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멜론 졸업! 취준을 하며 느꼈던 감정 & 팁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카네기멜론 대학원 졸업을 하루 앞두고, 입사를 이틀 앞둔 상태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Class of 2023 졸업생으로서, 이번 테크 레이오프 상황 속에서 2022-2023 뉴그래드 (New Grad 대졸자 전형) 구직 경험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올해 2월쯤 제 취업현황에 대한 글을 올렸었습니다. 다만, 해당 글은 제 결과만 보여주고 있었고, 읽는 분들께 별로 도움이 될만한 팁이 담기지 않은, 자랑글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게 조금 부끄럽다고 느껴져서 얼마 뒤 삭제했었습니다. 이 글은 결과에 대한 글이 아닌, 과정에서 겼었던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 대한 글입니다.
올해 졸업하시는 많은 테크 분야 학생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취업을 하셨다면 정말 축하드리고, 설령 아직 구직 중이라고 하시더라도 계속 나아가시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마지막엔 Class of 2024분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팁도 몇 가지를 담아봤으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까지 올렸던 글을 읽고 링크딘이나 이메일로 대학원 및 취직 합격 후기를 전해주신 분들 덕분에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오늘 올리는 이 글도 어떤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와 링크딘 친구추가 되어있으신 분들은 작년 12월에 소식을 보셨을 수도 있지만, 먼저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2023년 상반기에는,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amsung Research America)에서 디자인 인턴 (Interaction Design Intern)으로 일했으며, 2023년 5월에 카네기멜론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한 뒤에는 바로 듀오링고(Duolingo)에서 Full-time Product Designer로 입사하게 되었다.
Samsung Research America
삼성리서치 아메리카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고 삼성전자 소속이다. 내가 일했던 팀은 NEON이라는 팀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상 인간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다. 작년 9월에 인터뷰를 진행하여 10월 경 오퍼에 사인했다.
Duolingo
듀오링고는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급성장중인 에듀 테크 기업이다. 듀오링고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Duolingo 어플, Duolingo English Test라는 어학 능력 검증 테스트, Duolingo ABC, 그리고 Duolingo Math로 이루어져 있다. 회사의 컬처도 좋고, 프로덕트와 회사의 미션이 너무 마음에 든다. 메타에서 리턴오퍼 결정이 나기 전이었고, 다른 회사들과 인터뷰 진행 중이었지만, 작년 11월에 인터뷰를 진행하여 12월 경 오퍼에 사인했다. 카네기멜론에 입학하기 전에 듀오링고 점수를 제출했던걸 기억하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2022년과 2023년, 비용절감을 위해 빅테크들은 수많은 테크 워커들을 레이오프 대상에 포함시켰다. 메타 총 21,000명, 구글 12,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0,000명, 아마존 19,000명, 그 외에도 세일포스, 씨스코, IBM, 트위터, 우버, 페이팔 등등 수많은 재능 있는 테크 워커들이 잡마켓에 쏟아져 나왔다. 링크딘을 열면 매일같이 #Opentowork 배너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겪었던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 또한 내가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친했던 친구들, 그리고 학교 선후배들이 레이오프 되는 것을 보면서 함께 많이 속상해했고, 감히 내가 어떻게 그 마음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을까 하며 내가 건넨 위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빅테크들은 신규 채용을 아예 닫아버리거나, 채용 숫자를 극단적으로 줄여버렸으며, 인턴들에게 리턴 오퍼를 아예 주지 않거나, 줬던 오퍼를 리신드(rescind) 취소해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채용 시장에는 이미 경력직들이 넘쳐났고, 나 같은 뉴그래드 (New Grad, 대졸자 전형)은 매일같이 공고를 확인했지만, 정말 소수의 회사들만 대졸자를 채용했고, 그 작은 티오를 가지고 수많은 재능이 넘치는 디자이너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특히 나 같은 국제학생인 경우, OPT비자로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너무 힘겨운 상황이 되었다.
솔직히, 메타에서 인턴을 하며 팀에서 채용 결정이 나서, 리턴 오퍼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앞으로 취준 생활이 끝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어떤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고 섣불리 승리를 확신했을까? 뭐든 끝나봐야 알 수 있는걸.
