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Nov 29. 2021

그대 자유로운가

뮤지컬 박열

사적 영역의 사랑 대(vs) 공적 영역의 일.

개인적 신념으로서의 정치적 견해

대(vs) 세계 속 존재하는 나,

한데서 벌어지지만 거리감이 생기기도 쉬운,

가끔은 상충되어 힘든 것들이다.

사랑을 좇다 일이 멀어지고

일만 좇다 사랑이 사라지거나,

정치적 견해를 내세우다 고집스레 변하거나

두루뭉수리 세상에 섞이다 나를 잃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느냐, 누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이긴 하지만

범박하게 생각하면 균형을 추구하기란 어렵다.


뮤지컬 박열은 일제 강점

신념과 사랑을 동시에 지킨, 보기 드문

아나키스트의 열정을 다룬 작이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리메이크했는데,

노래가 주가 되다 보니

박열과 후미코의 강렬한 감정이 더 세게 다가왔다.

짧고 굵게 서로 사랑했고 함께 저항하고

각자의 사상적 파트너이자 반려자가 되었다.


"그대 자유로운가"


박열의 한 마디에 일렁였고

부르주아들은 신혼여행이라는 걸 간다는데

우린 함께 책을 만드는 건 어떤지

그 말에 설레었다. (그게 설렐 일인가)

가끔 일제 시대에 태어난다면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현상금 거액이 걸린 신출귀몰 독립투사가

된다면 가장 멋질 일이고

그들의 브레인이 어도 좋고,

끝까지 자신은 평민이란 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끼며 세상의 온갖 권위에 딴지 거는

박열 같은 삶 또한 멋졌을 것이다.

그저 살기 위해 버티는 인생보단

활활 타면 좋았을 텐데,

실제론 억압 받는 삶에서 신음하는 이들이

더 많은 시대여, 상상조차 송구스럽다.

그래서 더더욱

겁 없고 당당한 이들. 이름을 몇 개 가지고

일제 체제를 교란시키고

불꽃같이 몸을 던진 이들의 일화는 경이롭다.

폭탄을 던지기 위해 책 장수로 변신한다든가

지붕을 타고 다니며 장총을 쏘는 과감함.

실제의 아슬아슬한 고통들은

활자와 영상에선 현실 감각이 다소 사라지며

빛나는 에피소드로만 남는다.


뮤지컬 박열 속 인물을 보면서도

그러했다.

춤을 추며 사랑에 환희를 보내며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의 신념을 지켜주고자

비밀스레 활동하다

법정에 서서 항거하는 모습들은

사회운동가이나 사실 자기를 표현한

한 인간이었고,

자기를 불태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열에 들뜷는 인물을 만나게 했다.


20년대 비밀조직을 만들고 불온 서적을 내고

점점이 영향을 미치던 그 커플의 삶은,

뮤지컬에서 노래로 끝없이 흘렀고

박열이 일본 법정에서 굴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무장했던 모습들이

연기와 만나면서

저런 식으로 살지 못하는 삶이 못내 아쉬웠다.

다시 태어나면 좀 더 과감하게 살고 싶고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이후에라도...

좀 더 일상에 용기보자는 생각을,

엔딩 장면을 보며 떠올렸다.


나는 하찮은 평민

그러나 품은 게 많아 숭고한 평민.

아무 것도 아닌 채로 고통과 방황 속에

흘러갈 수도 있을 보통의 사람에게 ,

불꽃처럼 태울 상대와 신념을 지키라는

영원의 응원을 보낸 뮤지컬.

박열!





작가의 이전글 돼지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