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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써니 Jun 29. 2024

유보통합, 누구를 위한 통합일까.

진짜 12시간 맡겨도 괜찮아요?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안을 보았다.

0-5세 영유아들을 교육부로 일원화시키기 위한 작업 중 첫 발이었다.



학부모와 영유아를 위해서라는데,

과연 그럴까.

교육부가 내놓은 이 자료에서는 학부모가 원하면 12시간을 맡길 수 있게 하겠다.  

교육과 보육의 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보육과정과 교사의 처우도 약속하겠다고 한다.

보기에는 진짜 멋진 정책 같다.


진짜 그럴까.

영유아시기는 주양육자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고,

이때가 인생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매우, 상당히, 엄청나게

중요하다.


이 중요한 시기를 일하느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12시간 애를 맡아 주겠다고 한다.


부모님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내 소중한 아이를 돈 버시느라 12시간 기관에 맡기실 거냐고.

물론, 소중한 아이 지키기 위해,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건 안다.


12시간제를 내세우면서 다가오는 유보통합은 정말 학부모와 유아를 위한 걸까.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 그리고 여력이 안 되는 유치원은 거점유치원을 만들어서 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예전에도 있었다.

있었지만,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영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단일화시켜버리면 부모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좋게 말하면 갑질(?)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기본운영시간을 8시간으로 못 박아서 교육과정시간 4시간에서 5시간, 연장(방과 후과정)은 3-4시간으로 묶어놓는다. 이것은 부모의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 돌보기 아주 어려운 가정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차상위계층, 한부모, 다문화, 특수아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방학 때도, 휴일 돌봄 지원도 한다. 거점기관을 통한 주 6일 돌봄 운영도 하겠다고 한다. 이건 누가 하게 될까. 이 문제 때문에 들고일어날 분과는 어디일까.


교원의 지위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보육교사를 교원으로 하겠다고 한다. 물론 이를 위한 법령 제정을 내년부터 당장 이루어질 것이다. 자격증도 통합교사자격을 위해 다시 대학원을 가거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앞으로 2-3년간 얼마나 이것에 대한 말이 많을지, 시행착오가 있을지 안 봐도 뻔하다.


뭐 이런 과정을 통해 교육보육전문가로서 역량을 높인다는데, 좋은 현상이라고 보기로 하자.


그런데 이 교원은 기본과정 8시간을 계속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4-5시간 교육과정(유치원)에만 해당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오후 3-4시 이후는 연장보육교사가, 유치원은 교육과정 이후의 시간을 방과 후과정교(강) 사가 모두 맡고 있다. 교원 역량 강화는 이전 오전 교육과정(유치원), 어린이집 정담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마치 12시간 모두 양질의 교육과 보육인 것처럼 말하는데, 연장보육과 방과 후과정을 맡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은 나와 있지 않다.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없다. 


나 같은 계약직으로 뺑뺑이 돌리겠다는 것이지. 


결국,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오전 9시-오후 2시 정도까지 맡는 이 시간에 대해서 질을 높이겠다는 말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만 데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12시간 동안 마치 부모가 해주는 것처럼 아주 획기적으로 질을 높이는 것 같이 착각을 들도록 쓰여 있다.


이 정책으로 정말 육아의 짐을 덜 수 있을까?

그리고 출생률이 높아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왜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지 정말 몰라서 이러는지,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정책을 펴는 척이라도 해야 돼서 이러는 건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만들 정책을 내놓아야지, 애들 기관에 맡기고 일중독에 걸린 듯 일을 하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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