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별거 없는 일상이지만.
소위 말해 '취향'이라는 것이 생긴 후부터 해보고 싶었던 헤어스타일이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내 가슴속 한 구석에 간직해온 그것들.. 더도 덜도 말고 딱 두 개.
첫 번째는 어깨를 넘어가는 기장에서 얇은 컬로 곱슬곱슬하게 파마하기 (1999년의 드라마 <학교>의 김민희 머리의 영향을 받았을 확률이 굉장히 크다)
두 번째는 파란색으로 염색하기 (2010년도에 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케이트 윈슬렛을 보고 영향을 받았을 확률이 거의 100퍼센트다. 아, 미디어가 이렇게도 청소년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늘고 생머리인 태생적 특성과,
튀는 것을 도전할 용기는 없고 목 언저리에 머리카락이 닿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과,
딸의 머리를 도저히 예쁘게 묶지 못했던 엄마가 만나
나는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이십 년 넘게 단발로 지냈다.
물론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고 짧아지고 파마도 했지만 어깨선을 기준으로 장난치는 정도였다.
그런 내가 서른한 살이 되던 2017년, 회사원이었음에도 이번이 아니면 힘들 것 같아 파란색과 보라색으로 머리카락의 절반을 뒤덮었다. 난생처음 시도한 탈색과 염색이었다.
그리고 몇 달 전에는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어깨 넘게 길러 파마를 했다. 첫 며칠은 낯설었고, 그다음에는 만족하며 부스스한 머리를 풀고 다녔지만 뭐 금방 덥고 걸리적거려서 결국에는 묶고 다녔다.
어휴, 머리가 길다는 것(그래 봐야 등 절반까지 오는 길이었지만)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머리카락 길이가 길기 때문에 더 많이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샴푸를 많이 쓴다.
말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머리 감는 것이 굉장히 귀찮아진다.
빗질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카페에 갔다 오는데 미용실이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커트에 500밧이었는데, 여기는 200밧.
내가 생각한 예산이다. 아, 이제 이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이젠 다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태국인 미용실 언니는 아주 찰랑찰랑하는 긴 생머리를 갖고 있었고, 내가 손으로 턱선 정도에 맞춰서 자르고 싶다고 하자 Really?를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Yes, Really.
이번 생에 내가 저런 찰랑이는 긴 생머리를 휘날릴 날이 올까?
나는 다시 턱선까지 오는 층 없는 단발머리 레아리로 돌아갔다.
상쾌하다.
샤워하고 요가할 때도 훨씬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