하지만 결국 메타는 9월부터 12월까지 장장 4개월을 기다리게 한 뒤 정규직 오퍼를 주지 않았고, 이 과정 동안 (특히 9월), 나는 이 기간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 모든 단계를 오락가락하며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
그럴 때 나를 정신을 차리게 했던 부모님의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인생을 쉬울 거라 생각했으면, 그건 네가 잘못생각한 거야. 왜 인생이 쉽지 않냐고 억울해하면 안 돼"라는 말이었다. 이는 내가 지금까지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조금 왔는지, 앞으로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 말이었다. 나는 앞으로의 수많은 위기를 겪을 텐데...
또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다른 말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친구가 했던 말인데, "지금 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이 온 것이니, 지금 잘 준비하는 사람이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어"라는 말이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했던 건, 사실 이번 위기가 내가 취업준비를 하며 겪은 첫 번째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브런치에 글을 처음 게시할 때, 내가 어떤 글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던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내가 준비하던 면접들이 취소되고, 회사들이 채용을 멈추면서 너무 괴로워하다가 결국 대학원을 가기로 했다는 글이 첫 글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 누군가 채용이 되었다는 소식을 링크딘에서 보고 프로필을 눌러보면, 석사학위에 빅테크(FAANG) 인턴쉽까지 있는 그런 당시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잡는 것 보며, 부럽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치사하다 느꼈던 게 바로 나였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계속 수정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네트워킹을 하고, 한 번의 실패에서 보완점을 찾아 노력했던 수많은 과거의 실패와 노력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저 말이 와닿았다. 지난번 실패가 있었기에, 이번엔 그나마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이번 과정도 잘 겪어냈으니, 다음에 이런 위기가 와도 또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듀오링고 인터뷰를 준비하며, 정말 내가 누군지, 내 강점이 뭔지,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듀오링고는 Behavioral 라운드가 매우 길고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어서, (자세한 인터뷰 과정은 해당 글 참조) Self-introduction(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데 내 포트폴리오 리뷰 슬라이드덱을 제작할 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10분짜리 자기소개를 만드는데 몇십 시간 이상을 쏟으며, 내가 지금까지 있었던 내 경력과 경험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해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나는 어떤 회사에 일하고 싶은가. 이런 점들을 곰곰이 고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진정성 있게 어필하고 싶었고, 그런 부분들이 다행히 인터뷰어들에게 '스토리텔링이 잘된 가장 감명 깊게 본 자기소개 중 하나'라는 좋은 평을 들었다. 이번 위기를 통해 또 새로운 걸 얻고 덕분에 성장했으니, 위기는 기회가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바리수 작가님의 글/그림을 첨부한다.
취준 기간 동안 많은 우울감과 무력감을 겪으며, 점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 보려고 노력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눈감고 보지 않는 것만으로 그 마음이 덮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런 요소들은 파도가 되어 다시 내게 돌아왔고, 나는 이걸 그냥 막아만 둘 수 없는 거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에선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번 경험을 통해 적어도 어떤 걸 가져갈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해 보려고 노력했다.
나보다 훨씬 재능 있고 경력도 좋은데도 아직 기회를 찾고 있는 친구들과, 내가 정말 믿고 따랐던 사람이 레이오프의 대상이 되는 것도 보며,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특출 나게 잘나서가 아닌 정말로 순전히 운이 좋았다고 느껴진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 것도 나고, 나를 다시 일으키는 것도 나,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나다. 흔들릴수록 나를 더 잘 돌봐주자.
글을 이렇게 끝내기 전에 Class of 2023, 2024분들께 도움이 될법한 팁을 남기고 싶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으고, 내가 겪은 게 정답은 아니니, 개인이 잘 판단해 본 뒤 잘 맞을 것 같으면 적용해 보는 게 좋을듯하다.
