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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랑

90년대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가요

by 레아

https://youtu.be/Z8W0VPTgg3Q?si=S1s5ErDZ_eoOfr9X

슬픔이나 우울함이 지배할 때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듣는 노래가 있다.

김민종 록 발라드.

남성 대 여성 리스너 비율이 거의 70:30(멜론 어플에서 인기곡들의 청취 비율을 체크). 그 30 퍼센트에 나도 속한다.

김민종 이미지는 친구 좋아하고 친구 믿어주는 의리파다. 사람들 연애 스몰토크에서 그런 사람은 연인으로 힘들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그런 사람을 편애하는 까닭인지, 김민종 가수를 보면 예전 사랑한 사람도 떠오르고 애틋해진다. 그리고 노래를 썩 잘 부르지 못함에도 내가 김민종을 좋아하니 김민종 노래를 불러주던 사람이 생각난다. 기분이 다운되었다고 하면 노래방에서 김민종 모창을 해주곤 했다. 그런 게 진짜 감동이다. 못하지만 진심이 들어간 어떤 표현들. 사랑하는 사이 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일에서도 서툴지만 마음이 담긴 행동들,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얼마 전 장범준 평일 콘서트를 갔는데, 남자 팬들이 어찌나 많은지... 게다가 그들이 애틋하게 몸을 조금씩 좌우로 리듬에 맞춰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뭔가 다소 어색한 몸짓인데 굉장히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든 누군가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연습했든, 그들은 그 노래 속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순간 그들의 장범준이 나의 김민종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노래 좀 한다하는 친구들, 노래를 못하는 친구들 너나할 거 없이 "그대여, 난 오늘도 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달래보고 있지만,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지만 ... 하지만 사랑해요. 난 ... 그대" 이 구절을 연마했고 열창했다. 주변에 꼭 있던 존재들.

마치 장범준의 "그렇게 노래방에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 불렀네." 그런 느낌이다. 달라진 거라면(?) 20세기에는 홍콩무비처럼 형님미가 있었고 21세기에는 교회 오빠미가 있다. 왠지 김민종은 홍콩스타 같은 느낌이 강해서, 민종이 형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어릴 적 홍콩 배우를 좋아했던 이유가 그들이 노래, 춤, 연기가 다 되는 가수와 배우 겸업이 자연스러웠던 것인데... 국내 김민종이 그랬다. 연기, 노래, 춤이 다 됐다. 그래서인가. 시간이 흐르고 김민종이 강남의 뮤지컬 무대에서 고종을 연기할 때 노래, 춤, 연기를 다 볼 수 있어 좋았다. "여기가 청국인가?"라는 대사를 하는데, '여기가 천국이에요'라는 마음이었다. 김민종에게는 유난스러운 "삘"이 있다. 다른 사람은 그대로 복제하기 어려운, 그만의 감정 도취가 있는데 나는 거기에 매료되고 거기에 치유된다.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감 같은 것도 있고 어릴 적 추억에 잠겨 설레기도 하고. 여러 힘이 된다. 문득 차를 타고 가다 누군가에게 전화해 "그 노래가 뭐였더라? 불러줘"라고 서슴없이 부탁할 수 있는 그런 느낌? 갑자기 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라고 말할 수 있는 충실한 감정 느낌? "집 앞이야" 불쑥 말할 수 있는, 철철 흘러 넘치는 그리움. 그런 게 김민종 가수와 노래같다. 22년에 발매한 긴 밤도 창법이 다소 바뀌긴 했지만 "그리운 마음이 긴 밤을 지나가네. 덩그러니..." 그 느낌 역시 딱 김민종이다. 잠들지 않고 위로 받고 싶은 밤, 가장 위로가 될 분위기 타는 목소리. 내가 처음으로 구매했던 테이프의 주인공. 김민종 앨범이었다. 1992년에도 2024년에도 여전히 밤을 채우는 노래들.

그 사이 가수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한 번은 일로, 한 번은 우연히 마주쳤는데, 노래 느낌처럼 너무 다정해서 나도 모르게 제 예전 남친들도 민종님을 정말이지 흠모했어요,라고 말할 뻔했다. ^^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좋아 어쩔 줄 모른 채 사인을 받았는데, 지금도 어떤 매체에서 보더라도 확실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가수다. 응답하라 시리즈 1997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착한 사랑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가수. 그가 서명에 써준 짧은 문장 "추억은 힘이 있다." 그 힘은 참 깊고 진했다. 지금 이 순간들도 언젠가의 추억이 될 테니, 마음 가는 대로 감정을 쓰며 살고 싶다. 가수의 신곡발매와 라이브도 계속되길 바라며.

https://youtu.be/CmTBNA5h5CI?si=bggkWvWyBVEdS3kt

https://youtu.be/dkKMKmAr3ig?si=Ucvf2yWqo9B6Vp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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