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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Nov 27. 2021

미술 유학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트클럽 인터뷰 2021년 4월 8일 발행

안녕하세요, 시카고 예술 대학교를 디자인으로 졸업하고, 카네기멜론에서 석사 학위로 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있는 리아입니다. 오늘은 아트클럽과 진행했던 미술 유학 관련 저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동일한 글은 아트클럽 블로그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다면 leahbrunch@gmail.com으로 이메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여름, 좋은 기회를 통해 미술 유학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과 멘토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열정적인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는 기억에 행복했었다. 이 인터뷰가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p.s. 그리고 내 부족한 한국어 말솜씨를 멋진 문체로 바꿔준 편집장분께 감사드린다.




입학과 졸업 이후도 인생이니까 :
합격에만 모든 것을 걸지 않는 삶을 위해


인터뷰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사와 다른 전공으로 석사를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떻게 하면 지원하려는 학교/학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학사 입시를 준비할 때랑 석사 입시를 준비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다른가요?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대체 뭐가 다르고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학교 랭킹이 높을수록 좋은 학교일까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해외 미대 합격생이 돼 있었다.’ 이 문장은 여러분에게 어떤 시제로 읽히나요?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추억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일일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미래의 소망일 것입니다. <아클레터 Vol.01>에서 ‘합격’을 주제로 만난 리아 님은 SAIC에서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곧 현재가 될 카네기멜론에서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리아 님께서 학사와 석사, 두 번의 입시를 준비하며 터득한 해외 미대 현지 정보 수집 노하우와 더불어 실전으로 얻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들을 인터뷰에 꾹꾹 눌러 담았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서 여러분만의 스토리로 소화해내시길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리아 님! 아클레터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SAIC(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Visual Communication Design을 공부한 리아라고 합니다. 2016년 8월에 입학해서 2020년 12월에 졸업을 했어요. 원래는 작년 5월에 졸업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한 학기 늦춰졌죠.


그럼 중간에 휴학을 하신 건가요?

휴학으로 인해 늦게 졸업하게 된 것은 아니에요. 미국에서 F-1 비자를 가진 유학생이 학교 밖에서 인턴십을 구하려면 CPT(Circular Practicial Training) 제도를 거쳐야 해요. CPT는 학점을 대체하는 제도라 인턴을 하려고 학점을 남겨뒀었거든요. 그런데 팬데믹 때문에 한국에 일찍 들어오게 되면서 가을 학기에 온라인 수업으로 남겨뒀던 학점을 채우고 졸업한 거죠.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많이 아쉬우셨겠어요.

정말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 조금 상심하긴 했어요. 사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 지원해서 인턴십을 하기로 얘기가 다 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들어온 인턴십 제안을 다 거절했는데, 결국 인턴십을 하기로 했던 곳에서도 코로나로 일정이 무산되면서 4월에 한국에 들어오게 된 거죠


그런데 리아 님은 변수가 생겼을 때 다음 스텝을 정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 같아요. 이번 가을에 석사 입학을 앞두고 계시잖아요.

그냥 흘러왔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하하.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카네기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Entertainment Technology’ 학과에서 석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게임, AR/VR, 3D, 디자인, 프로그래밍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분야예요. 석사 과정의 성격 자체가 연구보다는 실질적인 프로젝트 진행이나 커리어 빌딩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반년이 조금 못 되는 시간을 남았는데, 요즘엔 무엇을 하며 지내시나요?

어떻게 보면 저는 전공을 바꿔서 진학을 하는 거예요. 디자인 수업이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적고, AR/VR이나 프로그래밍 쪽 수업이 더 많거든요. 학업을 잘 따라가려고 지금은 MOOC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강의를 들으면서 기초를 배워나가고 있어요. 한국에 있는 개발자분들, 마케터분들과 함께 어플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경험해보고 있고요. 그리고 다시 학업을 시작하면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까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대학원에 지원할 때 석사와 다른 학사 전공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나요?

어려웠던 건 사실이에요. 지원한 학교 중에는 떨어진 곳도 있거든요. 합격하신 분들이 공개한 자료들을 보면 확실히 개발 학위나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학부 때 3D와 게임 디자인을 조금씩 경험해봤던 게 지원할 때 플러스 요소가 됐던 것 같아요. 개발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언어를 배워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런데 사실 지원 서류 준비만큼이나 난관이었던 건 지원할 대학원의 리스트를 짜는 일이었어요.


