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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 직장인의 삶: 승진, 프로젝트, 출장

직장인으로서의 근 1년 반을 돌아보다.

by 리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또 역시 한번 글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이렇게 게으름뱅이인 저이지만, 가끔씩 메일로 고민상담도 보내주시고 응원글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놀라웠던 일화가 몇 개 있었는데요, 한 번은 제 친구의 부모님이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한 브런치 글이 제 글이었고, 다른 한 번은 카네기멜론 학교 후배로 저의 브런치 글을 보신 분이 오신 거고, 다른 한 번은 제 글을 보신 적이 있는 분을 여기저기 이벤트를 통해서 만나 뵙게 된 거네요. 딱히 제가 글을 통해 많이 도움을 드렸다기보단, 프로덕트 디자인 쪽으로 글을 쓰는 분이 많지 않아서 그랬나 봅니다.


사실 제목을 그냥 2024년을 돌아보며라고 쓰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개인적인 사담이 되어 아무도 안 읽을까 봐 제목을 테크 직장인의 삶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렇다고 글이 덜 사담이 되지는 않긴 하지만요. 그래도 정말 사담은 다른 글에 이어서 하고, 이 글은 그래도 정보성 글을 조금이라도 섞어보려 노력해 보겠습니다.




일단. 저 이번 여름에 첫 승진했습니다!


일단 이번 올해 여름, 직장을 시작한 지 악 1년쯤 지나 회사에서 두 번째 퍼포먼스 사이클에 미드 레벨 디자이너가 되었다. 첫 1년간은 회사에서 나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를 맺은 것 같아 감사하게 느껴진다. 회사에선 나름 열심히 일하고 배운 것도 너무 많았어서 여기서 얻었던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대단하고 똑똑한 직장동료들과 일하게 된 건 행운이지 않을까 싶다. 별건 아니지만 나름 인생 첫 승진이라 감회를 남기고 싶었다.


IMG_5652.HEIC 헤헤 내 매니저 감사...


미국 테크 회사의 승진 제도

한국은 사원 -> 주임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이런 식으로 레벨이 있다고 들었다. 미국 테크 회사에서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IC (Individual Contributor)와 Manager로 진로가 나뉘게 된다. IC는 픽셀을 직접 만지고 일을 해내는 사람을 뜻하고, 매니저 직군은 대부분의 경우 실제 일을 직접 하진 않고, 다른 IC들을 매니징하며 더 효율을 끌어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직군을 말한다. 꼭 한 트랙을 설정해서 꼭 그것만 해야 하는 건 아니고 회사의 니즈와 개인의 커리어를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사원/주임의 경우는 IC라고 볼 수 있고, 그 뒤 시니어 레벨부터 매니저와 IC 트랙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어떤 회사는 대졸자 신입 레벨을 L1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Associate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어떤 회사는 IC3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건 회사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우버의 경우 시니어 등급도 여러 개로 나뉜다고 들었다) Levels.fyi라는 웹사이트에서는 각 회사의 레벨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연봉도 확인할 수 있다.


승진하려면, 내가 나를 추천해야 한다고?

미국 테크회사는 승진을 위해 본인 추천서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김은주 디자이너분이 유퀴즈에서 얘기하셨던 것처럼, 본인이 했던 성과를 표현하고, 그걸 알리는 것도 미국 회사에선 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선 겸손이 미덕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본인을 알리고 본인의 실적을 수치화하는 것은 미국에선 능력의 일부라고 보이는 듯하다. 나는 매니저와 회사 리더십의 권유로 스스로 승진 추천서를 쓰게 되었음에도, 나에겐 나를 추천한다는 이 과정이 너무 낯설고 어려워 여러 번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결국 회사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담긴 기준표를 보고 그에 맞추어 내가 어떻게 승진대상인지 결과 중심적으로 써 내려갔다.


�️ 이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운 것의 첫 번째는, 나를 피력하는 글을 쓰는 방법이다.

나도 아직 초짜라 좋은 예시는 아니지만, 아래 한 가지의 실예시를 써봤다.


