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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Feb 23. 2023

[그때 그 노래] #13

자유를 갈구하는 영혼의 랩소디 - Bohemian Rhapsody

러닝타임 5분 55초. 노래 한 곡에 무려 네 가지 스타일이 섞여 있다. 아카펠라와 비슷한 합창 파트, 소프트록 파트, 오페라 파트, 하드록 파트, 다시 소프트록 파트. 이질적일 것 같은 이 다섯 개의 파트가 자유롭고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극적으로 한 소년의 서사를 풀어낸다. 


퀸(Queen)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27세에 만들어 1975년에 발표한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까지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보헤미아(Bohemia)’는 옛날에 오늘날의 체코 서부에 있던 왕국의 이름이다. 체코가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사의 내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Bohemian Rhapsody의 의미


얘기가 나온 김에 제목(Bohemian Rhapsody)을 좀 더 살펴보자.  ‘Bohemian’은 ‘보헤미아 사람들의’라는 형용사인데,  ‘사회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주로 예술가)’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많이 쓰이고, ‘자유분방한’이라는 의미의 형용사로도 쓰인다. 이 단어는 프랑스에서 15세기에 생겨난 ‘bohémien’이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우리가 흔히 집시(Gypsies)라고 알고 있는 유랑 민족이 오래전에 보헤미아에서 왔다고 잘못 알고 이들을 ‘보헤미안(bohémien)’이라고 부르고 있었다(‘집시’는 원래 북부 인도에서 기원해 유럽을 위시한 세계 전역에 퍼져 사는 롬 민족을 지칭하는데, 다소 경멸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명칭이기도 하다). 


이후 19세기에 프랑스 파리의 작가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주류 사회의 제약과 물질주의, 부르주아를 반대하고 창의적인 삶과 자유를 추구하는 ‘보헤미안주의(Bohemianism)’ 운동이 일어나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이 운동을 주도하던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집값이 저렴한 집시들의 거주 지역에 모여 살면서 이 예술가들을 ‘보헤미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랩소디(Rhapsody)’는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적인 악곡’을 뜻하니 ‘Bohemian Rhapsody’는 ‘자유(인의) 환상곡’ 정도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https://youtu.be/fJ9rUzIMcZQ


합창

이건 현실일까?(Is this the real life?)
그냥 환상일 뿐일까?(Is this just fantasy?)
산사태에 갇혀서(Caught in a landslide,)
현실에서 탈출할 길이 없네(No escape from reality)
눈을 뜨고(Open your eyes,)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리고 봐(Look up to the skies and see,)
난 그저 가련한 소년일 뿐, 동정은 필요 없어(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왜냐하면 나는 쉽게 왔다가 쉽게 가고(Because I'm easy come, easy go,)
좀 신났다가 가라앉았다 하는 놈이거든(Little high, little low,)
바람이 어디로 불든 내겐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내겐 말이야(Any way the w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 to me, to me)


‘easy come, easy go’는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즉 ‘노력 없이 얻은 것이라서 없어져도 그리 아쉽지 않다’는 의미로 보통 돈이나 물질에 대해서 많이 쓰는데, 주인공은 본인이 그런 존재라고 한다. 인생이나 관계에 임하는 그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볍고, 변덕스럽기도 하고, 매사에 크게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줄 ‘Any way the wind blows’의 ‘Any way’는 ‘Anyway’가 아님에 주목. 그래서 ‘어쨌든 바람은 분다’가 아니라 ‘어디로 바람이 불든’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상황이 어떻게 되든,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정도의 의미이다. 그다음에 나오는 ‘matter’는 ‘문제가 되다, 중요하다’라는 뜻으로, “It doesn’t matter to me. (난 그건 상관없어)”처럼 많이 쓴다. 

가볍고 철없는 소년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분간조차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일을 저지른 뒤 도저히 빠져나갈 방도도 없는 상황에서 이 현실이 어떻게 흘러가든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초탈한 듯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어쩐지 모순되게 느껴진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이런 되뇜으로라도 달래 보려는 것일까.


소프트록

엄마(Mama,)
방금 남자를 한 명 죽였어요(Just killed a man,)
그의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죠(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이제 그는 죽었어요(Now he's dead)
엄마, 인생이 막 시작되었는데(Mama, life had just begun,)
정작 난 거기서 떠나와 모두 내팽개쳐 버렸네요(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오, 엄마(Mama, oooh,)
엄마를 울리려던 건 아니었어요(Didn't mean to make you cry,)
내가 만일 이번에는 내일이 되어도 다시 돌아가지 못하면(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평소처럼 살아가세요, 진짜로 문제가 될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요 (Carry on, carry on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너무 늦었어, 내가 죽을 때가 됐어(Too late, my time has come,)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몸은 계속 아파(Sends shivers down my spine, body's aching all the time)
모두 안녕, 난 가야 해(Goodbye, everybody, I've got to go,)


너희들 모두 뒤에 남겨두고 진실을 마주해야 해(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오, 엄마(Mama, oooh)
죽고 싶지 않아요(I don't want to die,)
어떨 때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싶어요(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두 번째 파트에서 주인공의 사연이 밝혀진다. 소년은 한 남자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고백한다. 대체 누구를 죽인 것일까? 이제 막 제대로 시작되는 듯했던 소중한 인생을 내던져 버릴 만큼 절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에는 내일이 되어도 돌아가지 못하면’이라는 대목으로 보아 일을 저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말썽을 피워도 다음 날이면 엄마에게로 돌아갔던가 본데, 이번에는 아니다. 엄마를 울게 만든 것이 마음 아프지만 자신이 영영 돌아가지 못해도 평소처럼 계속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carry on’은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더라도 원래 하던 그대로 계속 살아가거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이다. 하지만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라,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울부짖는다. 


