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메일링 - 영화와 대담
안녕하세요, 욱림솔훈의 대욱입니다.
오늘은 <로봇 드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두 번째 파트를 보내드립니다. 이 영화를 찾아보셨는지요, 영화를 보지 않으셨대도 편히 읽어 주시고, 읽어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답신을 보내 주세요.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메일 보내드릴게요.
Part 2. 영화 <로봇 드림>을 보고
1) 대화와 말 없는 영화
2) 자세히 들여다보면
3) 관계의 방식
영화 <로봇 드림>을 보고
2)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림
그러니까 맞아. 약간 공감할 수 있어서 보면서 신기했어요. 저는 진짜 정보를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뭔가 우리 일상이랑 닿아 있는 지점을 봤을 때 혹시 이거… 한국계 감독이 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엔리멘탈처럼!
대욱
그만큼 되게 보편적인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유림
맞아요. 맞아요.
영훈
영화가 1980년대 뉴욕 배경인데, 그때 <오즈의 마법사>가 실제로 붐이었대요. 영화에서도 도그와 로봇이 같이 오즈의 마법사를 보잖아요. 저도 찾아보니까, 로봇이 꾸는 꿈 중에 꽃들이 나와서 다 같이 춤추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꿈속 배경이 그 오즈의 마법사 풍경이래요. 그래서 뒤에 보면 무지개가 깔려 있는데 그게 오즈의 마법사 대표 OST인.
유림
Over the rainbow?
영훈
맞아. 그거를 나타내는 거라는 걸 알고 디테일에 감동했어요.
은솔
그래서 깡통. 그 양철 로봇이.
유림
맞아 내가 적어놨던 것 중에… 그래서 양철로봇은 심장을 얻게 되었을까? 이거 적어놨었어.
대욱
듣고 보니 다음에는 기회가 되면 다같이 보면서 실시간으로 얘기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유림
코멘터리 재밌겠다!
각자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
영훈
그럼 이번엔 각자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에 대해서.
은솔
저는 영화가 서사적으로도 인상 깊긴 했지만 다른 포인트도 말해보고 싶어요. 영화에서는 동물이 전체적으로 인간을 대변하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비거니즘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관계가 영화 속에 녹아 있는 게 인상깊었어요. 첫 번째로 로봇이 해변에 남겨졌을 때, 배를 타고 온, 로봇을 구해줄 줄 알았던 동물들이 너무 거침없이 로봇의 다리를 딱 잘라내는 그 상황이 저한테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로봇은 의식이 있는 상태의 생명체잖아요. 움직임이 있는 존재인데 그거를 잘라내고, 심지어 자기네 배에 필요한 부분을 톡 잘라내고 가면서 한 번 로봇을 돌아본단 말이에요.
대욱
고철 취급하듯이.
은솔
그 동물들이 로봇을 약간 마음에 캥기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바라 보더니 다시 갈 길을 가는 그 지점이 너무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그런 지점과 닮아 있어서 그런 장면이 나온 게 인상깊었고요. 두 번째로 도그가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물고기의 눈을 보고서 다시 놓아주는 장면이 혼란스럽게 느껴졌어요. 같이 낚시를 간 오리는 물고기를 스스럼없이 먹고, 도그는 물고기를 놓아주고. 영화에서 도그라는 동물을 인간으로 대입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럼 물고기도 동물이고 영화 속에서는 도그처럼 인간에 대입해서 볼 수 있는 생물이 아닌가? 그런데 물고기는 같은 동물에게 먹이가 되는 생물이네..? 어떤 동물은 먹지 못하고, 어떤 동물은 쉽게 먹네. 그런 표현들이 영화에 나온 게 비거니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영훈
은솔 얘기에 조금 더하면은, 로봇의 다리를 자르는 장면 보면서 로봇이랑 도그의 관계가 사람이랑 반려동물 관계 같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로봇들은 일방적인 사랑을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로봇 외에도 사람들처럼 훨씬 더 많은 관계가 열려 있잖아요. 또 로봇이나 반려 동물이 어떤 사람한테는 너무 소중한 가족이지만 누군가한테는 그냥 필요에 의해서 쓰이는 부품일 수도 있고 먹는 음식일 수도 있는 상황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낚시 장면에서도, 어떤 동물은 사람으로 의인화가 되지만 또 물고기는 거기까지 가지 못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동물을 인식할 때도.
유림
고등 동물 같은...
영훈
네. 더 사람에 가깝게 생각하는 동물이랑 아닌 동물이 있다라는 게 느껴졌어요.
