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방학이 가장 바쁘다.
방학에 학교를 지키는 인력들
방학이 끝났다.
학교는 방학을 하면 그냥 닫혀 있지 않는다.
잔잔한 호수 아래로 끊임없이 유영하는 미생물처럼
아주 바쁘다.
학교는 대부분 방학 때 시설을 점검한다.
학기 중에 망가진 물품이라든지 시설을 보수한다.
어느 학교는 화장실을, 급식실을, 바닥공사, 에어컨 수리, 강당 보수 등 끊임없이 뭔가를 고쳐댄다.
우리 학교도 화장실과 바닥 공사, 강당 보수를 했다.
시설물관리는 당연히 교사의 일이 아니다.
물론 업체를 검색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물건이고 시설이니 고쳐 달라고 말이다.
행정실에서 계약, 수주 등 관리한다.
행정실장은 여기저기 돌면서 업체가 잘 시공했는지 살펴본다. 시공이 완료되면 교감, 교장님도 와서 한 번 시찰(?)한다.
문제는 그동안 아이들이 있는 곳에도 진행하는 경우이다. 만일 교실에 있는 시설을 보수하는 경우에는 방학 동안 다른 교실에 옮겨서 생활해야 한다. 우리는 다행히 미운영기간이 있어서 그때 시공했다.
이전 학교에서는 다른 교실로 옮겨야 했기에 무거운 교구장과 아이들의 물품 등을 우리가 사용할 교실로 옮겨야 했다. 방학 중 쓰지 않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더부살이로 살았다. 그 안의 물건들은 건들면 안 되는 것이라서 더욱더 신경이 쓰였었다.
그 물건들과 교구장을 옮기는 것은 누가 했을까.
당연히 우리가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말이다.
시공 후에는 우리가 또 다 정리하고 잔여먼지 등을 닦았다. 심지어 금요일 공사마감 후 월요일 다시 방학 중 방과 후과정을 시작한다. 그러면 바로 운영하기에는 무리이다. 결국, 주말에 잠깐 나와서 정리를 하던가 그것도 안 되면 아이들을 잠시 다른 곳에 모아 놓고 교실을 정리해야 한다.
예민한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일로 인해 부모가 학교 측에 얘기하면 우리는 또 어쩔 수 없이 그 불평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방학 중에 아이들의 점심을 먹이는 일도 오롯이 혼자 해야 한다. 학기 중에는 물론 교사가 하지만, 도와주는 인력이 있다. 학기 중에는 급식을 학교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나 다른 행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즉, 학기 중에는 교사가 급식지도만 할 뿐, 그나마도 도와주는 인력이 있기에 힘들지 않다.
하지만, 방학 중에는 급식실이 운영하지 않기에, 업체를 선정해서 매식을 하게 된다.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 진행한다. 다행히 교육청에서 선정해 준 위탁매식업체가 있어 우리가 직접 업체를 섭외하거나 계약하지는 않았다. 그것까지 하면 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때에도 마찬가지로 도와주는 인력 없이 혼자 오롯이 하면 정말 너무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적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은 어차피 똑같기 때문에 유아 수에 따라 지원인력을 배정하는 것은 방학 중 방과 후과정 운영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유아교육 및 보육, 행정까지 학기 중보다 너무 바쁘다. 교사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유아들과 만나는 시간을 따지면 교사들보다 많은데,
우리가 지원 좀 해달라고 하면 교육청은 맨날 예산이 없다고 하고 유아수가 적은데 왜 지원해 달라고 하냐고 반문한다.
나는 지원인력이 있어도 어차피 우리가 관리해야 한다. 지원인력이 있으면 그들을 우리가 관리해야 한다. 급여품의도 우리가 계산해서 올려야 하고 출근관리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인력을 써도 우리의 일이다.
물론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보수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래, 옛날처럼 한 교실에 60명씩 넣고 교사 1명이 다 했던 때처럼 하기를 바라는 걸까? 한 사람이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는 120명이라고 한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가깝다는 느낌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부족국가 시절에는 직접통치가 가능했던 것이겠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방학 중이라고 일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니까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
어차피 한 학급의 최소 인원은 5명이다. 5명이 안 되면 유치원은 학급이 없어진다. 5명이 있건 20명이 있건 방학 중 학교는 더 바쁘게 돌아간다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지원해 달라고 하면 그냥 징징대는 걸로 치부하는 게 정말 아쉽다.
이제 겨우 방학이 끝나 2학기가 시작되지만,
겨울방학이 너무나 두려워진다.
겨울방학은 거진 두 달 정도이고, 연말이니 회계연도 정리도 있기에 할 일이 더 많다.
방과 후 과정을 정교사가 안 한다고 해서 이 직종이 생긴 건데, 참, 인정도 안 해주고, 도와주지도 않고 독박 씌우는 것 같아서 너무 서운하다.
방학에 학교에는 초등 돌봄과 유치원 방학 중 방과 후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들은 이 공사가 방학 중에 있으면 갑자기 일이 더 생긴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뿐 아니라, 이것과 관련된 잡다한 일들이다.
공사를 하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