프레디는 생전에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와 퀸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팬들이 각자 나름대로 듣고 해석하고 느끼기를 바랐기 때문에 가사에 대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특히 이 노래에 대해서는 굳게 함구한 편이다. 프레디는 ‘이 노래도 비슷한 종류의 다른 곡들처럼 환상적인 느낌을 담았을 뿐’이라거나 그저 ‘관계(relationship)에 대한 노래’라고만 언급한 적이 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Brian May)는 프레디가 매우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며, 겉으로 보기엔 까불거리고 웃기는 사람인 것 같지만 속으로는 불안정한 감정과 문제들을 숨기고 있었다고 한다. 또 프레디가 이 노래에 자신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프레디는 현재의 탄자니아에 속하는 ‘잔지바르(Zanzibar)’ 태생인데, 8세 때 인도에 있는 영국계 기숙학교로 보내져 10년 간 수학했다. 그 기간 동안 집안의 종교인 조로아스터 교의 교리에 충실히 따르며 생활했지만,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잔지바르로 돌아간 것은 1963년이었는데,  18세이던 1964년에 혁명이 일어나 17,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잔지바르는 탕가니카와 합병되어 탄자니아가 되었다. 그의 가족은 국외 탈출 행렬에 끼어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니 이때 고국을 떠나며 느꼈던 심정이 노래에 담겼을 수도 있다. 


또 주인공이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이성애자였던 프레디 자신’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성애자였던 자신을 스스로 죽이고 양성애자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실제로 프레디는 이 노래를 만들던 시기에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학창 시절에 만나 함께 살던 메리 오스틴(Mary Austin)과의 관계도 끝나가고 있었다. 


프레디의 외로웠던 유년 시절이나 성적 지향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그냥 가사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  불우한 소년이 엄마와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히던 폭력적인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끝내 살해하고 말았고, 이로 인해 처형을 기다리면서 인생의 유일한 안식처인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있다는 스토리가 그려진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자동으로 떠올랐던 이미지가 그러했다. 이런 비극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 ‘흔히’ 나올 법한 줄거리이다. 후에 이 노래에 대한 감상을 적은 여러 글과 기사를 보니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꽤 많았다.

 

오페라

한 남자의 작은 실루엣이 보이는군(I see a little silhouetto of a man,)
스카라무슈, 스카라무슈, 판당고 춤 한번 추려나!(Scaramouch, Scaramouch, will you do the Fandango!)
벼락과 번개는 너무, 너무 무서워(Thunderbolts and lightning, very, very frightening me)
갈릴레오, 갈릴레오(Galileo, Galileo)
갈릴레오, 갈릴레오(Galileo, Galileo)
갈릴레오 피가로, 높으신 분(Galileo Figaro, magnifico)
난 그저 가련한 소년일 뿐,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I'm just a poor boy nobody loves me)
그는 그저 가난한 가정 출신의 가련한 소년일 뿐(He's just a poor boy from a poor family,)
이 끔찍한 곳에서 그의 목숨을 살려줘(Spare him his life from this monstrosity)
쉽게 왔다가 쉽게 가는, 날 놓아 주겠어요?(Easy come, easy go, will you let me go)
비스밀라(알라의 이름으로)! 안 돼, 우린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Bismillah! No, we will not let you go)
(그를 놓아줘!) 비스밀라! 안 돼, 우린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Let him go!)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그를 놓아줘!) 비스밀라! 안 돼, 우린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Let him go!)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날 놓아줘)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Let me go) Will not let you go)
(날 놓아줘) (절대) 절대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Let me go) (Never) Never let you go)
(날 놓아줘) (절대) 절대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Let me go) (Never) let you go)
(날 놓아줘) 아((Let me go) Ah)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No, no, no, no, no, no, no)
이런, 이런, 이런, 날 놓아줘(mama mia, mama mia, mama mia, let me go)
벨제붑이 나를 위해 악마를 따로 예비해 놓았어(Beelzebub has a devil put aside for me, for me,)
날 위해(For me)


