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기분

초긍정 스위밍

by 레아

https://youtu.be/3bM-1aUdUGs?si=rhBauPLCkbYLjb7a


수영은 기분이 좋아지는 운동이다. 가장 재미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필라테스는 속근육을 써서 버티느라 힘에 부치고, 춤은 리듬감을 느껴야 하는데 몸이 둔탁거리면 스트레스를 받고, 발레는 스트레칭부터가 난관이다. 헬스는 기구를 이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지루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다들 진정 체육인들의 분야인가 싶기도 한데, 수영은 물에 둥둥 떠서 혼자 하면 되니깐 개인적이면서 가장 빠르게 엔돌핀이 도는 운동 같다. 물론 처음에 영법을 기초부터 익혀야 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모든 운동은 결국 자신과의 밀당이다. 오랫동안 내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은 뭘까. 요새 찾는 중이다. 그 한 가지를 지키고 싶다. 그게 내겐 조깅과 자전거였는데, 자전거를 타다 다리를 다쳐 지금은 뻣뻣해진 다리로 달리기 어렵다. 재활 운동 차 예전에 매일 하던 수영을 택했다. 집 앞에 수영장이 있을 땐 거의 매일 갔는데 이사를 했고 매일 수영은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대신 택한 건 자유수영. 주말마다 좀 먼 데라도 수영장을 찾아가서 수영하기 시작했다.

자유수영은 각 지역 시설관리공단의 수영장을 이용하면 4천원 정도로 입장료를 내고 1시간 즐길 수 있다. 수영장에 가면 자판기도 잘 돼 있고 안내원이 직접 표를 끊어주기도 한다. 요샌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데로 간다. 집 가까이 수영장이 없다보니 검색해서 주말에 연 곳을 이용한다. 올해 서울 전역 시설관리공단의 수영장을 이용해볼까? 카페나 전시장 돌듯 가보고 싶어졌다.

암행이(관계자가 시설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불쑥 몰래 가서 보는 것)도 아니고, 무슨 ... ?! 그런데 어디가 더 재밌고 편리한지 이것도 '도장깨기'를 해보면 어떨까. '루틴'이 운동에선 중요하지만 '이벤트'를 좋아하는 나로선, 더 많은 곳을 이용해보고픈 마음도 있다.

일단 지금 가장 끌려서 가는 곳은 광진구의 문화예술회관 지하 수영장이다. 이곳은 건대입구역 롯데백화점 옆에 있는데 먼저 도착하면 롯데백화점 지하1층에 교보문고가 있기 때문에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 된다. 근처 양꼬치 거리나 화양동, 노룬산 재래시장 등 먹을 데도 많아서 수영 끝나고 출출하면 들를 데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예술회관이다보니 공연을 하고 있다. 요새 지역극장에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라인업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 극장은 내가 신해철이 뮤지컬 출연할 때 봤던 곳이기도 하고, 제3세계 음악에 한껏 빠져 있을 때 어느 밴드의 내한을 봤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극장과 운동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내가 사는 곳 10분 거리엔 없기 때문에 굳이 시내(?)로 갔다.

여기 수영장이 좋은 점은 물이 일단 깊다. 허리까지 오지 않고 가슴까지 온다. 물도 따뜻하다. 겨울에 가도 오히려 추위를 피한다. 심지어 마치 온천수처럼 따로 탕 분위기의 풀장도 만들어 놓았다. 거긴 어르신들이 다 목욕탕처럼 누워 있어서 잘 이용하진 못했지만, 사람이 적을 땐 들어갔는데 편안. 수영장인데 온천도 이용한 느낌이랄까. 4천원에 이렇게 한 시간이 행복할 수 있다.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레일도 따로 있다. 어떤 수영장은 걷기용이 없다. 이용자도 많은데 걷기용을 따로 두기가 여건상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재활로 이용할 때는 이렇게 걷기용이 있으면 마음이 좀 더 편안하다. 누가 나를 앞지르지도 않고 부딪힐 염려도 없으니, 반복해 물 안을 걸으면 된다. 아쿠아로빅장처럼 한자리에서 제자리걷기나 뛰는 사람도 있다. 동선 방해만 안 하면 거의 워터파크 아닌가? 심지어 얕은 물 풀장에서 주짓수 하는 남학생들도 봤다. 나는 처음에 저들이 물 안에서 유도를 하나 하고 쳐다봤는데, 오며가며 다시 보니 주짓수였다. 참, 물의 깊이나 풀장에 따라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생각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수영장에 가면 물이 솜이불처럼 느껴진다. 몇 번 자유형을 오가면 몸도 데워진다. 같이 간 동생에게 수영하고 나와 팔다리가 쑤디다 하니, 내가 힘을 주고 팔다리를 저은 것 같다고 했다. 모든 생활 체육의 기본은 힘빼기라고. 다음에 할 땐 힘을 좀 빼고 편안하게 하는 연습을 해보라 했다. 그런 것 같다. 힘을 너무 주면 뭘 해도 망친다. 이건 운동만이 아니다. 생활도 그렇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친 날은, 몹시 피곤해서 운동을 쉬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데 굳이굳이 나갔다. 잠을 덜 자고도 아침 일찍 한강에 가서, 일찍 운동하고 쉬면 되지,라고 나를 몰아부쳤다. 힘에 부치도록 시간을 쓴 게 화근이다. 그냥 늦잠을 잤으면 안 다쳤을 게 아닌가. 가장 좋아하는 한강에서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한강 다리 밑에서, 나는 내리막길에 속수무책으로 고꾸라졌다. 사실 나를 추월해 들이받은 사람이 미울 법도 한데, 딱히 생각은 안 난다. 내가 그날 너무 열심히 살려고 애를 썼다는 게, 조금 후회된다. 그리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나도 고생 중이다. 겨울이 되고 추위가 예사롭지 않아서 영향도 받고 있다. 나이 들어 몸이 쑤셔서 날씨 예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내일 더 추울지 눈이 올지 비가 올지 몸 상태를 느끼면 알 것도 같다.

의사 선생님은 대체 이거 언제 낫지? 지겹다! 라고 생각할 즈음 자연스레 나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좀 나아진 거 같다고 다시 운동을 무리해서 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그 말을 지키려고 오늘은 수영 다음, 헬스를 가려고 옷을 챙기다 말고 그냥 스터디카페에 와서 이 글을 끄적이고 있다.

온 몸이 나른하다. 수영을 한 직후라서 그렇다. 한 시간 수영에도 이렇게 피로해지다니, 서서히 체력을 끌어올리고, 온 동네 주말 수영장 도장깨기를 하고 나면 불쑥 나의 몸과 마음은 더 튼튼해져 있을 것이다. 몰아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대로 하되 정도를 넘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종목들을 배우러다녀야겠다.

수영, 무용, 요가. 올해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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