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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Dec 25. 2019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살기 좋은 이유 8가지

4년 동안 살아 본 후의 기록

사진은 쿠알라룸푸를 떠나기 전날 찍은 페트로나스 빌딩 사진. 뻔하긴 해도 이 것만큼 KL을 잘 나타내는 사진도 없다. 

(2019년 2월에 적었던 글을 옮겨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살기 좋은 이유 8가지

쿠알라룸푸르에서 2015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약 4년을 살았다. 잠깐만 있다가 떠나야지- 했는데 20대 후반을 지나 30대 초반까지 머물게 되었다. 케엘(KL)을 떠나면서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적어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애정이 참 많은 도시이고 많은 일들이 오고 갔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사는 차 없는 30대 직장인 여성 (술은 아주 가끔 마시고, 클럽에 가거나 밖에서 늦게까지 노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의 기준과 시선에서 쿠알라룸푸에서 살기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인구밀도가 낮은 대도시

한 나라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확실히 그 규모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구글링을 잠깐 해보니 2016년 기준으로 1평방 킬로미터 당 6890명으로 17,000명인 서울에 비해 인구밀도가 약 2.4배 정도가 낮다. 실제로 내가 4년 동안 살면서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줄을 선 기억도 별로 없고, 공휴일을 포함한 가장 복잡한 시기에도 시내를 돌아다니면 '어느 정도의 쾌적함'은 유지가 되었다. 유명한 곳이라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있고 쿠알라룸푸르는 방콕처럼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 쾌적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하고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내게는 잘 맞는 특징 중 하나였다. 


2- 과다한 서비스 정신은 없다. 무관심 혹은 수줍은 친절이 있을 뿐.

물론 사람마다 경험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느낄 때 쿠알라룸푸르 사람들은 확실히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불친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이나 태국에서 느낄 수 있는 친. 절. 함. 은없다. 중국계 말레이시안들도 무뚝뚝한 면이 강하고 말레이계 말레이시안들이나 인도계 말레이시안을 보면 친절함, 서비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다르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친절로 연결된 적은 많지 않다. 그냥 무관심하다.
대신 수줍은 친절이 존재한다. 비즈니스적 친절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함을 느꼈던 적이 많다. 생각보다 말레이시안들이 정이 많다고 생각했다. 과다한 친절이나 서비스가 때때로 부담스러운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 꽤나 편하게 느껴졌다.


3-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말레이시아는 크게 세 가지 인종으로 구성된다. 말레이계 & 중국계 & 인도계.
그것은 곧 말레이 음식, 중국음식, 인도음식을 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슬림과 중국계, 인도계 - 이 얼마나 개성이 강한 문화들의 만남인가. 그래서 잘 섞이지 않는다. 색깔 다른 기름 세 방울이 둥둥 떠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조금씩 섞이기도 하고 이는 음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말레이계와 중국계가 섞여서 만들어진 노냐(Noyna) 문화와 음식들을 비롯하여 한번에 잘 접하기 힘든 음식들을 말레이시아에서는 쉽게 맛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장점만 잘 어우러져서 진짜 맛있다는 것.


4- 공휴일이 많다.

직장인의 기준에서 말레이시아는 천국과 같은 나라다. 
앞에서 말했듯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의 인종이 혼합된 이 나라는 크게는 무슬림 국가지만 다른 인종의 중요한 날들을 다 존중해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 무슬림 공휴일(하리라야 등) / 중국계 공휴일 (구정 등) / 인도계 공휴일 (힌두교의 큰 죽제인 디파발리 등) , 또 크리스마스와 각 주의 국왕의 생일 등등, 이 모든 것을 기념하고 축하할 시간을 준다. 빨간 날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게다가 쿠알라룸푸르의 큰 거리나 쇼핑몰은 그 행사들에 맞춰 굉장히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한다. 그것들을 일 년 내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5- 택시비가 저렴하고 Grab Car 가 활성화되어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처음 왔던 2015년에 비해서 택시비가 많이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비는 상당히 저렴하다. 말레이시아는 석유 생산국이기 때문에 일단 기름값이 저렴하다. 나는 차가 없기 때문에 어플을 이용해서 그랩 카를 타고 다녔다. 신용카드를 등록해두면 딱히 잔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금액이 고정적이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용이했다. 예전에 UBER와 GRAB CAR가 같이 있었을 때는 택시비도 더 저렴하고 택시를 잡기도 쉬웠는데, Uber가 Grab Car에 통합된 이후로 금액도 많이 올라가고 비가 오거나 출퇴근 시간에는 택시 잡는 게 그전처럼 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크게 부담이 없을 정도로 택시비는 저렴하다. (한국에서 가족들이 말레이시아에 놀러 왔을 때,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저렴한 택시 비용이었다.) 


