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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Feb 19. 2023

메타(페이스북) 인턴 기록 #2 디자인 인턴 성장기

프로덕트 디자인 인턴 성장기

저는 벌링게임에 Meta Reality Labs(AR, VR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자세한 지원 과정은 이전 글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턴쉽 기간 동안 배우고 느꼈던 점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NDA (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 유지 협약서)를 작성하여, 프로젝트와 팀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메타정도의 규모의 빅테크 기업들은 팀마다, org마다 문화가 다릅니다. 제 경험은 오직 제가 속해있던 부서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이며, 제 글은 오직 저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첫 "메타(페이스북)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제외하면 회사 생활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이 글은 제가 나중에 경력을 더 쌓아 인턴 경험을 다시 회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일기 같은 글입니다. 제가 한 일보다는 제가 느끼고 배운 점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다른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메타에서 일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것이 짜릿할 정도로 즐거웠고, 많은 도움을 준 내 매니저와 팀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글로 써서 아무도 못 읽겠지만.. 이미 우리 팀 코워커들은 다 내 마음을 안다고 생각한다.) 




메타(페이스북)는 어떻게 일하는가?


Move Fast. Focus on Long-Term Impact. 메타의 문화에 대해 명시된 페이지


메타는 다른 빅테크 미국 기업들처럼 수평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출근 시간이나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하이브리드, 재택근무 등 다양한 방식의 근무 방식도 채용하고 있다. 개인의 직급이 공개되지 않으므로, 내가 인턴이라고 직접 밝히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에서 아무도 내 나이를 모르고, 타인의 나이를 묻는 일은 매우 실례이다). 사내 시스템을 이용하여 아무에게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상대방의 캘린더를 보고 빈 시간대에 1:1 미팅을 자유롭게 잡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문화를 방증한다. 


TL;DR 문화

메타뿐만 아니라 많은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TL;DR (Too long; Didn't read"이다. 직독직해하자면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어요"이지만, 이것보단 "세줄 요약 좀"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생활에서는 "Can I get a TL;DR?" "Can anyone give a TL;DR about the meeting this morning"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회사에 있으면 읽을 것도 너무 많고, 내가 태그 된 게시물들, 내가 속해있는 그룹 포스트와 챗이 너무 많아지기에, 어떤 포스트를 쓰던 상대방이 쉽게 내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TLDR을 상단에 제공한다. 내 포스트를 훑어볼 사람도, 내 포스트를 꼼꼼히 점검할 사람도 이해의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려는 말의 핵심을 똑같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디자인 및 협업은 피그마를 사용하고, 프로토타입은 페이스북에서 제작한 Origami와 자유도가 높은 After Effect을 추천하지만, 사실상 본인이 더 편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Protopie, Principle 등). 디자인 크리틱 및 프레젠테이션도 기존 디자인 파일에 페이지를 별도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피그마를 활용하여 제작했지만, 외부적으로 나가는 ppt나 XFN위주의 피피티는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사용했다. 단체 브레인스토밍이나 해카톤에는 피그잼을 사용했다. Meta Reality Lab부서에서는 Spark AR로 간단한 AR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하고, 유니티를 사용하기도 한다. 엔지니어와 협업할 수 있게 사내 클라우드에 올리는 시스템도 있었지만, 우리 팀 프로젝트는 기밀 프로젝트라 해당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주로 노션을 사용해 왔는데, 회사 컴퓨터에 노션을 설치하지 못하게 해서, 나중엔 사내 프로그램에 기록했다.



어떻게 내가 가장 '잘'일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팀에서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 


온보딩 경험

회사에 정말 감사했던 것은, 내가 일만 잘할 수 있게 팀, 매니저, 그리고 회사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던 점이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온보딩(onboarding) 과정을 거치고, 여기서는 회사의 문화, 이메일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법과, 기본적이지만 신입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 포함된다. 수많은 인턴 오리엔테이션, game night, 각종 이벤트를 통해 다른 분야의 인턴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제공한다. 개발자의 경우 부트캠프를 거치기도 한다. 회사의 입사 절차라고 하면 형식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잘러'의 이메일 예시, 혹은 '일잘러'의 미팅 노트 적는 법, 바빠 보이는 상사에게 피드백 요청하는 법 예시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많이 다뤄서 여기서 배운 걸 앞으로 잘 써먹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일할 수 있는가?