⚠️ 팁! 미리 준비해서, 공고가 뜨면 바로 지원하자
해당 팁은 다른 글에서도 지속적으로 얘기했지만, 지금처럼 헤드카운트가 적은 시점에는 다른 때보다 더 미리 준비해서 공고가 뜨면 바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모든 지원자들의 서류를 다 받고 심사하는 형식이라기보단, 먼저 들어온 서류대로 batch에 넣어서 심사하고, 뽑아야 할 인원이 다 차버리면 심사를 닫아버린다. 작년을 예로 들자면, 개발자의 경우 몇몇 회사들이 7월에 서류를 받기 시작해서 8월에 오퍼를 줬고, 9월-10월에 인터뷰를 본 지원자들은 이미 헤드카운트가 다 차서 더 이상 오퍼를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 면접은 2주 뒤에 잡혀있는데, 이번주에 면접본 지원자가 잘했다면 이번주에 면접본 지원자를 뽑고 헤드카운트가 다 찼으면 내 면접은 결과와 상관없이 탈락하는 것이다.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원서를 넣을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지원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팁! Digital Presence를 높이자. 나를 더 눈에 띄게 하자
올해 3월 K-Group Design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한국인 디자이너 네트워킹 이벤트를 다녀왔었다. 주제는 "Navigating the Unknown :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으로, 이렇게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린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였다. 이날 네 명의 연사님들 모두 너무 감명 깊은 얘기를 해주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개최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그중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연사님의 이야기였다 (그 유퀴즈 나온 김은주 님 맞다). 바로 내 인터넷상 존재감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링크딘에 떠서 자꾸 눈길이 가던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회가 더 가기에, 나를 알리고 내 작품을 여기저기 게시하는 것이 이런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나도 이 이야기에 크게 동감했던 게, 내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는 Bestfolios와 Pafolios에 등록되어 있고, 그리고 여러 디자인 뉴스레터에 실려서 나갔던 적이 있다. Bestfolios는 내가 내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면 등록해 달라고 내 작품을 submit 했었는데, 작년에 내 포트폴리오가 눈에 들어왔는지 Editor's Pick으로 상단에 배치되게 되었다. Pafolios는 내가 직접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내 작품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이 이후, 내 웹사이트 방문자가 폭증했으며, 이를 통해 많은 리쿠르터들에게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내 포트폴리오를 함께 일했던 회사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며, 메타 직원들이 다른 지인들에게 보내주는 인맥 효과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기저기 내 포트폴리오를 널리 알린 탓에, 좋은 피드백도 많이 얻었고, 기회들도 많이 얻었다.
⚠️ 팁! 더 적극적이어도 된다. 네트워킹을 이용하자
기존 경력을 통해 인맥이 있는 경우, 지인이 있는 경우 당연 그런 인맥을 십분 활용하자.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얘기도 주고받으며, 좋은 인연을 잘 이어가 보자.
또한, 이미 몇 번 언급했듯, 레퍼럴을 받으면 안 받는 것보다 HR에 눈에 띌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꼭 지원 시 넣는 레퍼럴이 아니더라도, 내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리쿠르터 ping을 해보거나, 내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탈락했는지 아님 아직 심사 중인지 여부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레퍼럴을 받는 게 당연히 반드시 인터뷰를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는 디자인 총장이자 hiring committee인 사람의 직접 추천도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내 얘기 맞다). 레퍼럴을 꼭 받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인터뷰팁, 회사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포트폴리오 팁을 받고 싶을 때 등등 네트워킹을 계속해보려고 노력하자. 링크딘을 통해 모르는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건 나도 공감한다, mbti I로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거절당할 수 있다는 마음을 느끼는 건 가끔 공포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어도 된다는 거다.
또한, 채용공고가 떠있지 않아도 링크딘을 통해 사람들과 접촉해 보자. 밑져야 본전이다. 주변 지인 중에서 실제로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인터뷰를 따낸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오퍼를 받는 것까지는 100% 본인의 실력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드리면 열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잇지만, 두드려보지도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드리는 그 과정, 기회를 만드는 그 과정 자체가 본인의 능력인 것이다.
이상 제가 겪었던 일과 팁들에 대해 담아봤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은 카네기멜론 CMU ETC를 재학하며 느끼고 배웠던 점에 대해 세세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걸 쓰려고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결국 졸업하고서 쓰게 되었네요).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