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이 오픈했다
2024년 9월. 유니클로 롯데월드점이 오픈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석촌호수가 한눈에 담기는 위치에 지상 1층과 2층을 합해 총 1000평의 규모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는 24년 5월 두 번째 테니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오랫동안 연재를 쉬었지만 아직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글 중 하나가 페더러와 유니클로 관련 글이라는 점은 나에게도 의미를 주는 시그널이다. 그사이 브랜드와 브랜드 마케팅을 경험한 나는 페더러가 유니클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유니클로가 페더러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제는 또렷하게 읽힌다. 어떤 럭셔리 브랜드보다 글로벌 앰버서더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고 경영 실적의 위기를 나름대로 극복해가고 있는 브랜드로서 박수를 보내며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톺아보겠다.
2018년 7월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이하 페더러가) 20년간 인연을 맺었던 나이키(Nike)를 떠나 유니클로(Uniqlo)의 글로벌 엠버서더가 됐다. 과거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함께 조던화를 테니스에 컬래버레이션했던 페더러는 적극적으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있고 2024년 5월 로저 페더러 x JW 앤더슨 x 유니클로가 두 번째 컬렉션을 출시했다. 페더러는 9년째 유니클로와 함께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2012년. 유니클로의 프로모션 광고와 일부 티셔츠 내 욱일승천기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2015년.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엔알코리아는 국내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로서 영업이익 2000억 원을 넘어서며 계속해서 매출 신기록을 경신해 갔다. 하지만 일면에서는 유니클로가 그동안 우익 기업을 지원한다는 추측과 2012년의 사건이 해프닝이 아닌 의도라며 불매 언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8년. 히트텍, 플리스로 유니클로는 대한민국에 있는 전 국민이 가장 애정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유니클로 없이는 기본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까지 생길 정도였고 이를 반증하듯 매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던 2019년 7월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들 보상 판결에 항의하며 제기한 경제보복 조치 후 한국 내 시작된 NO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당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 CFO는 "불매운동이 판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19년 10월 유니클로는 대표 상품인 플리스 출시 25년을 기념해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 아이와 대화 중 98세 할머니가 13세 디자이너에게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한국에 릴리즈 된 영상에만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표기했고 이는 한국 내 유니클로 불매운동에 방아쇠를 당겼다.
맥락을 살펴보면 유니클로는 2010년부터 욱일기를 활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왔다는 점, 그리고 2019년 당시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자 판결에서 원고이자 살아남은 이춘식 할아버지 나이인 98세였고, 그리고 강제징용 당시 13세였다는 점까지. 과연 의도였을까? 우연이었을까?
한편 유니클로는 “유니클로는 메이드포 올(Made for All)이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전 세계 유니클로는 전 세계 각국의 정치 또는 종교적인 이슈, 신념, 단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기업 정책으로 삼고 있다”라고 말해오고 있다.
2018년 기점으로 유니클로는 주요 매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그 외 소비재들까지 그 범위가 커졌다. 가장 상위 죄의 죄. 괘씸죄로 인해 매출액은 물론 한국에서 근무하는 여러 구성원들도 존폐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여파로 유니클로의 대표적인 모델로 손꼽히 국내 셀러브리티들 또한 광고 계약을 잇달아 취소했고, 유니클로는 매출액 반등을 위해 수많은 감사제를 지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당시에는.
한편 2019년을 기점으로 페더러 님은 글로벌 앰버서더로 적극적으로 유니클로의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한다. 런던을 시작으로 상하이, 뉴욕 그리고 최근 2024 여름 올림픽 개최 장소인 파리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유니클로의 LifeWear 메시지를 다양한 도시의 색으로 전해왔다.
'페더러와 함께 24시간' 캠페인에서 페더러는 '얼마나 편한지'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편하길래 저기까지 갔을까, 저기서 활동을 한다면 정말 편한 제품이겠지?'를 연상하게 한다. 광고 캠페인이 아닌 브랜드 캠페인이었다.
가장 최근 공개된 브랜드 캠페인 영상에서는 프랑스 국립 발레단을 찾아가 발레리나와 함께 테니스와 발레가 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힘의 밸런스의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기능의 효익보단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아우라를 자연스레 느끼게끔 기획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대체불가능한 유니클로만의 자산이다.
페더러를 통해 엘리트 운동으로 손꼽히는 테니스와 유서 깊은 발레를 통해 활동성(Proactive)과 프리미엄(Premium)을 대표한다. 그리고 이는 여타 SPA 브랜드 중 유니클로만의 특별한 아우라이자 특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사이 페더러는 유니클로와 협업해 두 개의 컬렉션을 론칭했고, 로저의 경기력과 비례해 유니클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음에 분명하다.
유니클로가 정의한 LifeWear는 가히 노련했고, 뾰족했다. Life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타깃과 보이는 메시지 그리고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지속가능한 가치가 표현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정의한 Life는 운동과 활동을 포함한 광의의 삶이었다. 이너웨어, 일상복에서 더 나아가 For All을 품는 다양한 삶.
이 과정에서 유니클로는 다양한 환경을 담아내는 큰 그릇으로 포지셔닝되며 논란이 되었던 과거사 혹은 그에 대한 소비자의 의혹은 더 나은 제품으로 보답하며 일단락되어가는 듯하다. 일관된 정의와 철학이 하나의 돌파구가 된 셈이다. 결국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상기했을 때, 페더러가 유니클로를 선택한 것이라기보단 유니클로가 페더러를 잘 선택한 것이 아닌가. 유니클로의 한국 내 매출은 2024년도 전년대비 영업이익 42%가 상승했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누구에게 그 범위와 의미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 그 기둥을 설정하는 것이 근간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여겨야 한다. 그리고 이 가치를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해, 합의할 수 있는 형태로 실행까지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구성원과 제품/서비스에도 꾸준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도 했는데, 우리라고 어려울 건 없다고 생각하자.
여기서 잠시 질문해 봅니다.
내가 기획자라면,
1. 유니클로의 제품/서비스에서 지속적으로 야기되는 논란은 한국인만의 추측일까?
2. 한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논란과 이로 인한 매출액 하락을 어떻게 돌파해 나갔을까?
3. 글로벌 브랜드로서 한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로 진출해 있을 때에 브랜드의 존재(Essence)에 포함되어야 하는 문화적 가치는 무엇인가?
4. 오해였다면 어떤 캠페인을 해야 할까?
5. 진실이 무엇이든 '의도를 감추고' 싶다면, 앞으로 어떤 캠페인들을 해야 할까?
'페더러는 왜 유니클로를 선택했나'라는 글을 쓴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다소 과격하고 패기 있던 지난 글을 보며 얼굴이 발그레해 졌지만, 그 또한 하나의 관점이자 생각이고 의견이므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일부 단어를 최대한 배재하고 글은 유지합니다. https://brunch.co.kr/@leanin/5
But, 유난스러운 저는 대체제로 잘 살고 있습니다. (월래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