대욱
개는 사람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유림
물고기는…
대욱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 로봇을 보면서 느낀 게. 이 영화 도입부에서 외로워서 뭔가를 찾게 되는 부분이 영화 <Her>의 모습과 비슷하려나 싶어 약간 기시감이 들었는데, 저는 결말에 이르면 이를수록 이 영화가 더 특별해진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면 로봇의 속성이 사람으로 말하면 되게 의연한 사람이고, 근데 사람으로만 마냥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 같기도 했단 말이에요.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는 느낌도 되게 많이 났고, 아까 말한 것처럼 쌍방의 평등한 관계가 아니잖아요. 한 명이 일방적으로 부를 수 있는 관계고, 로봇이 존재하지 않거나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이 되면 다른 이제 로봇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그게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잖아요. 그런 관계에서도 누군가는 마냥 하염없이 그 좋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슬픈데 조금 아이러니했어요. 도그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로봇이 틀고 둘의 추억이 담긴 <September>라는 곡이 나오면서, 로봇이 아파트에서 도그를 멀리서 내려다보면서 춤을 추고 도그도 리듬을 타는 장면이요. 그 장면이 뭔가 ‘나는 괜찮아. 이제는 지나버린 시절이지만 너를 좋게 생각하고 있어.’라는 로봇의 느낌이 나면서 도그는 까딱거리게 되는.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특히 연인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먼저 이별을 고한 사람은 오히려 편하지 못한 상태가 되기도 하잖아요.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은 엄청 힘들어하다가도 결국 중심을 찾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하고. 근데 이별을 고한 사람은 어느 순간 비슷한 노래가 들려나오거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아래로 내려앉고, 걔가 혹시 여기 있나 이런 느낌인 것 같은 거예요. 이런 식으로까지 연출을 해서 되게 신기했어요. 저는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이거 감독 자기 얘기다'라고 말한 걸 봤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럴 법도 한 것 같고요. 그리고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에서 펼칠 수 있는, 수많은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 많아서 여러분이 본 결말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 같아요.
영훈
그쵸. 그쵸.
유림
맞아. 저는 저희가 ‘대화’를 주제로 잡고 영화를 봤으니까 대화를 조금 더 생각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대화가 없는 영화지만 둘이 의사소통이 되고 통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이게 다 느껴지니까. 그 지점에 있어서 리듬이나 박자나 뭔가 음악의 요소가 많이 쓰이는데 그게 우리랑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말로 전해지지 않는 게 온기나 노래로 전해지기도 하니까. 그런 지점을 되게 잘 잡아서 만든 영화다라는 생각에 감탄을 했었고. 그 다음에 저는 그 카세트 테이프로 몸이 바뀌는 게 정말 충격적으로 좋았어요. 우선 스피커는 음악이 나오면서 둥둥 울리는 리듬이 생기잖아요. 진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영훈
오…!
유림
거기서 로봇에게 완전히 인격을 부여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게다가 이제 자기가 마음대로 노래를 틀면서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서. 항상 선택을 받거나 수동적으로 따라다녀야 했던 로봇이 그 카세트 테이프를 틀면서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저는 그게 엄청 감동적이었어요. 그냥 이 로봇이 기특해가지고. 기특하다고 해도 되나?.. 그냥 너무 멋있는 거예요. 로봇이 가지는 생각이나 태도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화가 없는 상태에서 뭔가 자기 언어를 찾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로봇 입장에서는. 그래서 도그는 사실 어떻게 보면 이 로봇의 성장을 위해 좀 이용되었다는 생각도 좀 들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도그는 영화 안에서 포기하는 게 그렇게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까지는 로봇을 데려오기 위해 되게 노력은 하지만 결국 자기 삶을 찾고 다른 로봇을 사 잖아요. 그게… 배신감이 들기도 했고 ㅎㅎ. 그러니까 더 많이 좋아하고 더 애정을 쏟았던 존재는 로봇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 지점으로부터 로봇이 이제 졸업을 했다?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선택을 한 그 지점이 저는 되게 인상 깊고 좋았습니다.
영훈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관계라는 주제의 사회구조적 측면도 고려해서 캐릭터들의 감정이나 상황을 보게 되더라고요. 도그는 영화에서 한 번도 일을 하지 않고 항상 여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로봇이 만나게 되는 라스칼은 일하다가 로봇을 만나게 된 거기도 하고, 실제로 로봇을 수리한 뒤에도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로봇이 그 일을 같이 돕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 안에서 계급적인 것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은솔
처음에는 거기 나오는 동물들은 다 일을 하지 않는다가 기본 전제인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그래야 이 로봇과의 추억을 단기간에 많이 만들고 스토리가 진행이 되니까 그렇게 설정한 건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뒤에 일하는 캐릭터가 나오네.
