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리 Jan 04. 2020

"이런, 깊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마스다 미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를 읽다가.

(2019년 일기장 속의 한 꼭지를 브런치로 가지고 왔다.)

마스다 미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2013년 6월.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갔던 어느 날, 친구 M에게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당시 26살이었던 M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내게 선물로 준 것이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를 돌이켜 생각해보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서른세 살의 나는 백수가 되었고 시간이 남아돌았던 탓에 오래간만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Yes24의 책 소개 중 일부를 옮겨본다.)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 미혼 여성 다에코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결혼을 통해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미나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 직장에 다니고 싶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이 두 여성을 바라보는 ‘리나’라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디테일한 감정을 그리고 있다. 진짜 목소리를 아직 숨기지 않은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리나의 시선으로 지금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에코와 같은 입장이었던 나는 미혼 직장인 여성인 디에코의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이 되었지만 동시에 전업 주부인 미나코의 독백에도 마음이 쓰였다. 


내일은 월요일, 직장 동료의 전화 한 통을 받는 디에코.
아이가 열이 있어 출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디에코는 내일은 동료의 몫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간 우울해진다. 

전화를 끊고 디에코는 이런 생각을 한다.


- 괜찮습니다.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야하니까요. 그렇지만... 내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느낌이 든다.
도와주는 횟수, 정말로 서로 돕는 것 맞나? 내게는 아무런 보장도 없는데. 남편도 아이도 있는 동료를 지원해야 한다니.


고백하건대 나 역시 이 비슷한 일을 정~말 많이 겪었고, 디에코와 비슷한 생각이 들어 힘든 적이 굉장히 많았다.

책을 읽으며 아침마다 문자 확인하며 괴로워했던 내 마음속의 동요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난 속세를 떠난 백수였기에 짜증 대신 공감의 웃음을 터트렸지만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저릿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남편도, 아이도 없고, 심지어 가족도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데! '
'나는 가족이 아파도 만날 수도 없는데 (너는 회사를 안 와?!)'

괜히 객관적인 그 <사실>이 억울했던 순간들, 야근을 하면서 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던 시간들이 실재했다. 이런 생각들은 정말로 나를 힘들게 했다. 이해가 가지만 나는 억울했고, 아무도 원망할 수도 없지만 짜증이 났다. 결국에는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러다가 그러면 나는 누가 도와주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안좋아지고... 뭐 이런 감정 위에서 파도를 타는 것이 실제로 야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흠,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생각을 전환하며 뭐야~ 를 말하는 디에코처럼

나 역시 "이런, 깊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어쩔 수 없지 뭐, 뭐야~"를 되뇌곤 했다. 

아무래도 누구도 아프지 않은 게 제일 좋잖아.... 다들 건강하시길.. 을 바라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생활, 아쉬운 점 8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