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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Nov 03. 2024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노래는 영원하고

신해철  트리뷰트 10주기 콘서트

- 신해철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본 건,

시청 앞 광장 노제 때였다.

본인이 즐겁게 사는 게 그 무엇보다 귀중한 거란

뼈 있는 얘기를 들려주며

밤새 준비했다는 엠알을 배경으로

홀로 <민물장어의 꿈>을 불러주었다.

지금도 문득 문득 듣다보면

이입이 되어 감동 받는 노래다.

소리없이 눈물도 흐르는 곡.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 노래를 들으면

거울 앞에 자존심만 남은 사내가 왠지 나인 것만 같아,

"의미도 없이 잊혀지기 싫은 두려움"이란

솔직한 토로에 자기 연민에 빠지는 곡이기도 하다.

끝이 있는 인생에 대해 사색에 잠기기도 하며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자는


- 신해철 라디오 방송을 마지막으로 들은 건,

새 앨범을 내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임시 디제이를 했을 때인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였다.

두 기억이 뒤섞여서 어떤 게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디제이 휴가가 먼저고 신해철 앨범 발매가

뒤쪽이었나, 언제 '다시듣기' 서비스 이용해야겠다.

말을 매력있게 잘하는 그는,

라디오 청취자들에겐 거의 신의 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할 말이 많다고 했.

할 말 하고 살지 않느냐는 배철수 디제이에 질문에도

아직,이라고 했다.


그런 그였다.

아직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남은 얘기들,

새로 맞이할 얘기들, 그가 세상을 헤쳐 나가며

들려줄 이야기들이 궁금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신해철 트리뷰트 콘서트에 다녀왔다.

10주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역에 내려 인스파이어 셔틀을 타고 갔다. 셔틀을 기다리는데 이 줄이 신해철 노래를 함께 듣기 위한 행렬이다보니 어쩐지 더 기다려지는 마음이었다. 인스타이어 리조트로 가는 길목은 공항 활주로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었다. 세로로 가지런히 늘어선 비행기들을 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데에 감탄했다.

호텔 아레나 공연장에 들어서자 이미 도착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해 함께 보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며 매표소 앞 기둥에 붙은 전원으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다.

누군가 등을 쳤고 친구였다. 10여년 만에 봤는데 예전 느낌 그대로였다. 연락은 늘 나눴지만 서로 바빠 얼굴은 보지 못했는데, 신해철로 이어져 함께 보게 됐다. 시간이란 어떤 때에는 굉장히 상대적이고, 취향이 같은 경우엔 세월을 건너 뛰어도 전혀 어색할 게 없었다. 간단히 폴바셋 진한 커피와 우유 롤케이크를 사먹고, 두통약과 박카스를 사든 뒤 공연장에 들어섰다. 친구가 사준 나머지 두통약은 가방에 넣었다. 바삐 공연장으로 향하는데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간을 바투로 도착했기에 거의 도착하자마자 무대가 시작되었고 홍경민이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첫 주자로 출연했다. 로커로 분한 홍경민은 오랜만이었기에, 라이브를 소화하는 데 너무 멋져 보였다. 오프닝과 엔딩을 누가 할까 궁금했는데 홍경민과 싸이가 맡았다.김동완과 고유진이 홍경민과 함께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넥스트 멤버 기타리스트 김세황, 베이시스트 김영석, 드러머 이수용 등과 함께 했고, 그 외 출연진은 개별적 라인업으로 본인 유행곡과 신해철 음악을 섞어서 불렀다. 오랜만에 플라워 고유진 무대를 봐서 좋았다. 친구랑 폴바셋에서 얘기할 때 고유진을 윤종신 99년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처음 보았다고, 그때 데뷔를 앞둔 이라고 소개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 깜짝 놀랐단 얘기를 했던 터였다. 고유진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곡을 고유진 음성으로도 듣고 싶었다. 그 곡은 이후 솔라가 여성 보컬 특유의 애절한 감성으로 불렀다.  

실은 모두 넥스트와 세션을 맞추리라 기대하고 갔는데 그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모든 가수들이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렇게 신해철 기리눈 축제처럼 몇몇 로커는 넥스트화 되고 다른 가수들은 그를 기리는 헌정 공연으로 테마만 맞추고 자기 공연을 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이렇듯 좀 느슨해야 신해철 트리튜트가 계속 될 거 같아서였다. 만일 빡빡하게 모든 라인업이 신해철 노래로만 짜여졌다면, 팬으로선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가수들이 출연할 때 연습 시간이 부족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특히 예성이 "일상으로의 초대"나 김범수가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등을 부를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 곡을 소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던 점을 내비칠 때, 후배 입장에선 저럴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원곡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오롯이 그 가수의 몫인데 섭외에 기꺼이 응했더라도 쉽지 않을 퍼포먼스로 보였다.

신해철 트리뷰트의 첫 날을 보았는데 이 날은 솔라나 싸이의 댄스뮤직부터 김범수의 발라드나 넬과 해리빅버튼의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음악 축제였다.

신해철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저들이, 나의 팬들과 동료와 후배들이 저렇듯 즐겁게 즐기고 있구나 좋아할 거 같았다.

신해철의 홀로그램이나 음성을 들을 줄 알고 갔는데, 그게 아니었는데 예상 밖의 무대가 오히려 또 다른 깨달음을 줬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도 누군가들은 그 부재를 슬퍼만 하며 보내기보다는 그 절망 속에서도 한껏 더 절실히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 신해철 트리뷰트에서 각자의 무대 실력을 십분 발휘한 가수들을 보며 한 생각이다.

https://youtu.be/2oswPClg32M?si=YUp4zhnFa2D-mpX7

가장 추천하고픈 신해철 트리뷰트 뮤직비디오, 월간윤종신

<고백>. 신해철과 윤종신의 목소리가 교차되는 부분과 저 초상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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