영훈
사는 곳도 라스칼은 옥탑방에 살고 있고 도그는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곳에 살고. 처음에 도그는 새 로봇을 조립하지만, 라스칼은 망가진 로봇을 가져와 다른 부품들로 수리하잖아요. 그런 장면들에서 그런 위치 차이가 느껴졌어요. 캐릭터들의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삶의 형태가 그들의 관계에 영향을 줬을 것 같고요. 그래서 새롭게 기존의 부품들로 재조립된 로봇의 모습이 되게… 뭔가… 느낌이 몽글몽글했어요. 어딘가 다 뒤틀리고 그런 모습이잖아요. 사람도 살면서 여러 사람 만나고 다양한 사건들을 겪다 보면 몸도 다치고 마음에 생채기도 나고 상황도 바뀌고 막 여기저기 뒤틀리고 그러는데 그런 로봇의 모습이 그냥 나 같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또 유기견의 모습 같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대욱
오히려 지금의 로봇이 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조립해준 대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찾아서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마음을 가졌잖아요. 그래서 그 순간을 보면서 주인공은 도그인 줄 알았는데 사실 로봇이었다
은솔
맞아. 제목이 나중에 이해됐어요. 궁금했거든요. 제목이 도그 드림일 수도 있는데 로봇 드림이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처음에는 도그가 많이 나오고 거의 도그의 입장이니까.
대욱
결국은 로봇이 성장하는 어떤 존재라고 이야기해본다면 그렇기에 로봇이 그런 의연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로봇의 그릇이 엄청 크고 또 뭐랄까. 아련한 느낌도 드는 거예요. 마냥 대견하다기보다는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성장을 위해서 상처가 다들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걸 안 겪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이상이 누이에게 쓴 편지에서 ‘시련은 누군가를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나는 너가 그런 일을 절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구절처럼요. 그런 마음들. 도량이 큰 사람, 그릇이 깊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던 걸까 이런 생각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로봇과 도그가 결말에 안 만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냥 만났으면 로봇의 마음이 더 아팠을 텐데.
영훈
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로봇도 꿈을 꾸지만, 도그도 로봇을 그리워하는 꿈을 꾸잖아요. 도그가 꿈에서 볼링을 치러 갔는데, 잘 못 쳐서 그걸 보고 주변 동물들이 다 비웃잖아요. 그때 로봇이 도그를 껴안아주는 꿈을 도그가 꾸잖아요. 어떻게 보면 도그는 필요에 의해서 필요할 순간에 로봇을 그리워하고 떠올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를 찾는 방식으로요.
대욱
볼링을 친 추억이 아니라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날 안아줄 줄 알았어와 같은.
영훈
네. 하지만 그런 꿈을 꾼 원인을 찾아 도그를 나무라기보다는 그런 꿈을 꾸게 된 도그의 마음이나 그 꿈을 통해 도그가 로봇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 그런 걸 더 궁금해하고 싶어요. 왜냐면 그 도그의 꿈도 좀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여러분은 결말이 어땠나요?
결말에 대해서
유림
저는 결말을 보면서 적어놨는데, ‘찝찝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고 노래로 퉁치려고 하지 마!’ 라고 적어뒀는데… 이게 사실 이해를 하고 하긴 하지만 영화를 딱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도그한테 배신감이 컸어요. 그리고 이 노래가 밝고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까 노래가 나올 땐 너무 좋은데, 사실 로봇 친구의 마음은 너무 아플 것 같은 거예요. 제가 대신해서 아픈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지금 말하면서 정리된 건 결국은 이 로봇도 성장한 거고 뭔가 다른 삶, 자기가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돼서 해피엔딩은 해피엔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를 딱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너무하다. 세상이 억까한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은솔
나는 다 보고 일단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지. 그러면서 나 너무 순정파인가?
욱림훈
(일동 웃는다.)
은솔
이 결말은 너무 괜찮고 합리적이고 이거 자체가 삶이고 이게 맞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거야라고 얘기하면서 이건 그냥 내 그릇이 작나 보다, 내 취향이 그냥 순정 쪽인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 간극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남들이 남긴 후기를 보다가 ‘너여야만 하는 것에서 너만 행복해지면 돼’ 라고 표현한 어떤 후기를 보면서 조금 마음이 누그러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어쨌든 도그도 행복해졌고 로봇도 행복해졌으니까.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된 게 더 성숙한 관계고, 이런 해피엔딩이 있을 수 없는 정도로 좋은 엔딩이니까 하면서 받아…들인…거겠지? (ㅎㅎ)
유림
나도 마음의 도로가 2차선이라 약간 막막한… 그랬어.
