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별 거 없는 일상이지만
결국 돈이 부족했다.
얼마 전 인출한 3천바트로 부유하게 지낼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Playwork에서 에코백 세 개와 파우치 세 개를 산 것은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었고 오늘 아침에는 커피 한 잔 사 먹을 돈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는 마지막 요가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던 요기니 한 분과 브런치를 먹었다. 감사하게도 그분이 브런치를 사줬다.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 요가 수업을 네다섯 번 함께 한 사이인데 이런 일도 일어난다.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날을 굉장히 즐겁고 따뜻하게 시작해서 행복했다.
(이 글을 못 보실 확률이 아주 높지만.....감사하고 즐거웠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
고마운 브런치를 얻어먹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차고 있던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원래 가격보다 적은 금액의 현금을 받아 챙기듯, 나의 분홍색 외화 주머니 (인도네시아 루피, 말레이시아 링깃, 호주 달러, 미국 달러, 싱달러, 한국 돈이 조금씩 들어있다.)에서 30 호주 달러를 꺼내 동네 은행 환전소로 달려가 타이 바트로 바꿨다.
사람의 마음이 참 그렇다.
지갑에 돈이 없을 때는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그렇게 많이 떠오르더니, 막상 현금을 손에 쥐고 나니 세상 초연하고 고고하게 변한다. 천천히 마트에 가서 치앙마이의 마지막 날을 장식할 간식거리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전날 밤 K가 제안한 '두리안'을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넣은 후, 내가 하루에 한두 개씩 해치운 코코넛 요거트와 덴마트 요거트도 뒤이어 집어넣었다. 또 저녁에 먹을 멜론도 하나 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마지막 날에는 가장 좋아했던 것들을 또 먹는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이지만 한동안 작별 인사를 해야하는 그 맛을 한번 더 음미해본다.
4월에는 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송끄란이 있다. 태국식 달력의 새해이고, 천문학적으로 해가 양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보통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인데 올해 2019년의 4월 13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하루 앞당긴 금요일, 즉 12일부터 송끄란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부터 쇼핑몰 앞에는 대형 무대가 한창 설치 중이고, 그 주변에서는 물총, 형광빛 고글, 방수팩 등을 파는 노점상이 많이 보였다.
나는 송끄란의 물축제를 경험하진 못하겠지만, 준비 과정(?)을 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 송끄란 전후 약 10일간을 송끄란 기간이라고 하여 쉬는 곳이 많다고 위키피디아에 적혀있는데, 정말로 그렇다. 이번 주는 확실히 도로에 사람도 적고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았다. 날씨는 어떠한가? 아직도 정상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미세먼지 지수도 눈에 띄게 많이 낮아졌고 내가 느낄 때도 하늘이 조금 더 깨끗해졌다. 그리고 날씨는 무더워지고 있다. 덥다. 송끄란이 끝나면 아주 천천히 습해지면서 우기가 시작되겠지. 그렇게 또 시간이 가고 파란 하늘과 건조하고 시원한 공기를 품은 계절이 돌아올 것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앞으로 2월-4월의 시기에 태국에- 특히 북부에는 별로 오고 싶지 않다.
공기질이 정말 엉망이었고 그 점이 내 아침 기분과 건강에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내 시간을 보낸 이 곳에서의 일상은 굉장히 소중하고 즐거웠다. 여행의 끝자락에 서서 내가 보낸 날들을 돌아본다. 벌써 모든 것이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