아, 그렇죠. 학사는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하지만 석사는 자신이 가려는 분야에 특화된 곳이 어디인지 고민해서 몇 곳만 선별해서 지원하게 되잖아요. 리아 님께서 지원할 대학원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최우선에 놓고 생각했던 것은 STEM 과정인지 여부였어요. 또 인턴십이 가능한 2년 과정인지도 중요하게 체크했죠. 학교에 간다고 해서 바로 인턴십을 할 수는 없고, 1년 동안 학교에 다녀야 CPT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돼요. 그런데 만약 1년 과정의 석사를 하게 되면 졸업할 때는 이미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인턴십에 지원할 수가 없게 되죠. 마지막으로는 학교의 네임밸류와 동문들의 취업 현황을 살펴봤어요. 대학원에서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동문들이 어떤 기업에서 무슨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정량적인 수치로 공개하거든요. 그걸 확인하면 취업을 하려고 할 때 선배들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가늠해볼 수 있죠.


대학교 입시가 ‘이상적인 꿈’을 향해 가는 느낌이라면 대학원 입시는 ‘현실적인 꿈’에 다가가는 느낌이네요. 그런데 석사에서 전공을 바꾸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4년 동안 디자인을 배웠잖아요. 이미 디자인 학위가 있기 때문에 석사를 또 디자인으로 가는 것에 대한 메리트를 찾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혼자 더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실무를 통해서 배우는 게 필요한 단계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디자인과 관련이 있고 또 늘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기도 한 AR이나 컴퓨터 사이언스 등의 수업이 있는 학교들 위주로 지원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럼 이쯤에서 미래로 나아가던 시간을 붙잡아 와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한번 해볼게요. 리아 님은 언제부터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왜 중학생 때 보면 반마다 꼭 한 명씩 그림 그리는 애들이 있잖아요. 제가 그런 애였어요. 그래서인지 진로 고민도 크게 하지 않았어요. 부모님도 지지해주셨고 주변에서도 ‘어, 걔는 미술 한다며’ 그런 식으로 많이들 말해주시곤 했거든요.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요. 특별한 계기 같은 건 기억나지 않는데, 그냥 언제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국제 학교를 다니시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국에 계셨잖아요. 그런데 대학을 해외로 가야겠다는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고등학교에서 내내 영어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어 수업을 듣게 되면 낯설 것 같았어요. 미술을 하기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고요.


입시 관련 정보들은 주로 어디서 찾으셨나요?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인터넷을 활용해서 제가 가려는 길을 먼저 경험한 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링크드인 같은 사이트로 동문들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서 30분이나 15분 정도 커피챗을 할 수 있는지 물었죠. 이번에 석사를 지원하면서도 그렇게 했어요. 그래서 다음 달, 다다음 달에 계속 제가 가려는 학교의 졸업생분들, 가고 싶은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미팅이 잡혀 있어요. 학교 사이트 등에서 얻는 정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험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요?’, ‘과제 양은 얼마나 되나요?’, ‘학교가 있는 지역의 날씨는 어떤가요?’, ‘학교 주변에 인턴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있나요?’ 등과 같이 실질적인 생활이나 학업에 대한 정보는 학교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경험자의 말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편이에요.


정말 적극적이시네요. 사실 그렇게 연락을 드리는 분들과는 초면인 사이인 건데 미팅을 요청했을 때 회신이 잘 오는 편인가요?

동창들 위주로 찾아서인지 연락이 잘 오는 편이었어요. 그리고 이건 제 팁인데, 메시지를 보낼 때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요청을 하려고 해요.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관련 정보를 찾다가 당신의 이 부분과 저의 이런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해서 연락을 하게 됐어요. 괜찮다면 10분이나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제 포트폴리오 중에서 2개 프로젝트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이런 식으로요. 아니면 ‘제 포트폴리오를 3분 동안 보고 당신이 느낀 인상 등을 말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요?’ 하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보내면 웬만하면 답이 왔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요청, 잘 메모해둬야겠어요. 리아 님은 그런 분들을 주로 링크드인을 활용해서 찾으시는 건가요?