처음에 팀원들을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에 나를 소개하며 내가 어떻게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디자이너인지 설명하는 것이었다. 메타정도 규모의 회사에는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디자이너가 모이고, 각자의 강점과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근무 환경을 잘 조성해 주려 노력한다. 내가 어떤 강점을 가진 디자이너인지, 이번 일하는 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더 발전시키고 싶은지,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 선호하는지 등, 이메일을 선호하는지 간단한 ping을 선호하는지, 내가 WFH(Work From Home, 재택근무)와 On-site(회사 출근)중 어떤 형태가 더 능률이 좋은지, 내가 어떻게 가장 잘 일할 수 있는지 얘기하고 모두 그 점을 서로 존중해 주는 점이 너무 감사했다. 정말 자율도가 높지만 책임도 그만큼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XFN과의 협업 문화


Collaboration with XFN. 실리콘벨리의 회사들이 중시하는 협업문화.


미국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다면 필수로 알아야 하는 단어 "Cross-functional collaboration" 

메타는 주로 XFN Partners라고 줄여 부르지만, 풀어쓰면 Cross-functional Partners라는 뜻이다. 이는,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경우, 함께 일하는 PM (프로덕트 매니저), UX Researcher, Data Scientist, 그리고 엔지니어 등을 말한다. 물론 프로젝트에 따라 협업해야 하는 직군이 훨씬 더 다양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XFN들과 미팅이 수도 없이 많다. 내가 혼자 다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 팀 외 다른 팀의 XFN과도 미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FOA(Family of Apps) 쪽에서 비슷한 리서치를 한 경우가 있어서, 인스타그램 부서에 일하고 있는 UX 리서처와 미팅을 잡아 피드백을 잡은 적이 있다. 또 다른 예시로,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 자문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메타의 (해당 한 분야 수장)에게 메시지로 소속팀과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사내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하게도 1시간 정도 미팅을 잡아 내 프로젝트와 여러 회사의 자료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렇게 자료를 cross-check 한 점에 대해 우리 팀 매니저는 내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어떻게 보면 낮은 직군의 인턴이, 한 분야의 총괄에게 미팅을 신청한 것이지만, 일하면서 내가 인턴이라고 느껴지던 순간이 없을 정도로 나를 존중해 주고, 내가 하는 프로젝트를 서포트해 주는 회사의 문화와 모든 사람들께 감사했다. 


협업할 수 있고 피드백을 잘 주고받을 수 있는 디자이너?

그렇다면 어떻게 잘 협업할 수 있을까? 난 아직 주니어 디자이너라 내가 보는 시선은 얕을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 디자이너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내가 생각하는 협업을 잘할 줄 아는 디자이너에 대해 적어볼 예정이다. (원래는 이 글에 적어 내려갔지만, 이 부분이 너무 길어져 다른 파생글로 올릴 예정이다.... 언젠간....!) 


창의적인 해카톤과 팀 빌딩(Team-building)

해카톤이라고 하면 보통 엔지니어링에 포커싱 경우가 많긴 하지만, 디자인이나 이이디어에 치중된 브레인스토밍 세션도 있다. 우리 팀에서는 직군과 상관없이 두세 명이 포함된 팀을 짜 짧은 시간 내 아이디어를 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보통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상품을 걸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짧기에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따지지 않고, 유저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얘기한다. 여기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해커톤에 발표했던 아이디어가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 생각되었고,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을 우리 팀 매니저에게 미팅을 신청해 발표했고, 나중에 우리 팀 하반기 기획안에 추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뿌듯했다. 이렇게, 해카톤에서 시작된 한두 마디가 디벨롭되어 빌드되는 게 해카톤의 목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미팅과 디자인 크리틱


