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은 안 돼.
처음 학교 재정을 해 본다.
예산은 1년 단위로 잡혀 있다.
그냥 그 잡힌 예산을 1년에 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허상으로 잡아 놓은 것이라나.
실제로 돈이 들어 와야 쓰는 거란다.
예를 들어 1년에 120만원이 예산으로 잡혀 있어도,
그 돈이 실제로 학교로 들어 와야 쓸 수 있다.
그럼 언제 주느냐.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 온다.
언제쯤 주겠다는 안내 공문이 내려온다.
실제로 준 건 아니다.
다음 달에, 혹은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없다.
그리곤, 실제로 교부되었다는 공문을 받으면 그제야 행정실에서 품의한 물건을 결재해 준다.
그럼 그 120만을 다 쓸 수 있느냐.
아니다.
실제 교부된 금액만큼만 써야 한다.
분기로 나눠서 준다. 1분기는 3월부터 5월, 2분기는 6월부터 세 달씩 이런 식으로 30만원씩 준다.
너무 재미있는 건, 3월에 쓸 것을 3월에 주문하면 될까?
당연히 안 된다. 왜냐? 교부 되는 시점이 3월 중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1분기에 시작하는 첫 3월은 그 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그 이전 분기에 배부된 것으로 다음 달 것을 준비해야 한다.
이게, 학기 중은 괜찮다.
현재 인원에 대해 지원된 금액이니, 그 애들에게 쓰는 것은 한 두달 밀리더라도 괜찮다.
문제는 2월까지 교부된 것은 이전 학년 대상이라는 것이다. 3월은 2월과 다른 아이들이다.
1분기 교부액은 3월에 새로 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원된 금액으로 다시 내려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4년에 유아들이 10명이었다고 치면 인당 5만원씩 한 달 50만원이고 세 달치면 150만원이다. 그런데 2025년 새로 올라오는 유아들이 20명이라고 한다면 3월에 필요한 금액은 3월에 예상되는 금액은 100만원이다.(저출생이라 하지만 신도시 쪽은 미어터진다.) 하지만 이전에 사 놓은 물품으로 하기엔 모자른 것이 많아서 어찌되었든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그걸 구입하려면 3월 말이 되어서야 구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마지막 4분기이다. 4분기는 12월부터 2월까지다.
3분기까지는 3달치 분량이 내려오다가 4분기는 12월 것만 교부해주고,
1-2월은 따로 신청해야 유아학비가 내려온다. 유아학비는 오전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품의 금액이 인당 10만원, 오후 방과후담당은 5만원으로 묶여서 함께 교부되는 형식이다.
유치원방과후과정은 1년간 올데이로 신청받았으면서 4분기는 왜 그렇게 따로 신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 버리면 1-2월 방학 기간동안은 미리 계획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지역은 방학 중 유치원방과후과정을 운영할 때 한 강사가 8시간을 계속 상주하며 있는 시스템이다.
방학 중에 오전 교육과정 교사가 방학 때 41조 연수를 들어가니, 그 시간을 맡아 줄 교사를 따로 구하는 지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방학에는 오후를 담당하는 강사가 오전도 맡게 된다.(17개 시도 공립유치원 방학 중에 방과후과정을 운영하는 곳의 형태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면 당연히 4분기도 다른 분기 때처럼 3달치를 그냥 내려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그걸 오전 교육과정 교사가 신청을 해 줘야 한다.
1-2월에 유아학비를 쓰겠다고 신청을 해 달라고 해야 1-2월에 유아학비가 지급된다.
만일 신청하지 않으면 방과후 운영비 인당 5만원만 지원된다.(오전까지 맡으면 당연히 신청없이 학기 중 하던대로 12월에 4분기 교부금액을 내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산은 2월에 다시 오전 교육과정 교사가 교육청에 전자문서로 보고 해야 한다.
그래서 오전 교육과정 교사가 신청을 안 해주면 1-2월의 유치원 방과후 유아들은 1월 교부금까지 필요한 교재없이 다니게 된다.(그러면서 교육청에서는 훌륭한 양질의 교육을 한다고 홍보한다. 돈도 없이 어떻게? 교사가 아무리 뛰어나도 지금 시대에 그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교사임용고사를 통과하고 평소에 자기연수도 열심히 하는 교사들은 방학 때 연수하러 가고 없는데? )
물론 그 동안 학기 중에 아껴 써서 돈이 남았다면 그 돈으로 물품을 살 수 있다. 게다가 남은 돈을 다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써서 재정을 맞춰야 한다.
자, 그럼, 가장 큰 문제는 뭘까?
1년 재정 예산을 그 해에 쓰면 되는 줄 알았기 때문에 그냥 그 안에서만 사용했다.
100만원 예산이 떠 있으면 다음 학년도 시작하기 전에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학기 중에 안 쓰다가 12월에 방학 때 쓸 물품을 다 신청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나는 그 동안 애들이 하고 싶다는 걸 고려해 구입해서 썼기에 오히려 4분기 신청금액이 없으면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결국 필요한 물품 구매를 위해서는 오전 교육과정 교사가 신청한 금액이 내려오는 1월 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이런 상황을 이해해 주는 행정실도 있어서, 어차피 1년동안 교부된 금액을 결산할 때 마이너스 난 곳을 메우면 되니까 융통성을 발휘해 줄 때도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면 시재맞출 때 조금 까다로워지는 것 같았다. 즉, 할 수는 있지만, 굳이 안 하는 것이다.
곧이 곧대로 분기에 나오는 교부금을 분기 안에 0원을 맞추라고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안 쓰고 버티다 나중에 남은 금액 다 쓰기 전략으로 하면 된다.
오전 교육과정은 유아 1명당 10만원을 배정받지만, 오후 방과후과정은 5만원이다.
5만원에 유아를 돌보는 데 필요한 물건 및 인건비 등 직접경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데 5만원으로 이게 가당한 금액이냐 싶다.
몇 년째 똑같은 금액에, 그 돈도 늦게 주고, 방학 때는 오전까지 봐야 하는 데 (여름방학 때는 그냥 교부된다.) 겨울방학 때는 신청해야 오전 유아학비를 받을 수 있다.
다음 년도 부터는 버티기 작전을 해야 하나.
주말 아침에 늦잠을 항상 자던 내가 눈이 번쩍 뜨인 이유다.
당장 다음 주부터 고민된다.