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매일매일 트림을 해서 병원에 간 이야기
<1. 프롤로그>
이야기는 한 가지 증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내가 두 달 정도 매일매일 트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오래, 또 잦게.
<2. 식습관> 그즈음 두 달 동안 치앙마이에서 지내던 나의 식습관과 패턴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거의 매일 맥주 한 캔을 마셨고,
- 거의 매일 편의점과 야시장에서 산 야식과 간식을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었고
- 두 달 동안 삼시 세끼 + 야식 + 간식을 밖에서 사 먹었다. (한식은 한 번도 먹지 않았다.)
- 1일 1 카페, 즉 1일 1 커피
- 나는 백수였고 날은 더웠고 미세먼지는 많았으므로, 숙소에서 낮잠도 종종 잤다.
치앙마이 두 달 살기를 끝낸 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 달 동안의 식습관 및 생활패턴을 생각해보았다.
- 오래간만에 먹는 집 밥이 너무 맛있어서 삼시 세끼를 아주 잘 챙겨 먹었다.
- 식후에는 과일도 확실하게 챙겨 먹었다.
- 서울, 대구를 돌아다니며 흡사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다양한 고기 요리를 먹었다. 고기 종류와 조리법이 다른 요리들을 세심히 골라서...... 그전에 먹은 것과 중복되지 않게....
- 디저트로 커피와 케이크도 자주 곁들였다.
<3. 병원>
2019년 5월, 그날도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고 눈이 감겨 소파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낮잠을 잤다. 역시 트림은 잠잠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내과를 방문했다. 한 달 정도 남은 출국 전 내과, 산부인과, 치과 등 검사가 필요한 병원을 방문하고 있던 시기였다.
내 차례가 되어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 내 증상을 말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한 두 달쯤 전부터 밥만 먹으면 트림이 계속 나와요.."
"속이 쓰리거나 아픈 건 없어요? "
"속은 하나도 안 아픈데 트림만 계속 나와요 하루도 빠짐없이.. 너무 많이... 그래서 불편할 정도라서.."
"일단, 많이 먹어서 그래요."
"(움찔함) "
"그리고 고기를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어요. 기름진 것도."
내 입 안에 CCTV를 달았나, 싶을 정도로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1. 많이 먹어서 그러니 양을 조금 줄여라.
2. 고기를 조금 덜 먹어라.
3.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4. 카페인 섭취를 줄여라.
5. 식사 후 적어도 서너 시간은 절대 눕지 말아라.
"약도 주실 건가요? "라고 묻는 바보 같은 내 말에, 약은 주겠지만 식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너무도 당연한 말에 실소가 터질 정도였다. 아, 내 입과 뇌의 기분만 생각했지, 내 위의 기분은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란스톤 엘에프디티 정 (위산 과다증 약) :위산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각종 위산과다 증상을 개선하는 약과,
가스모틴 에스 알정 (위장운동 촉진제) : 위장 운동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각종 소화장애 증상 개선하는 약을 받았다.
일단 일주일간 먹을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식습관의 개선 없이 약만 먹으면 절대 나을 수 없다고 의사 선생님은 한번 더 강조했다.
<4. 에필로그>
일주일간 약을 먹었고, 며칠 동안 유의사항을 지켰다. 하지만 조금 나을 기미가 보이자 나는 다시 풍족한 음식의 세계에 빠져버렸고 내 증상은 전혀 나을 기미가 없었다. 병원에 다시 가기는 부끄럽고, 출국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하며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내 증상은 조금 더 심해졌다.
회사에 가서도 이런 식으로 (내가 조절할 수 없는) 트림을 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 출국 며칠 전- 다시 내과에 찾아갔고 의사 선생님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였다. “선생님, 조금 괜찮아졌는데, (실제로는 더 심해졌는데) 이제 곧 외국에 나가야 하니 한 달치 약 좀 지어주세요. 혹시나 재발할 경우가 걱정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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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싱가포르에 왔고
생각보다 비싼 물가에 놀라서,
생각보다 더 무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어서,
생각보다 많이 걷다 보니 다른 것보다 물 마시는 것이 좋아서,
생각보다 요가를 하는 게 나를 많이 행복하게 해서,
생각보다 요가를 할 때는 가볍게 먹는 것이 훨씬 더 아사나가 잘돼서,
등등... 의 이유로 생각보다 더 빨리 식생활이 변했고 이전에 먹던 것과 비교하면 음식을 훨씬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증상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아직 한국에서 지어온 위장약 30일 치는 그대로 서랍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