수정 전 예시:
나는 프로젝트 A, B, C 프로젝트를 론칭시켜, $___/day 의 회사 수익을 창출했다.

수정 후 예시: 나는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인 A, B, C 프로젝트를 솔로 디자이너로 리딩했으며, 새로운 디자인 패턴을 적용시켜 제작한 디자인이 $___/day 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을 했고, 비슷한 UX 패턴을 활용한 팀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 두 번째는 내가 회사에서의 성취에 대한 기록을 수치화하여 잘 남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출시한 디자인들의 매트릭과 임팩이 어땠는지, 내가 다른 디자이너나 피엠, 개발자들을 도운 기록들, 그리고 일을 모두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이 어떤 게 있는지 등등을 고려해서 나에 대한 글을 작성해서 내야 한다. 승진 사이클이 다가와서 그제야 글을 쓰기 시작하면 6개월 동안의 기억을 다 끄집어내느라 고통스러울 테니, 그때그때 프로젝트를 잘 정리하자


나는 데일리 플래너는 피그마로 쓰고 (디자이너 특: 모든 걸 피그마로 하려 함), 그 외 전반적인 기록은 구글닥 쓴다.

내가 2024년 2분기에 진행한 프로젝트들




듀오링고에서의 삶. (프로젝트가 링크딘에 올라가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운 좋게 매우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있고 (이걸 제가요? 저요?), 회사의 디자인팀 규모가 아주 크지 않아 오히려 실무적으로 직접 해보면서 배울 기회가 많다. 우리 Head of design 은 인스타그램에서 Head of design을 하다가 온 디자이너인데, 늘 함께 대화할때마다 큰 영감을 받아서 '와 내가 회사를 돈 받고 다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이 배우는데 돈 내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무튼 내가 제작했던 프로젝트들이 큰 성과를 내면서 내 프로젝트의 일부와 나의 인터뷰가... 회사 링크딘에 올라갔다. 껄껄 무슨 일인가


링크: https://www.linkedin.com/pulse/how-product-review-works-sneak-peek-key-decision-making-process-lnpoe/?trackingId=kniSCWoBTD25TJfr8mSjmw%3D%3D

글에 들어가 보면 내 디자인과 내 인터뷰도 볼 수 있다 껄껄





출장을 통해 구경했던 미국 다른 도시에서의 삶


올 한 해 출장 다닐 기회가 정말 많았다. 뉴욕만 한 4-5번 갔던 것 같고, 센프란 Config 출장도 다녀오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휴가인 칸쿤도 다녀오고, 좋은 기회가 많았다. Config 에서는 메타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친구들도 만났고, 한국에서 오신 디자이너분들도 만나뵐 수 있었다. 내년에는 시애틀 오피스도 꼭 구경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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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에서 일하는 날이 오다니




글을 마무리하며 미래의 내 글을 읽을 나에게, 나 그래도 정말 열심히 일했고, 회사에서 칭찬도 받고, 회사 리더십에게 이름도 알리고, 보너스도 많이 받고 참 감사한 한 해였다! 매년 목표는 survive 하기인데, 열심히 survive 하려다 보니 가끔 thrive 하기도 하나보다. 올해 내내 되게 마음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고 생각했고 이룬 거 하나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보니 감사한 게 많은 한 해였구나. 내년에도 잘할 수 있기를. 당연하지만 인생은, 디자인은, 창작은 어렵다, 주변 사람들이랑 내 파트너들을 믿으면서 그냥 한다. 그냥 하다 보면 레벨업을 해있겠지 생각하면서... 그 위대한 한스 짐머도 창작은 어렵다는데, 나 같은 초짜가 어떻게 쉽게 날로 먹겠나. 뭐 어려운 거니까 해봐야지!


77b6f5676bb6502cb1b43ed256485d96.jpg 대충 나의 디자인 프로세스 한짤 요약
CleanShot 2024-12-30 at 15.41.10@2x.png 회사가 말아주는 회사 짤;; 여러분들 듀오링고 인스타그램 팔로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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