욱솔훈
(작게 탄식하며 웃는다.)
영훈
저는 결말을 보고 슬프고 기쁘고 이런 것보다는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도그는 도그대로, 로봇은 로봇대로 나아갔다고 생각을 하고, 도그가 사실 우리들이지 않나 돌아보게 되었어요. 도그도 로봇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도그가 덕이라는 오리 친구를 또 만나잖아요. 그 페기구 같은 쾌오리? 덕이랑 번호 교환도 하고 놀러도 가고 그러다가, 어느 날 오리가 말없이 떠나고 나 이사 갔어라는 편지를 도그에게 보내게 되고 그런 장면을 보면서 도그도 아마 그럴 때 로봇의 마음을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지 않았을까라고 믿고 싶었고. 그래서 그 결말로 갔을 때는 저도 한때는 너무 소중하고 좋은 기억들을 같이 만든 관계지만 지금은 만나지 않는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사이에 남아 있는, 그 관계를 기억하는 수단으로 저에게도 음악이 있더라고요. 그 무언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수 있구나.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순간의 시간차마저도 관계의 속성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위로가 좀 됐던 것 같아요.
대욱
굳이 어떤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가지 않더라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고, 제가 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누군가 나를 두고 떠났다는 생각도 그 결말을 보면서 많이 하게 됐는데. 어쩌면 그게 자연스럽지 않나? 왜냐하면 모두의 마음이 같은 순간은 사실 살면서 아주 조금일 텐데. 그것을 오래오래 믿고 싶은 내 마음이 있는 거지요. 달라졌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상태라면 한 번 더 삶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누군가는 내가 좋아했을 것 같은 노래를 들려줄 수도 있고. 나는 그러면 그 노래를 듣고 ‘이 사람이 좋아했던 건데’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스쳐가는 걸로 나쁜 감정이 아니라면야.
영훈
맞아요. 그리고 결국 로봇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로봇을 응원하게 됐던 것 같은 게, 로봇이 마지막에 도그를 만나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하잖아요. 그 케찹통이 깨지기 전까지.
대욱
엄청 행복한 엔딩처럼.
영훈
네. 근데 그 장면에서 둘이 서로 껴안았는데 그 순간 뒤에서 자신에게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 라스칼이 음식을 해와서 등을 톡톡 치고, 도그 옆에 있던 새로운 로봇의 표정은 되게 의아하고 일그러져요. 그걸 보면서 로봇이 그런 다른 존재들의 마음들을 고려하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서 결국 도그에게 안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조차 로봇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느끼며 봤어요.
유림
사실 거기서 디즈니적 세계관으로 넷이 다 친구가 되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다같이 옥탑에 올라가서 파티를 열면서 끝나는… 그런 해피엔딩을 할 수도 있잖아요.
영훈
그러네. 그런 결말도 있네!
유림
그런 결말을 상상했는데 이제 로봇은 그러지 않기를 선택했고. 그래서 약간 연인, 사랑에 대한 얘기 같다고 마지막에 좀 느꼈기도 한 것 같아요. 결국은 둘이어야 되는 관계니까... 그래서 확장이 안 됐나 보다,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대욱
그 와중에 평화 각을 보는 유림씨.^^
림솔훈
(일동 웃는다.)
유림
나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근데 그러면서도 그런 상태를 보여준 것도 되게 좋았다는 생각을 한 게 저는 좀 다른 쪽으로 보고 싶었잖아요. 넷이 친구, 우정 이런 느낌으로 행복하거나 아니면 정말 돌아가서 그 도그에게 가는 것, 두 개만 생각을 했었는데, 로봇이 스스로 선택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승화시켰다고 느꼈고, 그 장면에서 삶의 여러 선택지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나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느낌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저였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 같아서요.
은솔
이 결말이 넷이 다 행복할 수 있는 결말이라 그게 신기했어요. 되게 아픈데 행복해. 그래서 이런 엔딩으로 극을 쓸 수도 있구나. 이런 서사를 그전에 만나본 기억이 있었나? 좀 새로웠던 것 같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2024. 08. 14.
영화 <로봇 드림>을 보고
욱림솔훈 대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