크리틱(Design Critique - 발표를 통해 피드백을 얻는 세션)


정말 많은 미팅과 크리틱

회사를 다니며 매주 수많은 크리틱과 미팅을 경험했다. 부서 크리틱, 팀 크리틱, 디자이너 크리틱, 엔지니어 크리틱, 그 외 1:1로 진행되는 수많은 크리틱까지, 매주 미팅의 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처음엔 미팅이 너무 많아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져서, 내가 꼭 참여해야 하는 미팅을 분류하고, 미팅과 미팅 사이 짧은 시간 동안 쳐낼 수 있는 일을 하는 걸 생각했다. XFN들과 sync up 하는 미팅들도 참여했는데, 내가 모든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타임라인과 프로세스를 숙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간단한 디자인 크리틱은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로 투표창을 띄우기도 했다.


메가 크리틱 경험 및 준비

내가 크리틱 발표를 한 대규모 미팅은 총 두-세 번 있었는데, 이 때는 부서의 총괄 PM, 모든 팀 디자이너들과 엔지이어들도 참여해서 다른 미팅 때보다는 많이 긴장하고 준비했다. 내 프로젝트를 그간 얼마나 팔로우를 했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다를 것이기에, 적절한 context, 타임라인, 그리고 우선순위를 제공한 뒤 크리틱을 진행했다. 나는 대규모 미팅 전, 내 매니저 및 몇몇 XFN들에게 미리 피피티를 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뒤 대규모 미팅에서 크리틱을 진행했다.


어떤 크리틱이 성공적인 크리틱일까?

메가 크리틱을 준비하면서, 팀 매니저에게 "좋은 크리틱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좋은 크리틱 프레젠테이션에는 어떤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남긴 적이 있다. 그에 대해 들은 답은 "네가 가지고 있던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다고 판단하면 잘한 크리틱이야"  답은 굉장히 심플했지만, 이 대답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피드백을 받으려면:

1. 내가 팀원들에게 적절한 context를 제공해야 하고

2. 내가 생각한 디자인 로직을 walk through 해야 하며

3.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항상 내가 피드백을 받고 싶은 부분을 정확히 명시하자.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다 A 해결책과 B 해결책 중 어떤 해결책이 유저 입장에서 더 friendly 하게 느껴질까요? 등 질문을 잘 하자)


이런 천금 같은 배움의 기회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일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Hug


Be pro-active! 모르면 물어보자


나를 더 알리고 (Visibility),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이자, 회사 생활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다양한 사람에게 질문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고. 배울 때도, 내 의견을 말할 때도 늘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프로그레스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프로젝트에 일하고 있는지 여기저기 알려두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더 서포트하고 싶게 만들며, 내가 하는 프로젝트와 연관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별도 연락해 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열심히 준비하고 리서치해간 내 디자인작업물과 함께 여러 질문 리스트를 가져가는 걸 싫어하는 다른 디자이너는 없었다. 더 열심히 봐주고, 자기의 생각을 나눠줬다. 그리고 설령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자, 일주일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메타의 가장 큰 장점인, 아무에게나 1:1을 요청하여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려 노력했다. 다른 팀 PM에게 우리 팀에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제안했고, 그 팀 PM이 내 크리틱 프레젠테이션에 와서 나를 서포트해주기도 했다. (그녀의 등장 장면은 아직도 생각하면 감동의 눈물이 난다.


주어진 인턴 프로젝트 타임라인에 있는 일도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내가 생각했을 때 우리 제품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능도 별도로 ppt를 만들어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 팀 매니저와도 공유했다. 주어지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선, 주어진일을 더 완벽히 더 열심히 해야 했고, 그 덕분인지 내 프로젝트는 빌드가 되거나, 하반기 플래닝에 포함되는 높은 성과를 얻었다. 


