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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J Jan 08. 2024

신년 운세를 보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신년 운세를 보았다.

올 한 해는 생각이 많아지고 잡념이 많아서 집중하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한다고?

감정적으로 불안한 면을 보이기에 우울한 마음이 들거나 외롭게 느껴져 생활에 큰 만족감을 얻는 것이 힘들 수 있다고? 조금은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는 시기라고?


다행히도, 후반부는 좋단다.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득이 되고 후반에 원하는 보배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시기에 집안 창고에 쌀이 넘치고, 경사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어쨌든 기분은 좋네~! ㅎㅎ) 좋은 기운은 후반에 다 몰려 있으니 연초에는 욕심을 부리지 말란다.

아무리 재미로 보는 신년운세라지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글자 하나하나에 내 상황을 집어넣고 있는 나. 겉으로 보는 나는 누가 봐도 너무 나도 잔잔한 강물처럼 조용히 앞으로만 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안에 숨어 있는 감정들은 오르락내리락 폭풍우가 치고 있는 것이 운세에 다 나오는 걸까?

신기한 마음이 든다.


2024년 운세가 썩 맘에 든 건 아니니 나의 평생 운세도 한번 확인해 보았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 줄을 잘 알며, 패션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감각도 탁월합니다. 성격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순진한 면이 많은데,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라 주변에 사람이 많이 따릅니다.

낙관적이고 적극적이며 무엇이든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하며, 일을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잘합니다. 상황 판단과 분석력이 정확한 편이라 참모나 비서와 같은 조언자 역할을 잘하는데, 대체로 이런 어드바이스가 다 결과적으로 잘 맞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나 주목을 받는데, 자칫하면 공주병 환자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이건 뭐지? ㅋㅋㅋ)

어떻게 하면 자신이 보다 멋있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기운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신다면, 겉모습만을 쫒는 삶이 될 수 있으므로 본인의 기질을 잘 활용하여 주변을 포용할 수 있게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운세를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가끔 재미 삼아 볼 때면 나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썼나 싶은 문구들이 꼭 하나 정도는 들어가 있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누구에게나 들어맞을 수 있는 성격의 평이한 인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운세가 내 성격이나 상황과 놀랍도록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주로 심리학적 기법과 인지 편향에 기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매우 일반적이고 모호한 성격 설명이나 예측을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매우 특별하고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심리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짧은 문구 하나에 지금 처한 내 상황이나 경험 등을 연결시키고 위안을 얻고, 안도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신년운세를 보는 이유는 이렇듯, 미래에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운세 속에서 언급된 예측이 마침 자신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예능들을 보다 보면 연말연시에 한 해 동안의 활력을 담은 캘린더를 만든다.

달별로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나 활약 멤버의 사진을 넣어두는데 달력만 봐도 일 년을 한눈에 기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 캘린더를 보면서 우리 가족의 1년 달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많을 가족들의 이야기와 나의 1년간의 성취들을 볼 수 있는 캘린더를 만들어보면 1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알게 되고, 한 것 없이 일 년을 보냈다 싶었는데 그래도 나름 일 년을 잘 살아왔구나 하고 쓰담쓰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또 새해도 용기 내어 잘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작년 12월에 2023년 연말정산의 차원으로 사진과 함께 캘린더를 만들어 봤었다. 그리고 의외로 그 방법을 써보니, 신년운세로 내 운을 점쳐보는 것보다 훨씬 희망차다.


개인적인 기록이나 가족의 이야기는 없애고, 오로지 나의 자기 계발 관련된 이야기들만 따로 써보았다.


