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돈을 안 내는 날도 있다.

치앙마이, 별거 없는 일상이지만.

by 레아리

아침 요가를 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방을 빗자루로 쓸었다. 매일매일 쓸어도 먼지와 털이 이렇게 모이는 걸 보면 참 인체와 자연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땀을 흘리고 샤워, 청소 후에는 배가 고파진다. 백이면 백 그렇다.


점심은 숙소에서 약 3분 거리에 있는 채식 식당에 갔다. 밥과 채식 반찬을 입맛대로 고르면 되는데 밥과 반찬 3개가 40밧 약, 1450원이다. 간이 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나의 치앙마이 밥집으로 등극된 곳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도 터벅터벅 채식 식당으로 걸어갔다. 안경을 낀 인도계 태국 아저씨가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싸와디 캅"라고 인사했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한 후, 밥과 먹고 싶은 반찬을 골랐다. 숙주나물, 두부, 버섯 볼, 고기처럼 생긴 버섯조림을 올린 밥그릇을 들고 작은 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오지은의 <익숙한 새벽 세시>를 읽으며 숟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모아 동그랗게 만들어 입으로 넣는 것을 반복했다.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후 아저씨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했다. 주인아저씨가 밥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언제나처럼 맛있다고 대답하고 "컵쿤카, Bye!"라고 말하며 식당을 나왔다. 아저씨도 두 손을 모으고 아까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컵쿤캅, Bye"라고 인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가던 중 내 머리를 스친 한 가지. 아차, 계산을 안 했네.

혹시 아저씨가 가게문 앞에 나와있을까 싶어 힐끗 뒤를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다. 얼른 다시 식당으로 빠른 걸음으로 종종 걸어갔다.


가게로 들어가자 아저씨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앉아서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고 날 보며 그냥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저씨, 제가 계산을 안 했네요."

"Yes"

"근데 왜 아까 아무 말씀도 안 했어요?"

"I know you, I knew you will come back"

나는 급하게 지갑을 꺼냈고 아저씨는 굉장히 차분하게 웃으며 돈을 받으며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으고 "컵쿤카"라고 말했다.


돈을 내고 나오는데 웃음이 나왔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편의점에 가서 Leo 한 캔을 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안주삼아 버드맨을 봤다. (아, 물론 안주는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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