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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레아 Jan 13. 2019

낙엽장수의 하루 (3)

그림도 파나요?


낙엽을 팔던 여자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장사하는 사람이 떡 하고 지키고 있으면 다가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림을 슬며시 쳐다보다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이내 가던 길을 가기도 했다. 멀찌감치 서서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러던 사람들이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슬금슬금 몰려들었다. 부담 없이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는 것이었다. 장사를 해야 하는데 자리를 비워야 이야기를 더 잘 전할 수 있다니 아이러니했다. 그때부터 여자는 종종 자리를 비워 그림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림 앞에 머물러 있는 그들을 보며 뿌듯해하며 말이다. 



그렇게 왔다 갔다 놀이를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한참 그림 앞을 서성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낙엽을 사려는 걸까? 여자는 관찰자에서 낙엽장수의 본분으로 돌아와 빼꼼하고 고개를 내민다. ‘뭐 필요하신 가요?’ 하는 표정을 하고. 

남자가 입을 연다.


“이 그림은 안 파나요?”


여자는 예상도 못한 그림을 안 파냐는 질문에 깜짝 놀란다.  

“아, 그림은 팔지 않는데…”


“음 아쉽네요. 이 그림을 가지고 싶은데.”


“그림이 없으면 장사를 못 하는 걸요?”

그녀는 조금 난처해하면서도 그림을 산다는 말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칭찬받은 것 같아서 좋네요. 왜 사고 싶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남자가 대답한다. 

“되게 따뜻한데… 기분이 그냥 좋아지네요. ‘와우’하게 되는 그림이 아니고 ‘아…’하게 만드는 그림이랄까.”


그는 ‘아…’ 하는 부분에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이 말이 여자의 마음을 건드렸는지 여자도 덩달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아! 정말 멋진 말이에요.”


“그림을 못 사서 아쉽긴 하지만… 마음에 두지 말아요. 어차피 비싸서 못 샀을 거야! 하하.”

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장사 잘하라는 덕담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백 미터만 가면 테르트르 광장에 실력 있는 화가들의 그림들이 즐비한데, 이 그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자신의 이야기가 가진 무언가를 발견해 준 것 같아 기쁘다. 여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올라와 다시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시 그림 그리기를 잘했어.'

그녀는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되새기며, 그녀에게 그림을 되찾게 해준 선물같은 포지타노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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