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워크숍] 에필로그

by 고들정희
10주과정으로 진행했던 자서전 워크숍이 끝이 났습니다. 매주 저에게는 참 뜻깊고 도움되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북릿'' 이라는 결과물을 보니 그동안 편집하며 책 만들어주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은 것 같고 너무 보람되네요.
자서전의 마지막 글 에필로그를 올려봅니다.


에필로그


몇 해 전, 쉰 살이 되던 즈음에 <50, 인생의 두 번째 챕터>라는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 2023년에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멤버들과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밴드에 처음으로 올렸던 에세이였다. 작년에 그 에세이의 내용을 조금 다듬어 캘거리 문인협회 공모전에 재미삼아 응모해 보았는데, 덜컥 대상을 받게 되었다. 나의 지난 50년을 갈무리하고,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묻는 마음으로 썼던 글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나도 어렴풋이 작가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삶도 기록할 만한 이야기 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글쓰기는 조금씩 내 삶의 일부분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며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그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다. 어떤 것들은 기꺼이 내려놓게 되었고, 그 빈자리는 남은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자서전 워크숍도 그런 흐름 속에서 시작되었다.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던 어느 날,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KSSC (한인 사회 복지센터)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자서전 글쓰기 워크숍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그걸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직 글 쓰는 법을 가르칠 실력은 전혀 안되는데...’ 하며 망설였다. 그러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누군가의 소중한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참여하게 되었다.


워크숍 현장에서 마주한 선배님들의 삶은 그 자체로 커다란 역사였다.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간 그분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며, “모든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라는 사실을 매 순간 체감했다. 타인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돕다 보니 나 또한 내 안에서 뜨거운 갈망이 솟구쳤다. ‘나의 삶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나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은가?’


이 북릿은 자서전 워크숍 10주 과정의 결과물이다. 강사인 나 역시 그분들과 똑같이 보조를 맞추어 처음부터 매주 글을 썼다. 어르신들의 인생을 응원하던 목소리는 어느덧 나 자신을 향한 응원이 되었고, 덕분에 ‘자서전’ 이라는 타이틀 아래 내 삶을 처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이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60대와 그 이후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맞이하기 위한 나의 월동준비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자서전 제목도 공모전에서 수상했던 에세이 제목인 <50, 인생의 두 번째 챕터>로 정하게 되었다.


이번에 자서전을 써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에 느꼈던 작은 결핍과 20대에 가졌던 불안과 두려움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움직여 온 수많은 점들은 우연이 아니라,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의 나의 미래도 내가 점 찍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매주 목요일 커피 한잔과 함께 인생 선배님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었던 그 순간들이 벌써 그리워진다. 워크숍을 진행하며 오히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함께 하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던 것 같다. 강사로 함께 참여해준 지혜가 없었다면 이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워크숍을 함께 해보자며 나를 설득했던 지혜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우리 워크숍을 늘 응원하고 지지해준 KSSC 운영진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제 자서전의 마지막 장은 덮지만, 나의 이야기는 계속 기록될 것이다. 이렇듯 사소한 나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며, 다음에 만나게 될 소중한 인연들을 또 기대해 본다.



2026년 3월 어느 아침, 글쓰는 거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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