링크드인도 많이 활용하고 한국 블로그나 브런치brunch.co.kr 등에서도 찾아봐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찾다 보면 해외에서 일하시는 디자이너나 개발자분들 중에 본인의 시간을 정기적인 멘토링 미팅에 쓰시는 분들도 발견하게 돼요. 예를 들면 구글에서 일하는 분이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세 타임, 각 30분씩 학생들을 위해 취업과 관련된 무료 피드백을 해주시는 거죠. 그걸 신청하면 상대도 내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이 조언해줄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매칭이 성사되는 거예요. 그런 분들은 비용과 관계없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나눠주려고 하시는 것이기에 피드백을 정말 꼼꼼하게 주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리아 님께서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멘토링에 쏟아주고 계신 건 그런 도움을 받은 경험의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맞아요. 사실 미술유학은 ‘그냥 한번 해볼까?’ 해서 시작하기에는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 들잖아요. 가족이 없는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자체도 부담스러운 일이고요. 그럴 때 학교에서 주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정보들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저도 그럼 도움을 받았으니 제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각각 다른 두 번의 입시를 치르기도 하셨고,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을 도와주고 계시기도 하잖아요.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입시 때 ‘이런 부분을 좀 더 준비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조금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볼걸’ 하는 생각은 있어요. 그때 준비했던 포트폴리오에 설치 작품installation을 한두 개 정도 수록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전부 페인팅이었어요. 그런데 합격하고 나서 만난 다른 친구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니까 굉장히 다채로운 거예요. 텍스타일과 페인팅을 융합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을 포트폴리오를 검토하실 교수님들께 어필한 거죠. 자신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본인이 페인팅으로 지원을 한다고 하면 그 부분이 탄탄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융합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게 좋겠죠.


포트폴리오에서는 자신의 주력 분야에 대한 완벽한 준비와 더불어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편이 좋다는 뜻이군요. 혹시 작품적인 부분 외에도 ‘이것만큼은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영어 공부를 많이 하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입시는 또 다른 시작으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잖아요. 미국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가 늘지는 않아요. 미국에서도  본인이 연습하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일 뿐이죠. 그래서 4년 동안 학교를 다닌 후에도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보기도 했어요. 저도 아직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토플 점수의 커트라인만 맞추고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영어 공부를 하시기보다는 이후 유학생활까지도 고려한 공부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대부분의 미대 수업은 크리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말 말을 많이 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학교에 보내기 전에 영어 첨삭을 꼭 받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피드백을 드리려고 몇몇 준비생분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 스펠링이나 문법이 틀려 있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주지는 않을 테니까 잘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카고 예술 대학교 (SAIC) 건물과 미술관


석사를 준비할 때도 방금 말씀해주신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지원 서류들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까요?

석사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석사를 준비하던 때를 되짚어 보면 SOP(statement of purpose)에 좀 더 시간을 쏟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학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력서, 포트폴리오, 필요에 따라서는 GRE, 토플, 아이엘츠, 듀오링고 등 영어 점수도 제출해야 해요. 그런데 석사를 지원할 때는 그런 서류와 더불어서 ‘내가 이 학교와 얼마나 결이 잘 맞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SOP에 조금 더 공을 들이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학교가 나를 뽑았을 때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서술할 수 있다면 좀 더 유리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힌트들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어요. 그게 학사 준비와 석사 준비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리아 님도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시나 봐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데 제가 잘못 갔다고 생각했던 길도 결국은 모두 오늘의 제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되든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 후회하기보다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 게 바로 예술이지 않을까요. 정답이 없는 거잖아요, 예술은. 뭐든 배워 놓으면 쓸모가 있더라고요. 분명 생각지도 못한 곳에 활용할 기회가 생기기도 할 거예요. 그러니 지나간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금 새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저는 입학 자체는 파인아트로 했어요. 페인팅, 드로잉 쪽을 생각하고 왔는데 1학년 때 디자인 수업을 몇 개 들어보고는 흥미를 느껴서 전공을 바꿨죠. 그러고 나서도 2학년 때까지는 그래픽 디자인 학과에 개설된 수업 위주로 듣다가 졸업생과의 만남, 외부 강의나 웨비나 등에 참여하며 UX에 대해 알게 되면서 주력해서 들을 수업의 분야들을 바꿔나갔고요.


만약 이 직업군에서 일하고 싶으시다면
세상의 변화에 계속 관심을 두고 계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미술유학 준비와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와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디자이너’로서의 리아 님에 대해 여쭤볼게요. 개인 홈페이지에서 리아 님은 본인을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표현해주셨잖아요. 어떤 영역을 다루는 디자이너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원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덕트 디자인’이라고 하면 산업 디자인이나 제품 디자인을 의미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미국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UX 디자이너’라고 인식하는 추세예요. 사실 UI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런 식으로 계속 명칭이 바뀌고 있는데요, 같은 것을 디자인하더라도 어떤 부분에 포커싱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UI에서 ‘I’는 ‘interface’를 의미해요. 비주얼적인 부분에 포커싱이 돼 있죠. UX의 ‘X’는 ‘experience’를 의미하고, 그렇다 보니 논리력과 공감 능력이 요구돼요. 사용자의 경험을 토대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니까요. 만약에 화분을 파는 어플을 만든다고 한다면 ‘구매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밑에 ‘예’와 ‘아니오’라는 버튼 중 ‘예’에만 색을 넣는 거죠. 색이 칠해진 버튼을 누르려는 고객의 본능을 계산한 결과인 거예요. UX 디자이너는 자신이 한 모든 디자인에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논리와 공감이 동반돼야 하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업무 범위가 조금 더 넓어져요. 앞의 화분 판매 어플을 다시 예로 들면, 그 어플의 사용성까지 생각해서 디자인을 하는 게 프로덕트 디자이너예요. ‘3개월 내에 20대 여성 유저를 상대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와 같이 제품에 대한 비즈니스적 방향, 버짓, 마케팅도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 앞에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건 제품 디자인을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하드웨어적인 것보다는 디지털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기존 UX 디자이너에 기획이나 마케팅의 역할이 추가된 것이라고 이해를 해보면 될까요?

