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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Nov 13. 2021

아가사

난 그냥 네가 좀 더 웃었으면 좋겠어


어두운 내면을 발견했을 때

그건 희열보다는 고통의 순간이라,

그 터널을 지나기까지 또 수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데,

그 길목에서는 타인의 도움도 사치이고

그저 자신을 잘 이겨내야 한다는

지독한 현실만이 남는다.


뮤지컬 아가사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그가 쓰고 있던 소설(미궁 속의 티타임) 겹쳐

창작의 단서가 됐던 실제 인간 관계와,

가 인생의 슬럼프가 동시에 펼쳐진다.

한 축에서는 아가사가 왜 잠시 사라졌고

그러한 사건의 내막을 알아내려는

측근들의 사건수사와 추리 내용이 흘러가고,

다른 편에서는 아가사가 창작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잠적하여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에피소드가 맞물려 돌아간다.



"난 그냥 네가 좀 더 웃었으면 좋겠어."

뮤지컬을 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그리고

"이젠 날 잊지 마."

어두운 자아가 실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웃었으면 좋겠다는 역설이라니!

나는 그 대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어두워질수록 어쩌면 행복에 대한

갈구가 더 심해서 겪는 좌절일 테니깐.

결국 솔직히 내면을 응시하 과정에선

어둡고 밝은 면이 종이 앞뒷면처럼 한데 있다.


명성과 영예를 누리는 추리작가이지만

늘 따라다니는 건 타인과 글에 대한  두려움.

정의를 믿고 글 속 미궁을 따라

글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해도

마음 안 깊숙이에는 조롱과 무시,

쉽게 도는 풍문들에 상처당했 아가사.

뮤지컬

애써 외면하고 눌러두었던 면들이 폭주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의 망상,

이를 어루만지는 어둡고 솔직한 영혼의 소리들을

노래로 풀어놓았.

아가사는 결국 자기 주변의 인물들을 인정하고

고통의 시간을 받아들이며 슬럼프를 듭 짓는다.

자신을 학대하는 대신,

내면에서 그들을 처단하려던 마음을

인정하고 일련의 증오와 고통 이별하

다음 인생을 다시 열정적으로 산다.


https://youtu.be/Ez03DwoKHtU

뮤지컬 아가사 끝 없는 밤 김재범

사실 머릿속으로 알면서 해결하기 힘든 과제들다.

배신과 상처를 주고 받, 치유를 위해

자기 안의 분노나 증오를 들여다 보는 것.

받아들인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해결하기보다는 밀쳐두는 편이 낫다고 느낄 때도 많다.

외면하는 순간만이 첩첩이 쌓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

작품 속  아가사의 자아는 솔직했고

솔직한 만큼 더 아팠고

아픈 만큼 더 살아낼 수 있었다.


아가사 이번 시즌 막공을 보면서

좀 더 내면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 했다.

없이 세상의 많은 작품들 통해

어둔 자아의 얘기를 감상하고 여운을 남기는

그런 과정에서

결국 나의 깊숙한 곳을 대면하지 못하면

허상을 통해 위로 받을지언정

그건 진정한 관극이 아닐 것 같았다.


p.s. 김재범 배우의 박열과 최기완에서

로이로 다시 홍종우로 ... 이번 가을 겨울 계절도

배우 덕분에 기다려지는 작품이 생겨 다행이다.

2016년의 곤투모로우(2021.12.4~2022.2.27)

다시 볼 수 있다니,

타임캡슐을 만난 듯했다.

과거작의 재공연 소식을 들으면

좋은 기억의 옛 친구에게 문득 연락 온 느낌과도 비슷하다.

배우의 배역이 시공간을 넘나들듯

나의 내면과 머릿속도 자유로이 경계없이

다른 세계를 끝없이 경험하며 살고 싶었다.

현실은 발을 디딜지언정.

20211113 유니플렉스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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