통 요소로 어린이를 수렴했으나

또 어디로도 퍼져 나갈 수 있는 서정의 공간.

돼지춤.


11월 27일 -28일 성수아트홀

어린이청소년 무용

돼지춤


작가의 이전글 테태 _ 테크닉과 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