네, 맞아요. 그런 식의 조금 더 큰 의미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다고 기획자나 마케터인 건 아니지만 그런 부분까지 고려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용어도 언젠가는 또 바뀔 거예요. 정말 급변하는 분야라 일이 년 후에는 아예 다른 용어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요구되는 역량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도 있어요. 만약 이 직군에서 일하고 싶으시다면 세상의 변화에 계속 관심을 두고 계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시대잖아요. 학교에서도 지금 눈앞에 보이는 한 가지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기보단,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자기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 강조해요. 배울 수 있는 게 훨씬 중요하며 강조했어요. 새로운 트렌드는 계속해서 생겨날 테니, 그걸 모르는 채로 지내는 사람이 될 것인지, 쫓아가면서 따라 해보는 사람이 될 것인지, 그보다 앞서 나갈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는 건 자신의 몫인 것 같아요.


얘기를 듣다 보니 개인 웹사이트에 요즘 배우고 있는 걸 적어놓으신 게 떠오르네요. 리아 님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계신 분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에너지 넘치게 살 수 있나요?

거기 적어 놓은 모든 것을 다 심도 있게 공부하고 있지는 못해요. 부분 부분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분야 자체가 공부할 게 정말 많아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툴이 나와 있고, 저는 이 툴을 마스터했는데 더는 안 쓴다고 하면 또 다른 분야를 더 공부해야 하고요.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계속 공부할 게 생기는 것 같아요. 대중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하니까 디자인적인 트렌드와 사회적인 트렌드에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면 좋겠죠. 저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속한 분들은 계속해서 공부를 하시는 것 같아요. 경력이 아주 많은 분들도요.


드디어 마지막 질문인데요, 원래는 ‘리아 님은 스스로를 어떤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시나요?’ 하고 여쭤볼 예정이었는데 오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이게 적절한 질문일지 확신이 안 드네요. 리아 님은 계속해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가게 되시나요?

오, 그건 요즘에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부모님과 식사 중에 그 얘길 했는데, 아직 알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오늘 하고 싶은 거, 지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디자인이지만 앞으로 대학원에 입학해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도 같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거예요. AR/VR 분야도 재미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개발을 좀 더 배워서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할 수도 있겠죠. 앞으로도 계속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볼게요. 리아 님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저희 집안의 기조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리아 님이 입시를 준비할 때 그렸던 5년 뒤의 그림은 무엇이었나요?

졸업한 후에는 국제적인 기업 중에서도 디자이너의 의견이 존중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림을 그렸었어요. 


덧붙이는 말이 있다면?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이걸 읽으시는 분들께 학교 랭킹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기회를 열어 놓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요. 지금 하고 싶은 분야가 졸업할 때도 하고 싶은 것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거든요. ‘나는 이것만 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학교 랭킹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새로운 관점이네요!

네임밸류와는 또 다른 의미예요. 랭킹은 말 그대로 순위잖아요. 지금 학교를 선택하는 시기이다 보니 멘토링을 할 때 ‘이 학교와 저 학교 중에 어떤 학교가 더 낫나요? 이 학교 랭킹이 더 높은데 여긴 어떤가요?’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받아요. 물론 랭킹이 아예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작은 랭킹 차이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라는 의미예요. 학교 랭킹은 매년 바뀌고, 전공 랭킹과 학교 랭킹도 달라요. 어딜 가시든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게 되실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꿈을 먼저 설정하고, 적어도 졸업할 때쯤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본 후에 거기에 맞춰서 학교를 선택하는 게 순서일 것 같아요. 당장 순위가 좋은 학교보다는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그림에 더 빨리 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거죠. 학교를 다니는 건 몇 년이지만 인생은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지잖아요.


단정 짓지 않아야 하는 거네요.

그렇죠. 미래는 고정돼 있지 않으니까요.


카네기멜론에 있는 “Walking to the Sky”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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