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역에 내려 인스파이어 셔틀을 타고 갔다. 셔틀을 기다리는데 이 줄이 신해철 노래를 함께 듣기 위한 행렬이다보니 어쩐지 더 기다려지는 마음이었다. 인스타이어 리조트로 가는 길목은 공항 활주로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었다. 세로로 가지런히 늘어선 비행기들을 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데에 감탄했다.
호텔 아레나 공연장에 들어서자 이미 도착한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해 함께 보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며 매표소 앞 기둥에 붙은 전원으로 휴대폰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다.
누군가 등을 쳤고 친구였다. 10여년 만에 봤는데 예전 느낌 그대로였다. 연락은 늘 나눴지만 서로 바빠 얼굴은 보지 못했는데, 신해철로 이어져 함께 보게 됐다. 시간이란 어떤 때에는 굉장히 상대적이고, 취향이 같은 경우엔 세월을 건너 뛰어도 전혀 어색할 게 없었다. 간단히 폴바셋 진한 커피와 우유 롤케이크를 사먹고, 두통약과 박카스를 사든 뒤 공연장에 들어섰다. 친구가 사준 나머지 두통약은 가방에 넣었다. 바삐 공연장으로 향하는데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간을 바투로 도착했기에 거의 도착하자마자 무대가 시작되었고 홍경민이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첫 주자로 출연했다. 로커로 분한 홍경민은 오랜만이었기에, 라이브를 소화하는 데 너무 멋져 보였다. 오프닝과 엔딩을 누가 할까 궁금했는데 홍경민과 싸이가 맡았다.김동완과 고유진이 홍경민과 함께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넥스트 멤버 기타리스트 김세황, 베이시스트 김영석, 드러머 이수용 등과 함께 했고, 그 외 출연진은 개별적 라인업으로 본인 유행곡과 신해철 음악을 섞어서 불렀다. 오랜만에 플라워 고유진 무대를 봐서 좋았다. 친구랑 폴바셋에서 얘기할 때 고유진을 윤종신 99년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처음 보았다고, 그때 데뷔를 앞둔 이라고 소개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 깜짝 놀랐단 얘기를 했던 터였다. 고유진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곡을 고유진 음성으로도 듣고 싶었다. 그 곡은 이후 솔라가 여성 보컬 특유의 애절한 감성으로 불렀다.
실은 모두 넥스트와 세션을 맞추리라 기대하고 갔는데 그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모든 가수들이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렇게 신해철 기리눈 축제처럼 몇몇 로커는 넥스트화 되고 다른 가수들은 그를 기리는 헌정 공연으로 테마만 맞추고 자기 공연을 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이렇듯 좀 느슨해야 신해철 트리튜트가 계속 될 거 같아서였다. 만일 빡빡하게 모든 라인업이 신해철 노래로만 짜여졌다면, 팬으로선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가수들이 출연할 때 연습 시간이 부족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특히 예성이 "일상으로의 초대"나 김범수가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등을 부를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 곡을 소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던 점을 내비칠 때, 후배 입장에선 저럴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원곡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오롯이 그 가수의 몫인데 섭외에 기꺼이 응했더라도 쉽지 않을 퍼포먼스로 보였다.
신해철 트리뷰트의 첫 날을 보았는데 이 날은 솔라나 싸이의 댄스뮤직부터 김범수의 발라드나 넬과 해리빅버튼의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음악 축제였다.
신해철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저들이, 나의 팬들과 동료와 후배들이 저렇듯 즐겁게 즐기고 있구나 좋아할 거 같았다.
신해철의 홀로그램이나 음성을 들을 줄 알고 갔는데, 그게 아니었는데 예상 밖의 무대가 오히려 또 다른 깨달음을 줬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도 누군가들은 그 부재를 슬퍼만 하며 보내기보다는 그 절망 속에서도 한껏 더 절실히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 신해철 트리뷰트에서 각자의 무대 실력을 십분 발휘한 가수들을 보며 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