프레디는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 묻는 한 친구에게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 무작위로 집어넣은 의미 없는 말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한 적도 있다는데, 이 오페라 파트야말로 그 대답이 매우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다른 존재들의 대사까지 두서없이 거듭되고, 생소한 단어들도 여럿 등장해 그 의미를 두고 여러 의견과 해석이 분분하지만, 아무것도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니 주인공이 재판을 받는 장면, 또는 사형을 앞두고 감옥에 갇혀 두려움에 떨며 보는 환상을 오페라의 장엄하고 극적인 분위기를 빌려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탈리아어에서 온 단어와 이름들(silhouetto, Scaramouch, Galileo, Figaro, magnifico, mama mia)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와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캐스터네츠나 탬버린에 맞추어 두 사람이 추는 스페인 춤을 가리키는 ‘판당고(Fandango)’도 나온다. ‘mama mia’는 ‘아바(ABBA)’의 노래 덕분에 비교적 잘 알려진 이탈리아어 ‘mamma mia’와 같은 말인데 직역하면 ‘나의 엄마’라는 뜻이지만 영어의 ‘Oh, my God!’처럼 보통 ‘세상에!’, ‘이런!’, ‘맙소사!’ 정도의 감탄사로 쓰인다. 이탈리아어에서 ‘mama’도 틀린 스펠링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mamma’라고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이 노래의 가사는 ‘mama’로 되어 있다. 아마 이탈리아어 느낌을 살리면서도 영어권에 좀 더 익숙한 철자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프레디의 부모가 신실한 조로아스터교 신자였던 영향 때문인지 종교와 관련이 있는 단어들도 보인다. 코란에 나오는 단어 ‘비스밀라(Bismillah)’는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뜻이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벨제붑(Beelzebub)’은 성서에서 ‘발세불’이라고 하는 사탄(악마)이다.


‘스카라무슈(Scaramouch)’는 이탈리아 희극에 등장하는 허풍과 수다가 심한 겁쟁이 광대 ‘스카라무치아(Scaramuccia)’가 프랑스어로 옮겨지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천문학자 이름인 ‘갈릴레오(Galileo)’는 천문학에 심취했던 브라이언을 위해 넣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브라이언은 퀸의 기타리스트지만, 얼핏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하는 천체물리학의 박사학위까지 땄던 사람이다.


 ‘피가로(Figaro)’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그 이발사의 이름과 같다(두 오페라의 줄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갈릴레오와 피가로가 무슨 상관이길래 ‘Galileo Figaro’라고 연이어 나오는 것일까? 다음에 나오는 magnifico는 이탈리아어에서 온 말로 ‘귀족, 고관, 거물’을 뜻한다. 이 구절이 바로 ‘예수(Jesus)’를 가리킨다는 주장까지도 나왔지만, 이 또한 사실인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알 듯 말 듯 난해하지만, 사실 어떤 해석이 진실이든 듣고 느끼는 사람 자유이니 별 상관은 없을 듯하다. 분위기를 살리고 운을 맞추기 위해 정말로 별 뜻 없이 늘어놓은 단어들일 수도 있고, 프레디 자신의 비밀스러운 내면을 꽁꽁 숨겨 놓은 암호일 수도 있지만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부분은 특히 길고 어려운 녹음 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처럼 녹음이나 믹싱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아날로그 시대에, 여러 명이 합창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멤버들이 녹음을 덧입히고 덧입혀(overdubbing) 180개의 트랙을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 녹음테이프가 얇게 닳아 투명하게 비쳐 보일 지경이 되었다고.


하드록

그래서, 당신은 날 멈추고 내 눈에 침을 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So you think you can stop me and spit in my eye)
그래서, 당신은 날 사랑하고도 죽게 내버려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So you think you can love me and leave me to die)
오, 자기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Oh, baby, can't do this to me, baby,)
벗어날 거야, 여기서 그냥 나가버릴 거야(Just gotta get out, just gotta get right outta here)


소프트록

아무것도 문제 될 거 없어, 누구라도 알 수 있지(Nothing really matters, Anyone can see,)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Nothing really matters,)
내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Nothing really matters to me)
바람이 어디로 불든…(Any way the wind blows...)


이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는 섬세하면서도 처연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Nothing really matters to me’이다. 유약하고 가련한 한 소년이 막 시작된 인생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꼭 해야만 했던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렸다. 그래서 두렵고 외로울망정, 이제 딱히 애면글면 붙잡을 것이 남아 있지 않다. 이미 인생을 다 살아버렸기 때문이다.


펜타토닉스(Pentatonix)가 부른 Bohemian Rhapsody


전설 같은 대선배 밴드의 노래를 젊은 감각으로 다시 부른 펜타토닉스의 버전도 훌륭하다. 대선배들의 유명세에 주눅 들거나 부담을 느끼는 기색 없이 마음껏 나름의 기량과 재치를 펼쳐 보인다.


https://youtu.be/ojRj2JK5oCI


왕(King)이 아닌 여왕(Queen)을 자처했던 밴드의 리드 보컬로서 4옥타브를 넘나드는 마성의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레디지만, 외로운 유년시절 끝에 고국의 혼란한 상황을 피해 떠나와 여러 문젯거리와 고민을 품은 채 살아가는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 노래 속의 불안하고, 두렵고, 그만큼 체념해 버린 가련한 소년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동치는 배에 탄 듯 흔들리는 마음이 되는 어느 순간에는 차라리, 그의 목소리를 따라 낮게 노래해 보는 것이다. Nothing really matters, nothing really matters to me,라고.


작성자: 최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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