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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Dec 31. 2019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생활, 아쉬운 점 8가지

맨홀 뚜껑을 조심합시다.

예전 우리 집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 공사가 한창이다.

(2019년 3월에 기록해둔 글을 옮겨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4년 생활자가 생각하는 쿠알라룸푸르 생활의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보았다.  

사람마다 우선순위에 두는 항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장점이나 단점-같은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사는 차 없고 술은 아주 가끔 마시는 30대 직장인 여성 기준이다.


1.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힘들다.

일단 쿠알라룸푸르는 보행자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도시이다.
페트로나스 빌딩 주변이나 가장 번화가인 부킷 빈탕, KL 센트럴 중심 쪽 등 아주 일부 관광지역을 제외하고는 걸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 인도 시스템이 아주 엉망진창이다. 중간에 인도가 끊긴 것도 많고, 도무지 찾을 수 없는 횡단보도와 고장난 신호등...... 행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곳이다. 큰 대로변에 차는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너야 한다.  

베트남 역시 인도가 잘 되어있지는 않지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차이점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수인 것 같다. 베트남에는 오토바이와 차도 많지만 행인도 그만큼 많다. 따라서 나름의 자가 시스템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면 알아서 차와 오토바이가 알아서 비켜준다.)이 존재한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이 없고, 길을 걸을 때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보도블록이 훼손되었거나 맨홀 뚜껑이 없거나 반쯤 열렸거나-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당연히,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KL에서 걸어 다닐 때는 맨홀 뚜껑을 잘 보고 다닙시다. 밟지 맙시다."  


2. 첫 번째 항목과 연관이 되는 것인데,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로컬 친구들은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는다... (운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할부로 차나 오토바이는 무조건 사는 듯하다.) 오토바이 날치기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예전보다는 치안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밤에는 위험하다고 한다. 위험하니 밤에는 걷지 말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관광지는 괜찮은 편이다.


3. 길을 걸어 다니면 남자들이 빤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관광지는 괜찮다)

아무래도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눈에 띄기 때문이겠지만... 썩 기분 좋은 눈빛은 아니다. 그래서 반바지를 입거나 운동복을 입을 때는 엉덩이와 팔을 덮는 얇은 옷을 걸치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4. 대중교통이 잘 정비된 건 아니다. (하지만, 버스와 지하철은 진짜 저렴하다.)

사실 말레이시아에는 갈 곳이 정말 많다. 쿠알라룸푸르를 예를 들자면 주변에 정글 같은 산도 있고, 두 시간쯤 운전해서 가면 바다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필요하다. 버스와 지하철이 있고 금액도 정말 저렴하지만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지하철은 편하지만 노선이 제한적이고, 버스는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알기가 어려워 거의 타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동할 때 택시를 많이 타고 다닐 수밖에 없고, 차가 없으면 확실히 생활 반경에 한계가 존재한다.  


5. 인터넷이 느린 편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속도가 느린 편이다. 통신사 인터넷도 그렇고, 카페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속도도 영.... 주변국인 태국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엄청 차이가 날 정도로 인터넷이 느린 편.

처음에 집에 인터넷을 설치할 때- 집이 몇 층인지 물었던 것이 기억난다. 높은 층이면 인터넷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4년 전 이야기라 지금은 다르겠지만.

하지만 여러 가지 통신사가 있고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나 패키지가 다르므로 확인하면 빠른 인터넷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코 저렴하지 않다.)


6. 술이 비싸다. 

무슬림 국가라서 그런지 술에 세금을 많이 때린다.

술 종류는 다 비싼 편이고 동남아에서 싸고 시원해서 자주 마시는 맥주조차 꽤 비싼 편이다. 한국과 비교해도 비싼 편. 그리고 로컬 비어가 없다. (Tiger는 싱가포르 맥주이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사실이다. 랑카위 Langkawi 지역은 술, 담배, 초콜릿 등을 면세로 팔기 때문에 술 마시러 주당들이 많이 찾는 다고 한다.


7. (동남아치고 생각보다) 과일이 비싸다.  

동남아라서 과일 종류가 많고 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일이 꽤 비싸다. 말레이시아에서 생각보다 과일이 많이 나질 않아 수입을 하는 것 같다.

망고도 비싸고, 용과도 비싸고, 사과도 비쌌다. 그나마 수박 철(?)의 수박과 바나나는 상시 저렴했다. 아, 물론 로컬 시장에 가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택시비를 계산해보면 그냥 슈퍼에 가서 사게 되었다..


8. (직장에서) 너무 대놓고 게으름 피우는 게 보일 때가 많다.

말레이시아에는 공휴일도 많고, MC(Medical Leave) 제도가 존재하는데 일 년에 18일을 쓸 수 있다. (입원을 하면 60일) 당연히 대부분의 직장 동료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지만, 몇몇은 항상 금요일이나 월요일, 혹은 공휴일을 전후로 MC를 쓴다. 근데 너무 대놓고 하는 경우가 보인다.

예를 들어, 아프다고 MC를 쓴 사람이 인스타 스토리에 여행 중임을 버젓이 알린다거나... 그래서 얄미울 때도 종종 있었지만 개인차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과 비교해서 일처리가 느려서 답답하고 짜증 난다고 말하는 한국인 분들도 많이 보았다. (이 또한 살다 보면 익숙해지더라..)



단점(?)이라고 여덟 가지를 적었지만, 사실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적어본 것이고 쿠알라룸푸르에서 굉장히 행복한 4년을 보냈었다. 짧게 만나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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