우리 팀 매니저가 나의 성향적 장점을 "Girt과 pro-activeness"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릿은 위키백과에 따르면 "긍정적, 비인지적인 기질로, 특정 장기 목표를 이루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동기인 최종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열정과 함께, '노력의 꾸준함(perseverance of effort)'에 기반한다"라고 쓰여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보였던 노력과 성과를 높게 사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이런 내 성향이 나를 더 좋은 환경으로 이끌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Life-changing experience


앞으로 나는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까?


2022년은 참 특이한 해였다. 2022년 상반기에는 구글과 일을 했고, 2022년 여름에는 메타와 일을 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기분을 느꼈다. 특히 on-site에서 일한 메타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 가장 소중하고 영향이 컸던 시간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 공유하자면, 메타에 입사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우린 프로젝트의 일부가 변경되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된 대규모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다. 나는 비록 조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젝트에 대해 아직 파악해 나가는 단계였지만, 다른 직원들은 그간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온 프로젝트에 일부가 변경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상심한 듯했다. 회사에서는 솔직한 감정 공유 목적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일한 모든 사람이 조인하는 큰 미팅자리를 만들었고, 이 자리에는 인턴부터 프로젝트 책임자까지 모든 직군과 직급의 사람이 들어왔다.


총괄 매니저는 솔직하게 아무 얘기나 해도 좋고, 본인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해서 얘기해도 좋다고 얘기했고, 직원 한 명이 총괄 매니저에게 첫 질문을 했다.


  What do we think we have learned from the past? What do we expect to learn from our future endeavors?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요?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서 우린 어떤 걸 배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듣고 정말 크게 감탄했다. 결국 우린 결과 속에 살지 않는다. 결과는 잠시뿐이며 과정 속에 산다. 우린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보통 내 노력을 통해 결과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프로젝트 스케일이 커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과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많아진다. 성공한 프로젝트에서도 내가 성장하지 않을 수 있고,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내가 크게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저 질문을 되짚어보며 일하려 한다. 



결국 일만큼, 혹은 일보다 값진건 사람  


가장 소중한 건 함께 일했던 사람들


내가 있었던 팀 문화가 너무 좋았다. 모든 디자이너가 재능이 넘쳤고 모두 서로에게 서포트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팀 사람들과 처음 1:1 미팅을 했을 때, 대부분 이 팀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또한, 많은 디자이너가 우리 팀 총괄 매니저를 보고 이 팀에 들어왔다고 얘기해 줬다. 그렇게 신임을 사는 매니저 밑에서 정말 좋은 팀컬처 속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천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팀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여기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다른 회사에 레퍼럴 써주기도 하고, 아는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너무 감사한 인연들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일했던 수장이 다른 테크 기업을 맡게 되면서 나를 직접 hiring comitte 권한으로 레퍼럴을 써주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한 회사에 인터뷰를 보게 되자 그 회사사람들을 소개해줘 미팅하며 인터뷰를 준비한 적도 있었다. 

우리팀에서 열어준 마지막 인턴 서프라이즈 파티. 여기서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오열했다.



결론적으로 리턴 오퍼는?   


아쉽게도, 2022년 전체 디자인 인턴들에게 풀타임 리턴 오퍼가 나가지 않았다. 


높은 평가를 받았고, 팀에서는 채용 결정이 났지만, 끝내 디자인 헤드카운트가 열리지 않았다. 2022년 리세션과 낮은 실적등을 이유로 회사는 많은 직원들을 정리해고했다. 처음에는 약간 상심했지만, 언젠가 미래에 내가 충분히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값진 사람들을 많이 얻었기에 결과를 알고 돌아가서 다시 하라 그래도 다시 메타 인턴쉽을 할 것이다. (특히 내 인턴 매니저 사랑해요)


인턴이 끝나자마자 포트폴리오와 레주메를 가다듬어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었고, 다행히도 다른 회사에서 정규직 오퍼를 받아 2023년 여름에 입사하게 되었다. 해당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더 하려고 한다 :) 정말 긴 글이지만 읽어주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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