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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Nov 23. 2021

테태 _ 테크닉과 태도

뉴-에튜 <차세대 열전 2021!> 무용

사적 글쓰기를 구성하는 원형(?)은

일상의 감흥과 매너리즘, 분노...

문득 꼽아보라면 그 세 가지였다.

무언가 어딘가로부터 감동  업된 느낌에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할 땐 글자로 겼다.

매너리즘은, 같은 궤도를 돌며 허하거나 권태로운 시간을

벗어나려 주변 세세한 것들을 기록하 평범한 습관의

다른 이름였.

분노는 사회적 분위기나 주변 일에 대한 크고 작은 실망과 배신감, 허탈함 등이 뒤섞인 다운된 감정이며

여기서 비롯된 글은  혼돈과 정화, 두 단계로 이뤄졌다.


그러다 지금 결국 남은 건 뭘까.

그렇게 쓰다 남은 게 현재의 나인가.

그럼 여기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 단계에서는 어쩌면 나라는 지칭보단,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지인들을 소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생각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련의 생각은,

무용 '뉴 에튜 프로젝트'를 본 이후 떠올려  것들이다.

움직임 작업의 태도를 살피고

안무자와 무용수들은 그들 자신을 분석했다.

신체를 작동하는 원리를 자기 몸 안에서

찾아가고 있는 작품,

움직임 원형의 정의를 세 가지로 추렸다.


그런 공연을 보고 나면

내게 토스된 건 너의 근원을 이루는 것의 또 본체는

무엇이니. 몇 가지로 분류해 보고픈,

은근한 물듦이 생기고 만다.


뉴 에튜의 출연진은

자신의 움직임 원형을 찾고 기계화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겪으며

각자의 춤을 재정의하 있었다.

무용수들은

마이크사용 목소리로

공연 취지나 방법을 말로 설명했고

그 목소리마저 독특한 리듬을 타고

춤으로 섞여 들었다.

다양한 동작들이 전개되던 과정에서 추출한 핵심은

'상승', '하강', '회전'이었고

무용수의 춤을 거쳐 이를 간결히 수행하는

소형 기계와 모빌 장치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상을 이용해 이들의 과거 움직임 추이나

단면을 무대 실연과 견주어 보여주기도 했다.


대략 40분 가량의 짧은 공연임에도

무대에 갖가지 볼 거리를

순차적으로 펼쳐 놓는 바람에

끝날 뜻 끝나지 않는 퍼포먼스였으므로,

몇 차례 모르고 박수를 칠 뻔하다

손을 무릎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시간의 흐름과 강약을 조절하는 느낌이 좋았다.

특히 무심한 듯 덤덤히 말하는 남성무용수의 어투와

공을 들여 음의 높낮이가 두드러지는 여성무용수의 어투가

상반되게 어우러져

음성도 춤의 원형으로 규정지은

상승 하강 회전스럽게 다가오는 점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 공연은 춤을 추는 이의 '태도'

대해 고심한 흔적을 보였는데,

객석에서는

모든 것들이 첩첩이 쌓여

공연이 끝난 이후, 그리고 다소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의 퍼포먼스 이전,

내가 알 수 없는 시간의

태도가 추측과 여운으로 다가오는 게 좋았다.

간결함만을 남기기 위해 그들이

펼쳐놓았을 춤의 성찬이.


어떤 태도로 춤을 추는가는,

객석에 어떤 태도로 당신은 살고 있는가

울림을 주었,

춤에 대응되던 무대 위 모빌이

무의식에 남아

무용을 본 후 꿈속에서 대관람차를 보았다.

철제 구조물로 골조에 매달린 대관람차가

덜컹거리며

상승 하강 회전을 느리게

반복하며 공중에서 돌고 있었다.

어느 도심의 건물 위에서 위태롭지만 조화롭게.



2021.11.16 뉴-에튜 프로젝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안무 임정하

출연 이영례 임정하 허준환

드라마터그 이연주

영상 디자인 임정은 Limvert

무대 디자인 최상지

조명 디자인 이승호

음악 디자인 타무라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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