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조건없이 순수했던 관계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
by
레아
Mar 16. 2020
배우 정동화의 앨빈, 강필석의 토마스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관람했던 날.
나는 기억에 숨어 사는 어떤 관계들을 떠올렸다.
뮤지컬은 친구 간 관계의 성립과 진행, 갈등, 타협, 회상 등의 단계별 에피소드를 보여주었는데,
그 안에서 앨빈과 토마스에게 동시에 이입되었다.
앨빈은 천진난만하고,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은
천재기 있는 매력쟁이 소년이었고,
토마스는 이성적이나 그런 순수성을 동경하고
자기관리나 처세에 어느 정도 능숙한 청년이었다.
시골에서 유년기, 학창시절을 보내며
우정을 쌓았던 둘은 굵직한 상처들 앞에서
함께 했다.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이라든지
그들을 가로막은 사회적 관습 같은 것들.
가령 이 나이에는 이래야 하고 학교에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 등등.
그 안에서도 앨빈은 자기 세계 안에서 사는 소년였고
토마스는 적절히 앨빈의 순수성을 취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토마스가 고향을 떠나고 작가로 성공하고
앨빈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관계는 멀어지고
결정적으로 앨빈이 토마스의 환경을 비하하는
말을 던지면서 이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맞는다.
아버지의 책방에서 세계를 간파하는 앨빈과
다른 세계로 나아가 과거의 세계를 쓸 거리로 삼아
성공한 토마스.
둘은 각자에게 유년기를 빚지고 있다.
앨빈의 아픈 순간을 토마스가 위로했고,
토마스의 작가로서의 원천 소스는 앨빈이었다.
누군가 죽는다면,
한 명이 그를 추모하는 송덕문을
쓰기로 약속했던 사이.
삶과 죽음을 쉬이 말하며 자신을
모두 꺼내 보일 수 있던 친구.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를 보면서
유년기, 어른아이(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떤 상태랄까? 혹은 몸은 어른이 되었으나 마음은
늘 아이같던 어느 시기)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공연되어 팬층이 두툼한 솜.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의 줄임말)
왜 십 년 간 사람들을 이끄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런 내용 정보 없이 십 년 공연을 보았던 날.
둘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장면
앨빈이 아버지의 얘기를 해맑게 늘어놓고
그 광경을 멀리서 황망히 쳐다보던 토마스.
한 쪽의 재능을 다른 한 쪽이 자조이든
선망이든 인정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무대.
자신의 내적 재능을 결코 자랑하지 않고
자연스레 삶에 녹여 일상이 예술인 앨빈.
무언의 중얼거림. 그 안에서
많은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앨빈의 수많은 말은 고요한 묵음의 읖조림으로
연출되었고,
정동화 배우의 연기에 문득 눈물이 났다.
나의 토마스, 앨빈들이 떠올랐고
내가 누군가의 앨빈, 토마스였던 순간들.
지금 긴밀히 관계맺지 않으나
마음 깊은 곳 남아있는 친구, 잔잔히 내 인생에
늘 영향력을 끼치는 소중한 벗 몇이 그리웠던 까닭이다.
언젠가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옛 친구의 얼굴에 앨빈이나 토마스가
겹칠 듯했다.
좋은 공연은 결국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구나,
옛 친구가 그리워질 때면
혹은 강필석, 정동화 연기가 더 보고 싶을 땐
솜의 노래들을
멜론을 통해 듣고 있다.
코로나 19 초반 유행기, 2020년 2월의 밤.
삼성역에서 마스크 쓰고 본 뮤지컬.
P.S. 강필석이 연기한 '나인' 뮤지컬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토마스가 매너리즘에 빠져 고민하는 연기를 보면서
어쩌면 나인에서 창작력 고갈에 고민하는 귀도를
저런 분위기로 지금 표현할 수 있겠구나
바라보며 감탄 관람.
글메모. 200316 카페베네. BGM 정인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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