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물리적춤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미래의 방문객
2020. 08.17 -21. 무료 인터넷 라이브 공연
과거 관람했던 공연을 떠올릴 때면
시나 그림, 노래 등이 겹쳐 생각이 난다.
인상깊은 장면이나 음악들이 농축돼
어떤 글귀로 압축되기도 하는데,
공상물리적춤을 기억하면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구절이 맴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의 무용수가 각기 다른 개성 있는 그림을
몸으로 그리고 그게 한데 모여 춤의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어릴 적
주변 모든 것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대화를 나눴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물리적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데
주변 세계에 한껏 열려 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플라스틱 용기가 탐구생활 미술 숙제 과제물로
변하고 가방에 담는 사물 하나하나가 소중한
친구가 되던 방학 같던 시간으로.
밤새 골목에서 놀고 싶은데
돌아가야 하는 동네 기억으로.
집 안팎 모든 사물이
디즈니 찻잔이나 야수처럼 말을 걸던 시절로.
빠르게 필름이 감긴다.
어른이 되고 나면
쓸데없다 핀잔받고 말 여러 상상의 놀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마냥 즐겁게 이해 받을 일이었다.
나는 그 이해의 순간이 어른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난 광경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예술가들은 주변 사물과 움직임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수려한 춤의 향연을 펼친다.
어른이 보면 심오할 수도 있고
아이가 보면 마냥 즐겁게 따라하고 싶어지는
어른이들의 기술적인 춤의 세계.
처음에 보았을 때는
오묘한 존재들의 생활 속 출구찾기를 본 듯 했고
또 보았을 때는 과거에서 타임슬립으로 달려나온 전사들의 미래습격 같기도 했으며
또 또 보았을 때는 마냥 들썩이게 만드는 폭주하는 놀이기구와도 흡사했고
또 또 또 보았을 때는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자신이 가진 세계의 경계를 열고 내게 다가오는 방문객들 같았다.
워낙 춤을 잘 추는, 힘있게 움직이는
이들이라서도 그랬지만
각자 너무 다른 외형적 이미지와 분위기를 갖고서
그게 조화를 이룬다는 데에 경이로웠고
그 에너지가 관객과 어울려
극장 안 공기가 붕 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들 연극 축제에 소개되면서
어린이들 관객들이 소극장 한쪽에
다른 무대를 만든 양
거침없이 깔깔거리고 환호하고
사라지는 무대를 아쉬워했다.
어느 아이는 공연이 끝나자
무용수가 만졌던 소품 하나를
직접 만져보고 싶다고
무대로 향해 갔다.
직원 제지로 결국 그 앞으로
못간 채 극장 밖을 나서는데,
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사회에 진입하고 제어하고 일상을 감내해야만
하는 어른의 미래 모습이 떠올랐다.
무대로 더 가까이 가고 싶던 순수한 동기,
사람과 주변에 열린 모습으로 가고 싶지만
어느 순간엔 어느 곳엔가
그 순수성이 조금씩 훼손 당하고
ㅇㅓ느 때에 이르러서는
훼손 당한 사실조차 모르게 되는 단계.
어른이 된다는 건 점점 저렇게
무대열기, 신나던 무언가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인 게 아닐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더 깊이 애정있게
어린이, 어른이에 다가오는
창작자나 퍼포머들이 존재한단 사실이었다.
따뜻한 위로!
시 방문객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보면,
부러지기 쉽고 부러지기도 했을 마음.
그 맘을
더듬은 바람을 흉내낼 수라도 있다면
환대라고 정의하는데,
공상물리적춤의 각 장면들은
부러졌을지도 모르는 어른의 감각과
부러질지도 모를, 부러지지 말았으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춤으로 보듬는다.
그리고 객석의 저마다 개인을, 나를
영원히 환대할 것만 같다.
폭풍처럼 다가와
순풍으로 남는 그들의 인사.
모든 것은 춤이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