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들려준 이야기
나무 그득한 길을 걷다 길게 마중 나온 낙엽을 보았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은 신발 아래서 차분히 몸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몸을 낮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한때는 빛나던 연두,
모질던 볕 아래 짙은 초록,
이제 가만히 자신을 보니
노랑 빛이 되었다.
태양빛 잔뜩 머금어서 인가,
지나는 바람이 색을 삼켜버렸나,
쉬어 가던 나비가 떨군 꽃가루 탓일까,
세상의 무엇에 물들어, 혹은 닮아
이제 이 모습이 나로구나.』
낙엽 몇 장을 손 위에 놓았다. 상처 하나 없고 파릇했던 그때의 예쁨보다 상실의 때를 맞고 그것을 겪어낸 모습이, 그간 맞이한 세월이 묻어 닳고 변한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비처럼 날아온 노란 녀석을 보며 마음을 정했다.
“낙엽과 함께 걸어야겠다.
입을 열어 나를 흩뿌리는 대신,
네가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야지.
현실과 사람에 휘둘리는 대신,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열어 놓아야지.
나답게 걸으며,
어쩔 수 없는 것은 내버려 두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보살피며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겠다.”
그렇게 시작되었어
우리 인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