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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의 말하기 연습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서

by 린인

저는 운이 좋게도 말을 '하는 쪽'보다 '듣는 쪽'이 편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꽤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뾰족한 말을 했을 때 곱씹고 곱씹어서 원소 하나로 나눠질 때까지 생각하면서 자책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성이 좋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 일은 잘하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 둘 중 나의 팀원을 선택해야 한다면요?


이걸 그리신 분이 누구신지 정말 궁금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둔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함께 일을 한다면 일은 잘 하지만 그다지 사적으로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선택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모두가 개인의 1인분, 제 몫을 해 내야 서로의 퇴근 시간과 업무의 안녕을 가져오기 때문이죠.


내가 상처받았던 경험은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져 결국 나를 망설이게 합니다. "이걸 말해도 되려나? 무례해 보이려나?" 자기 검열을 하다 결국 아무 말도 전하지 않다가 내가 수습하고, 사고가 터지든 감정이 터지든 무언가 폭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내가 불편한 말을 하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 자체는 내려놓고 난 그저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좋은 사람까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합니다. 특히 그것이 회사라면 더더군다나요. 그리고 나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피드백을 피하는 것 또한 어쩌면 책임 회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생각이 다 맞다고 직설적으로 촌철살인을 날리는 것이 일잘러이고, 우리 세대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가끔 너무 더울때 겨울 사진을 찾아봅니다


피드백을 주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초민감자*(HSP : Highly Sensitve Person)의 저로서는 너무 솔직해서도 안되고, 또 그렇다고 너무 피해서도 안 되는 그 미묘한 간극을 좁혀 나가기 위해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은 내 의견을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연차가 쌓이면서 가장 개발해야 할 중요한 역량일 수 있다는 것을요.


때론 그냥 ‘답답해서’ 혹은 ‘내가 불편해서’ 하는 말이 피드백/검토라고 포장될 때가 있습니다. 이건 감정해소에 가깝습니다. 서로를 위한 말이라면 내가 지금 이 말을 건네도 되는 ‘상태’인지부터 파악해 봅니다.


그리고 아래 몇 가지 내용을 답변해 봅니다.


1. 나는 지금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혹시 오늘 내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이 많이 피곤해서 더 예민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 이 피드백은 상대에게/팀에게/이 회의에서 지금 당장 꼭 필요한가?

내가 지금 전달하는 게 아니라면 사고가 나는지 판단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지켜보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지금 당상 나서지 않더라도 해결이 될 일이라면 에너지를 비축하는 판단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


3. 단둘이 얘기하는 게 좋을지 메신저로 하는 게 좋을지, 공론화하는 게 좋을까?
전달하는 방식은 그간 보아왔던 서로의 성향을 파악한 것을 근거로 합니다. 보통 가까운 사람일수록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론화하는 것은 어떠한 형태는 공격적일 수 있으니 전달하는 톤 앤 매너가 매우 중요합니다.


4. 전달 방식이 공격적이진 않을까? 이 사람에게 들어줄 수 있는 자세를 주는가?
서로의 감정적인 표현이나 가치판단은 내려놓고 말을 할 때에 서로가 열린 자세로 들을 수 있습니다.


5. 상대가 나의 의견을 물어봤다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무엇일까?

물어봤다면, 물어본 내용만큼만 답변합니다. 내가 얼마큼 많이 알고 있고,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증명하지 않는 것이 정말 현명한 방법입니다. 말을 길게 한다고 정보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짧다고 성의가 없는 것도 아니니 할 말만 간결하게 합니다.



공통적으로 말을 하는 타이밍과, 톤 앤 매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면 이를 잘 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직책자와 리더가 아닌 사람으로 구분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핑계삼아 한잔 더


가치판단은 내려놓고 말합니다.

저는 자주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 순수한 궁금증인데요."라고 말을 시작합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별로 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전체 구조는 좋았는데 중간에 이 부분이 살짝 끊기는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방향으로 수정하면 어떨까요?”라고 나의 가치판단을 조금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MBTI의 T와 F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F도 T도 모두가 서로가 어른이자 책임감 있는 사회인으로서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제가 어디까지 의견을 드려도 될까요?"
“제 기준에선 이런 흐름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혹시 이런 방향도 고려해 보신 것이지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이건 어떤 배경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부분은 확실히 좋은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주되,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주는 말'의 핵심입니다. 같은 말도 다르게 전할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르게 전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소설 읽기를 즐겨합니다


그리고 혼자 판단하지 말고 꼭 물어보세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서로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것이 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늘 잘 질문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말을 함으로써 관계를 해치지 말자"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마음 또한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함보다 배려를 택했을 때 여러분들의 일 그릇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말만 잘하는 것은 답이 없지만,

최소한 말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낫습니다.


생각 많은 초민감자 (HSP)란


오늘의 요약

1.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은 결국 나를 망설이게 만들고,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2. 하지만, 나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할 말은 해야겠어’로 대하지는 않는지 생각한다
3. 피드백은 감정 해소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말이어야 하며, 타이밍과 톤 앤 매너가 핵심이다
4. 말하기 전 스스로에게 “지금 필요한가, 어떻게 전달할까, 공격적이지 않은가”를 점검한다
5. 가치판단을 내려놓고 질문 형태로 전하면, 같은 말도 훨씬 부드럽게 전달된다
6. 솔직함보다 배려를 택하는 것이 결국 더 큰 신뢰와 기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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