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가장 많던 시기, 치앙마이에서 두 달 동안 일상을 꾸렸다. 사실 미세먼지가 그 정도로 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나 뭐, 회사도 그만뒀고 짐도 다 꾸려서 왔으니 살았지 뭐. 많이 먹고, 요가도 많이 하고, 사람들은 덜 만나며 내가 그렇게도 원했던 조용하게 빈둥 빈둥한 일상을 보냈다.
1) 미세먼지
무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너란 아이, 미세먼지.
내가 치앙마이에 가기 전 4년 동안 살았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역시 헤이즈가 심할 때가 있었으나 2015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나아졌고, 사무실에만 있어서 그런지 거의 매일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2015년 이후에는 거의 없었다.
봄철 치앙마이의 공기는 정말... 안 좋다. 가자마자 목감기에 걸리고 목감기에서 벗어나고 얼마 후 코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핸드폰에 Airvisual 어플을 설치한 그 날부터 나의 불안 증세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런데 미세먼지 지수는 내 불안감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쑥쑥 높아졌다. 초반에는 미세먼지 지수가 150만 되어도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는 150이면 기뻐할 정도가 되었으니... 오죽했을까. 200, 300, 400, 정말 최악이었던 날은 700+ 까지 올라갔던 적도 있다. 많이 있다.
초반에는 한 달만 살고 갈까? 당장이라도 푸껫이나 방콕으로 내려갈까?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나는 적응을 잘했고 귀찮음에 정복당하여 무거운 엉덩이를 내려놓는 바보였다. 그렇게 두 달을 살았고, 내 일상이 적힌 두 권의 노트와 힘을 주면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미약한 근육, 날씨와 공기에 감사하는 마음, 커다란 추억을 얻었다. 그리고 긴 머리와 똠얌 쿵 공포와 고질적으로 날 힘들게 하던 어깨 통증을 잃었다.
2) 두 달 동안 살아본 치앙마이 생활의 좋은 점
1. 치안이 좋은 편이다.
내가 살았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나 여행했던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등과 비교를 해도 굉장히 치안이 좋은 편이다. 물론 위험한 곳은 일부러 가지 않고, 늦은 밤 혼자서 걷지 않는다- 등 어느 곳에나 해당되는 주의를 기울여야 되지만 다른 동남아 동남아 도시들과 비교해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느꼈다.
2. 저렴하다.
물가가 굉장히 저렴하다. 예전과 비교해서는 물가가 많이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치앙마이에는 야시장이 많은데, 야시장의 물가도 비싸다.. 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더 구석에 있는 현지인들의 공간에 가면 엄청난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음식도 저렴하고, 교통비도 괜찮은 편 (그랩 카는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면 조금 비싼 것 같기도. 말레이시아는 석유가 나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핸드폰 유심과 인터넷 금액도 나쁘지 않다. 태국 답게 마사지도 아주 저렴하다.
3. 한 달 단위의 숙소를 구하기가 쉽다.
1번과 2번 이유로 인해 외국인들의 치앙마이 장기 거주가 많아진 것 같다. 치앙마이 자체의 인구 밀도가 낮아서 그런지 장기 거주를 할 수 있는 숙소가 굉장히 많다. 가격 역시 저렴한 숙소부터 고급 숙소까지 선택의 범위도 넓고 보통 한 달치 렌트 금액을 디파짓으로 내기 때문에 꽤 간편한 편.
4. 과일이 싸고 많고 맛있다. (맥주도 마찬가지)
달콤한 열대 과일을 사랑하는 내게 태국은 마치 천국과도 같다.
망고, 파파야, 망고스틴, 파인애플, 두리안, 코코넛 등등... 어딜 가나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이 과일들. 태국 과일들이 또 유난히 달아서 매일 과일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와 계속 비교하게 되는데... KL은 사실 과일이 꽤 비싼 편이고 태국 과일이 훨씬 저렴하고 맛있다.
5. 괜찮은 카페가 많고 커피도 맛있다.
커피도 좋아하고 카페에서 이것저것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치앙마이에 괜찮은 카페가 많은 것은 큰 장점이었다. 보통 님만해민의 카페는 단체 관광객이 많아서 조금 시끄러운 편이었고, 싼 띠 땀이나 올드타운의 카페는 거의 다 좋았다. 커피 값이 물가 대비 저렴하지는 않지만, 커피맛은 괜찮은 편. (태국 북부지방에서도 커피빈을 생산하기 때문에 로컬 빈으로 만든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초반에 여러 카페를 가본 후 괜찮은 카페 한 두 곳을 아지트로 정해 보는 것도 좋겠다.
3) 치앙마이 생활의 아쉬웠던 점
1. 미세먼지 (특정 시기를 피하면 된다.)
대략 2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최악은 3월 한 달 ~ 4월 초.
계획을 짤 때 이 시기를 피해서 짜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주변 환기의 느낌으로 “오늘 날씨가 덥죠?”, “오늘 날씨가 맑네요~”처럼 날씨 이야기를 하듯, 치앙마이에서는 요가 선생님과 항상 미세먼지 이야기를 했다.... 여행자야 그 시기를 피해서 가면 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얼른 공기 문제가 좀 해결되었으면. 한국도 마찬가지고.
2.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님만해민
확실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엄청 많다. 소위 말해 ‘비수기’인 2-4월에도 그렇게 많았는데, 다른 시기에는 어떨지. 특히 님만해민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정말 많고, 단체 관광객을 많이 하는 그들의 특성상 그 주변은 조금 시끄러운 편이다. 나조차 외국인 관광객의 한 명인지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이 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님만해민은 좋은 선택은 아닐 듯하다.
3. 로드킬
내가 운이 나빠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로드킬을 자주 목격했다. 초반에 많이 걸어 다닐 때는 1일 최소 1 로드킬은 본 것 같다. 종교상의 이유로 로드킬을 당한 동물 처리에 둔감하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내 마음도 좋지 않고 잔상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힘들었던 점 중 하나이다.
4. 12시 이후에는 갈 곳이 별로 없다.
비수기였던 점 + 밤에 많이 돌아다니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단편적인 코멘트이긴 하지만.. 12시만 되면 술 파는 곳도 다 문을 닫는다. 자정 넘어도 문을 연 곳은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 몇몇 카페 정도였다.
5. 도시가 작아서 심심할 수 있다.
도시가 작은 것은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장점은, 도시를 빨리 파악하고 이곳저곳 가보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
단점은, 어느 순간부터 그곳이 그곳 같아 갈 곳이 없게 느껴져서 심심하다는 것.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을 바탕으로 적어본 글이다.
내 일상은 아주 느긋하고 조용하고 단순했다. 그것은 너무도 고요하고 차분해서 때로는 불안함과 심심함이 조금씩 느껴지던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시간 나는 내가 참 잘 쉬고 있는 중이구나. 조금씩 충전이 되고 있구나,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내게 너는 또다시 치앙마이에 가서 살아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YES!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겠지. 그때가 한국이 추워지는 시기면 좋겠다고. 그리고 다시 가게 된다면 더 많이 걷고 코코넛을 더 많이 마시고 글을 더 많이 쓰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