1월: 25년 동안 잊고 살았던 기타를 다시 치기 시작

2월: 함께 운동하는 뚝심팀 크로스 컨츄리 캔모어 1박 2일 엠티

3월: 제1회 바이올린 연합 하우스 연주회 / 애정하던 북클럽 탈퇴 / Administration 풀타임 재택근무 시작

4월: 일대일 온라인 바이올린 수업으로 다시 시작 / 재택근무 한 달 만에 해지통보 ㅠㅠ

5월: 하이킹팀들과 함께 글렌보우 랜치 하이킹

6월: 체스미어 마라톤 5km  참가(걷뛰)

7월: 마호가니 레이크에서 패들보드 입문 / 사우스멤버 캘리 & 써니와 배드민턴 시작

8월: 여름 캠핑의 계절, 레이크에서 보트 타기

9월: 스케이트 클래스 등록 /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

10월: "북스톤 차일드" 새로운 북클럽 결성 / 주식계좌 오픈 후 첫 ETF / Leah ProAdvisor라는 이름의 사업자 등록 후 프리랜서 북키핑 업무

11월: 악기 연주하(고싶어하)는 밴드 소모임 R238 결성 및 회동 / 경제공부 소모임 경자부 1주년 축하 

12월: 사우스 운동팀 미모의 2023년 마지막 모닝워크 / 캔모어 스케이트 / 영어원서 40번째 책 마무리

일 년 동안 일어난 일들을 캘린더에 담다 보면 생각보다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을 시작하기 전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시작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서 하다 보면 결국엔 자그마한 성과로 남게 된다.

가령, 1월에 25년 만에 다시 기타를 쳐보기로 결심하고 연주를 시작한 덕분에 관심 있는 멤버들을 모아서 지금의 밴드를 꾸릴 수 있었다. 스케이트를 전혀 못 타던 내가 9월 스케이트 수업을 시작해 보기로 결심하고서야 드디어 혼자서 살살 걸을 수 있게 되어, 12월 마지막 날에 캔모어에서 스케이트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경제를 너무 몰라 공부해보고 싶은데 혼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멤버들을 모을 결심을 했고, 함께 공부하다 보니 주식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직접 사보기도 하며,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배우게 된다.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일들을 이루었고, 그런 성과들만 보더라도 나 스스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시작하기로 결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풀타임 해지통보를 받게 된 날, 처음에는 엄청 상처가 되고 마음이 쓰라렸지만, 반드시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생겨도 금세 지나가고 또 좋은 일이 돌아온다는 것 또한 저절로 알게 된다.


여기에 무슨 신년운세가 필요하겠는가?

내 달력에 한 달 한 달을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가득 채워 나가게 되면 연말에는 여러 가지 성과들이 하나하나 그려지게 될 것이고, 결국 나의 희망찬 운세는 나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024년 나의 목표 또한 작년에 내가 작성한 캘린더에 올라와 있는 목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올린 스즈키 교재 3권의 시작과 함께 렌트가 아닌 내 바이올린 구매하기

스케이트 재등록 및 좀 더 편안하게 탈 수 있게 꾸준히 연습

수영 600m 중 200m는 논스톱으로 할 수 있게 훈련

아침 쓰기 및 다이어리 쓰기

영어원서책 1년에 10권 읽기

월급의 10퍼센트로 매달 ETF 사기

배드민턴 매주 꾸준히 해서 실력 향상 후 대회 나가기

다양한 AI 관련 공부 및 실전 응용

R238 가족초대 2024년 12월 연말 밴드 연주회


물론 중간중간 새로운 목표들도 생겨 나겠지만, 작년에 했던 일들의 연장선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은 목표들이다. 그냥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된다.

1월 초에 특히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실행해가려 하지만 금세 지쳐버리고 작심 3일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실행하는데 몇 분이면 되지만 하고 나면 기분이 가벼워지는 목표들도 있고, 반면 호흡이 길어야 하는 목표들도 있다. 실행하는데 호흡이 긴 목표들은 너무 큰 성과를 빨리 내려하면 되려 지친다. 그냥 실행하고 있는 현재를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캘린더의 마지막 달에는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겨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치얼업 하는데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신년운세로 시작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캘린더로 이야기를 끝내게 되었지만, 우리 모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고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 신년 운세는 대박 날 것이라 믿는다. 

갑진년이라 어차피 모두에게 값진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ㅎㅎ

2024년 연말정산 때 활짝 웃을 수 있게 지금부터 미리 설레자.

설렘은 실행의 원동력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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