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쉼터, 글쓰기.
올해 여름까지 300일 넘게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일기를 써왔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튜브를 하면 잘되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글쓰기를 그만뒀습니다. 글 쓸 시간도 아껴서 유튜브를 하기로 했던거죠. 제 얼굴과 음성이 나오지 않는 영어 교육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8월부터 운영했습니다. 처음엔 의지와 영감이 가득찼고 행운도 따라줬습니다. 거의 매일 하나씩 영상을 올렸고, 3주 만에 구독자 1000명을 달성했죠.
초심자의 행운이었는지 그 뒤로는 유입이 줄고 조회수도 줄었어요. 그에 따라 동기부여도 줄어서 결국 운영을 거의 안하게 됐습니다. 현재 구독자는 1300 명 정도인데, 나중에 다시 시작해볼 예정입니다.
그치만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제 삶의 큰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브런치를 다시 쓰기로 한 이유는, 힘듦을 마주하는 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일기 쓰기를 그만뒀던 올해 8월, 마침 여자친구도 7월 말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이제는 만난지 2년이 넘은- 제 브런치에 자주 등장했던 여자친구는 2년 간 제게 소울 메이트이자 멘토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매일 통화하고, 주말에 함께 만나서 많은 추억들을 함께 하고 전화로는 못다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저보다 저를 더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어 고민과 힘든 순간들을 잘 헤쳐나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친구가 떠난 시점부터 오늘까지 저는 무방비상태였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고민과 힘듦이 들어오고 나갈 동안 그 녀석들을 한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할만큼, 복잡한 덩쿨 속에서 눈을 감은 채 헤매고 있었어요.
AI와 블록체인 업계를 거쳐온 나의 앞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내 실력에 대한 고민과 철학적인 고민,
새로 이직한 7명 규모 회사에서 수습기간에 계약 해고 당하지는 않을지,
소통이 어려운 회사에서 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지난 달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며 생긴 크고 작은 고민들,
2년 뒤를 목표로 하는 미국 취업에 대한 고민...
이 무수한 고민들을 한번도 정리하거나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았죠.
그러던 오늘, 여자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며 그동안 고민을 혼자만 끌어안고 있었다고 털어놨더니, "다시 한번 매일 글을 써보는 건 어때?"라고 얘기해주더라구요. 생각이 많은 저같은 사람한테는 글쓰기가 최고였던 걸 잊고 살았습니다. 내 고민과 생각들을 다 들춰내고 바라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똑같이 앉아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제 마음가짐과 글 스타일이 많이 다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좀 더 신중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니 반가우면서 조금 벅차오르기도 하네요.
그리고 아직 제 고민들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 가볍게 나열만 했는데도 어느정도 해소가 된 느낌입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어서,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