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별거 없는 일상이지만.
어제는 낮잠을 무려 두 시간 반을 잤다. 그 시간에 딱히 해야 할 일도 없고,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깨워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잠이 들고 만 것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들의 연속이다. 요즘 치앙마이의 아침과 낮은 그야말로 최악의 미세먼지가 점령했다. (오후에는 그나마 괜찮아지지만, 한국에서는 “큰일 났다!” 하는 수준이다. 어플에 따르면 VERY UNHEALTHY라고 표시되는 정도. 하지만 HAZARDOUS가 아닌 게 어디야,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많아 밖에 나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배도 부르니 배를 두드리며 잠을 청한 덕분에 밤에는 굉장히 잠을 설쳤다. 호랑이가 창밖에서 포효해도 침을 흘리며 꿈나라를 유영할 타입의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뒤척이던 밤이었다.
그 때문인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나는 대충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 쪽에 요가 5회권을 등록해둔 참이었다. 머리를 툭툭 말리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동그랗게 말려있는 침대 위 이불을 펼쳤다. 이불 양 쪽 모서리를 잡고 휙 하고 펼치는데 반대쪽은 엉거주춤한 모양새가 된다. 그래도 절반이라도 정리한 게 어디야.
그랩 카를 불러 올드타운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 갔다. 나를 포함하여 총 6명의 학생이 있었고 Yin&Yang 요가 수업이었다.
Yin 요가는 천천히 몸을 휴식하는 느낌으로 한 동작을 1분 이상 유지하며 평소에 풀기 힘들었던 부위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고 Yang 요가는 다이내믹 요가, 즉 많이 움직이는 요가 타입이다.
준비운동 후 Yang 요가를 먼저 한 후 Yin 요가로 마무리하게 된다. 먼저 빈야사의 몇 가지 동작을 다섯 번씩 점점 빠른 속도로 반복하는 식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중심 잡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호흡을 하며 동작을 유지하는 거야.. 인헤일, 엑스 헤일...... 얼굴이 빨개지고 등, 가슴, 이마, 뒤통수에서 땀이 나는 것이 느껴진다. 인헤일, 엑스 헤일.......
마지막 빈야사 동작 후 요가 매트 위에 눕는다. 그리고 Yin 요가로 전환. 눈을 감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고 동작을 유지한다. 땀이 식는다. 심장박동이 다시 느려진다. 그리고... 잡념들이 마구 마구 솟아오르며 모든 감각점이 살아나는 듯했다.
밖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어디선가 생선 굽는 듯한 냄새가 난다, 갑자기 옆구리는 왜 가려운 거지. 어제 왜 그렇게 낮잠을 많이 잔 거야 바보같이, 오늘은 낮잠 자지 말자. 이 동작은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거야?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거야....
“자, 이제 서서히 오른쪽 다리를 풀고 발을 매트 위에 내립니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위로 들어 스트레칭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고 다리를 교체한다. 그리고 생각들이 다시 밀려온다.
몸은 편안해지는데 머릿속은 왜 이렇게 뿌연 생각들이 가득할까. 아, 배고파. 점심은 뭐 먹지.. 일 그만둔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뭐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아, 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거야. 머리를 비워야 하는데 이 생각들은 다 뭐지...
뭐 이런 식의 잡념들의 나열. 월초라서 그런가. 배고파서 그런가. 아니면 단순히 몸을 많이 움직이다가 갑자기 너무 편안해져서 그런 걸까.
이렇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를 때는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첫 번째- 맛있는 것을 먹는다.
두 번째- 한번 써 내려가 본다.
나는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있는 유명한 베이글 집에 왔다. 아보카도와 계란,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 베이글 샌드위치와 아이스라테를 주문했다. 크림치즈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이렇게 써 내려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