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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Oct 21. 2021

운동 쉰 반 달

쉬어서 알게 된 재미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개인 사정을 이유로

보름 넘게 운동을 쉬었다.

더불어 다이어트도 손에서 놓았다.

그렇게 보낸 반 달.

먹고 싶은 것 아무렇게나 먹고

운동 가던 시간엔 책 보고

산에 가던 주말 시간엔 잠을 잤다.


밥과 책과 잠으로 대신 채운 운동의 시간.

그렇게 2~3주를 보내보니 장단점이 두드러졌다.

장점은 타인과 식사할 때

그냥 분위기에 묻어서 아무 메뉴를 시킬 수 있는 것.

음식 고를 때 편한 거였다.

단점은 일상의 잔잔한 재미를 잃은 것.


의외로(?) 간절히 먹고 싶은 메뉴는 없었다.

피자, 떡볶이, 짜장면 등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는데,

다소 심드렁해져 있는 게 신기했다.

대신 날이 쌀쌀해져서 계절메뉴 붕어''을 먹었,

빵이 끌려서 몇 끼 빵으로 채웠다.

''빠레도 먹었다.

1차 백신 맞았을 땐 고기를 먹었는데

2차 백신 맞고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떠올라서 이게 기회다, 싶어서(?) 먹었다.

그중 가장 맛있던 음식은

김연경이 광고하는 삼립 로만 식빵이었다.

요새 주변 누군가가 로만 식빵으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고도 해서,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그 로만 식빵을 맛보았는데,

오랜만에 빵을 먹어 맛이

그럴싸하게 근사하게 다가왔다.

한쪽씩 나눠 몇 끼로 채웠다.


그렇게 한동안 밀가루를 좀 먹었고,

또 먹고나니 별 게 아닌 것 같았다.

밀가루 음식도 사실 혼자 먹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같이 먹다가 음식에도 정드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가을에 빠져 있는 드라마가

인간실격인데, 극중 강재(류준열)에겐

삼립 동그란 크림빵과 비닐 삼각팩 커피우유에

어릴 적 아픈 억이 있고,

그걸 나이가 들어도 도드지게 반복해

상쇄시킬 참인지, 그 메뉴를 계속 애용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놓아버 이 옆에서

크림빵과 커피우유를 먹는 옥상장면이 있는데,

애잔하고 간절하게 다가온다.

빵과 우유는 일상의 버티기 재료로

옥상의 울적한 분위기와 대비된다.

그 빵과 우유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흔하디 흔한 빵이더라도

사람과 시간과 연결된 소품이 되고 보면

그건 어느 순간에라도 꺼내어

먹고 싶은, 아니 딱히 먹고 싶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집는 음식이 되고 만다.

드라마 '인간 실격' 강재 류준열의 추억 식품, 커피 우유와 크림빵

다이어트를 쉬면서

간절히 먹고 싶어하는 기억의 메뉴가

있던가, 내 절제심은 어느 정도일까 떠올려 보았던 게 어쩌면 장점,

그냥 순간의 기분으로 아무렇게나 먹어버린 건 단점이었다.


그리고 어라도 운동을 중단했을 때 최대 단점란,

어떤 특수한 재미가 사라진 점, 반대로

장점은 그 사실을 발견한 것!

음... 다이어트와 운동이, 삶의 재미 지점

발생시켰다니! 내 딴엔 놀라운 발견이었다.

공복을 참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이,

생활에서 재미의 요소가 된다는 점은 신기했다.

운동을 안 하는 순간에는 마음에 부담이 쌓였고

그 짐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동시에 '재미'를 잃었다.

일상에 어떤 특별한 재미를 추가하려면,

그게 운동과 다이어트가 되어도 괜찮겠다.

결과나 과정에서 고통이 있을 순 있겠으나

꾸준히 따라오는 재미도 충분하다.


그러던 와중에 건강 진단 삼아

피를 뽑았고

운동, 정확히는 근육 운동 이전과 이후의

상태를 비교해 보았데,

운동  이전에는 고혈압에 근접해 있었는데

이후에는 혈류 나이가 물리적 나이보다

다섯 살 어리게 나왔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아니라도

수치가 줄어든 것에 놀랐,

그 진단 결과룰 들고 백신 맞은 지 2주 지나

운동을 재개했다.

90분 운동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 1440분 중 90분.

그걸 못 내겠다고 내게 말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이 쌀쌀해지면서 야외 운동도 하기 힘든 시점.

90분 실내 운동에 매일 착수할 참이다.

올해 2분기 정도부터 운동을 시작해

3분기까지 재미를 느끼며 기분 상승을 경험했고

날이 추워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 4분기 시작을 쉼으로 열었다.


쉬어보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었다.

재미없음보다 재미있음을 위해

새로이 도전해야겠다.


춥고 움츠러들더라도 움직이기!

운동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이나 관계가 쉬어보면

더 간절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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