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꼬마 시절 화방이 생각난다.
집 앞 5층에 있던 화방은 약간의 물비린내와 쌀쌀한 공기, 쿰쿰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리고 사연 보내기를 좋아하는 화방쌤은 늘 라디오를 작게 틀어두었다.
여러 방면에 재미를 느껴왔지만 무엇하나 꾸준히 하진 못했던 어린 나였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진심을 40자로 꾹꾹 눌러 담아내는 쌤과 매일 같은 시간에 비슷한 인사말로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퍽이나 신기했다.
세련된 플레이리스트도 지금 같은 알고리즘도 없었지만, 조곤히 진심을 이야기하는 작은 박스.기대보단 걱정이 많아지니 이제는 알아차렸다. 미술학원에도 작은 가게에서도. 어른들의 공간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는 걸.
사람은 늘 사람이, 이야기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꾸준한 게 결국 삶이구나. 하다 보니까 살아지는 거고 살다 보니까 하게 되는 거구나.
그냥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멋이구나.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를 연신 외친다.
나는 이제 화방쌤의 또래가 되었다.
하늘이 높아졌고, 이유 모르게 마음이 서늘해져서 오랜만에 라디오를 켰다.
아, 나만의 화방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