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7년 만에, 나를 토닥여주고 싶어

2025년 결산 - ① 커리어

by 이상하

24년 12월 31일에 회고록을 남긴 지 1년 만에 다시 브런치를 찾았습니다. 25년 결산을 총 세 편에 나눠서 쓰려고 해요. 이번 편은 커리어 관련 글이에요. 26년에는 브런치에 꽤 많은 글들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주 연결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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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3년 반, 스타트업 2년 반. 총 6년 간의 고군분투



LG를 3년 반 동안 다니다가 22년 6월에 블록체인 스타트업 개발자로 이직했다. 돌이켜보면 커리어에 대한 치밀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결정보다는, 성장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블록체인에 대한 끌림으로 즉흥적으로 이직을 했다. LG에서 가장 아쉬운 건 나의 초심이었다. 입사포부와 같은 게 1도 없었음. LG 보다 연봉이 더 높은 회사로 이직할 생각에, 회사에서는 초반부터 주어진 일만 하며 이직 준비를 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지 궁리를 했다. 이직은 실패했다. 3년이 지나니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회사 내에서도, 커리어 측면에서도 망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이직을 하게 됐다.


그치만 스타트업도 블록체인이란 기술도 내게 너무 새로웠던 걸까. 2년 6개월 동안 3개의 스타트업을 다녔는데 첫 회사는 6개월 만에 투자금이 다 떨어져서 폐업하고, 두 번째 회사는 1년 8개월을 다녔지만 만족할만한 별다른 성과없이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세 번째 회사에서는 입사한지 3개월도 안 돼서 20대 초반 어린 파운더들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로 짤리게 됐다.


참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넘치는 열정으로 이직하긴 했지만 대기업보다 훨씬 더 개인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스타트업에서,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하루하루 회사생활을 하는게. 비교도 됐다. 주변 친구들은 교수가 되기도, 잘 나가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하기도, 승진을 하기도 했으니까.


마음을 정리할 겸 24년 12월에 해고록이자 회고록을 작성하고 25년 1월부터 다시 이직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아무 회사나 지원을 하지 않고, 연봉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내 실력을 좀 더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는 회사 위주로 지원을 했다. 다행히 한 군데에 합격해 이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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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딱 맞는 체계적인 시스템, 스크럼.


25년 3월에 이직한 회사는 15명도 안 되는 소규모였지만, 꽤나 체계적이다. 애자일 방법론 중 하나인 스크럼을 택해서 스프린트 단위로 업무를 진행한다.


한 스프린트는 약 2주로 구성된다. 스프린트의 가장 좋은 점은 스프린트 기간 동안 어떤 Task를 진행할지에 대한 "Planning"에 하루 이상 시간을 들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업무나 어려운 업무를 할 때 Planning을 하면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대부분인데, Planning을 하루 이상 따로 잡아 어떤 점이 병목이 될지 빠르게 파고들면 더 예측 가능한 플래닝을 할 수 있고 이는 퍼포먼스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전에 다녔던 3개의 스타트업에서도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 LG 다닐 때도 월간, 주간 단위로 계획을 했었는데. 사실상 개인 구성원들의 시간 계획표를 위한, 팀장님의 마이크로 컨트롤을 위한 정도의 역할이긴 했음)


이렇게 개인이 작성한 플랜을 팀 리더끼리 공유하며, 필요하다면 피드백과 조율을 거친다. 수정된 플랜대로 Task를 수행하며 Daily Scrum을 통해 업무를 공유하는 방식. Sprint 기간이 끝나면 하루는 따로 회고 날로 잡아, 계획했던 Task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고 피드백한다. 마지막에는 전체 팀원들끼리 이번 스프린트에 잘된 점, 개선할 점, 칭찬할 동료, 궁금한 점 등의 회고를 진행.


그렇게 10개월 가까이를 보냈고, 매번 스프린트 때마다 내가 Task의 주인이 되어서 플래닝 하고 작업하고 회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잘하는 동료가 어떻게 플래닝 하고 일하는지를 알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 경험이 없는 동료가 어떤 방식으로 실수를 하는지,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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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만의 스스로에 대한 인정, 그리고 욕심


이렇게 1년 동안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Ownership을 갖고 일했더니, 문제를 더 체계적으로 바라보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게 됐다. 물론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AI를 잘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중간 평가 때 리더와 파운더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고, 올해에는 프로젝트 팀 하나를 맡아서 리딩을 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올해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사람을, 팀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내의 커리어와는 별개로, 올해는 Career High를 달성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 그리고 나만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7년 가까이 회사생활하며. 특히 블록체인 업계로 이직한 뒤에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스스로 만족할만한 업무 능력과 주도성을 갖게 됐음을 자축하며. 그리고 7년 간, 어떻게 보면 참 체계적이지도 않고 좌충우돌이었던 나의 그 동안의 회사 생활을 잘 이겨냈다고, 너무 잘해왔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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