6- 외모, 옷차림의 자유, 타인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문화.

물론 내가 외국인이라서 더 자유롭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말레이시아는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다. 나는 그 이유가 다양한 인종과 강한 문화적 특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들은 인종이 다양하고 각각 인종이나 종교에 따른 옷차림도 정말 제각각이다. 외모도 피부색도 애초부터 너무 다양하다 보니 사실 아름다움에 대해 하나의 기준을 세우는 게 힘들 것 같다. 물론 젊은 힙스터들은 전 세계 어디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꾸미고 다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말레이시아는 정말 마음대로 옷을 입고 마음대로 화장을 해도 그냥 스스로가 좋으면 좋은 거다, 하는 느낌이다. 타인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구정이 다가오면 중국계 친구들은 빨간 옷을 엄청 입고 오고, 말레이계 친구들은 또 그들의 전통 복장도 입고 출근하고.. 내가 한복을 입고 간다고 해도 누구도 신경 쓸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7- 호캉스와 여행을 즐기기 좋다! 동남아 저가항공, 에어아시아의 허브.

여행하기에 쿠알라룸푸르가 좋은 곳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말레이시아에는 좋은 곳이 많지만 정작 KL에서 여행자가 갈 곳은 많이 없는 듯..) 
하지만 호텔에서 푹 쉬고~ 동남아 이곳저곳을 여행할 때 쿠알라룸푸르는 최고의 베이스캠프가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호텔이 저렴하다. 여행자가 많이 없으니 방콕처럼 깔끔하고 싼 게스트하우스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대신 좋은 호텔들은 많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금액이 합리적이다. 거의 매일 비가 내리지만 미세먼지가 많지 않고, 날씨가 더우니 수영장을 이용하기에도 좋고 특성수기를 제외하고는 금액에 큰 차이가 없으니 가끔씩 호캉스를 즐기는 맛이 있다. 게다가 쿠알라룸푸르가 바로 에어아시아 Air Asia의 허브가 아니던가. 비행편도 많고 금액도 저렴하기 때문에 동남아 이곳저곳을 여행하기에 최적화 되있다. 


8-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로 배울 것이 많음 (장기적으로 지낼 때)

동남아에서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발리, 싱가포르를 가봤는데 쿠알라룸푸르의 물가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비싼 것 같다. (물론 싱가포르보다는 훨~씬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몇몇 있다. 골프레슨,  영어나 중국어 개인 레슨, 수영 개인 레슨, 1:1 필라테스 수업, PT, 승마, 볼링.. 등등. 여행으로는 쉽게 누릴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오래 지낸다면 이런 기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부지런해야 한다. ㅎㅎ)



여기까지 8가지 정도 생각해서 적어봤는데 개인마다 경험한 것이 다르고 기준이나 시선이 다르니 모두에게 통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조금씩 살아보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새삼 느꼈다. (아, 어마어마한 장점이 하나 더 있는데,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정말 한국인을 좋아한다!) 그러니 4년에 가까운 시간을 마음 편히 살 수 있었던 거겠지 :D
회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친구들, K와의 소중한 추억들도 내가 말레이시아를 좋아하는 큰 이유이다. 공간이 있으면 사람을 만나고 추억이 생기는 법. 이렇게 쿠알라룸푸르를 좋아하는 이유를 쓰니 괜스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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